_세계

_World 20화

“ 좋은 아침입니다 ~ ”

“ 좋은 아침입니다 ~ ”



 권순영씨와의 만남을 뒤로 3일이 지난 현재, 권순영씨는 다음날 바로 부대로 복귀하셨고 이 상사님은 아직 우리 병원에 입원해 계신 상태이다. 


“ 선생님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보이시네요 ? ”

“ 아하하.. 그런가요 ”

“ 아 선생님 혹시 .. ”

“..?”

“ 그때 오셨던 그 군인 분, 혹시 아는 사이세요 ? ”

“ 군인 분이라면 .. “

” 그 같이 말씀 나누시고 선생님한테 진료 받겠다고 하셨던 분이요 “

“ 그 분은 왜 ..? ”

“ 네 ..? ”



역시. 권순영씨다.



” 아니 .. 뭐 모르는 사이는 아닌데 왜요 ? “

“ 그럼 혹시 .. 저 이어주실 수 있나요 ? ”

“ 네 ..? ”

“ 어제 딱 보니까 너무 제 스타일이셔서요 .. ”

“ 아하하 .. 그게요 .. “



누가 권순영씨 모태솔로라고 했냐, 이렇게 인기가 줄줄 흐르는데 하 진짜 그냥 어디다가 가둬놓고 .. 군인이라 이건 안될 듯 싶다.



“ 그게 사실은 .. ”



그 순간,



“ 다들 뭐하고 계십니까. “

” 네..? 아 .. 잠깐 인사를 .. “

” 아침부터 인사들이 기네요 “

” .. 죄송합니다 “

” 아까 군부대쪽에서 사람이 한 분이 오셔서 김 교수를 찾던데 “

” 저를요..? 군부대에서 ..? “

” 그때 김 교수한테 치료 받겠다고 떼 쓰던 그 분 같습니다 “

” 아하.. 네.. ”



하여튼 .. 내 인생에 도움이라고는 진짜 ..!



결국 난 아래 1층 로비로 다시 향했고 군복을 입은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이 인간은 왔으면 로비에 그냥 가만히 앉아있지 어딜 이렇게 싸돌아 다니는거야 ..?

그때,



“ 뭐야 ..? ”



어떤 낮선 즉, 내가 본 적이 없는 여자와 병원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권순영씨가 보였다. 아니 대체 저게 무슨 ..

난 화가 났지만 애써 꾹 참고 이성만을 갖고 그에게 다가갔다. 넌 죽었어



” 저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

"..?! "

” 권순영 대위님. “

“ 아 .. 여기는 ”

“ 실례지만 용건만, 딱 용건만 말씀해주시겠어요 ? 제가 보다시피 매우 바쁜 걸어다니는 당직 의사라 ”

“ 허.. ”

“..?”



갑자기 반대편에 앉아있던 여자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어쭈 ? 가뜩이나 불편한 내 심기를 건들여 ?



“ 이봐요. “

” 네 ? “

” 남의 남자랑 카페에서 몰래 커피 마시다가 걸린 게 뭐가 자랑이라고 헛웃음입니까 ? “

” 뭐요 ? “

“ 모르셨다면 유감이지만, 이 사람 제 남자친구니까 혹시라도 아시고 이러셨다면 얼른 비키세요. “

” 허 .. “



저게 아까부터 왜 자꾸 헛웃음질이야 ? 아무리봐도 권순영씨가 저 여자한테 먼저 마시자고 했을 것 같지는 않는데 확씨 그냥 



” 그리고 .. “

"..?"

” 그쪽은 저 좀 봅시다. 따라와요 “

” .. 예 알겠습니다. ”



넌 죽었어 진짜로













” … ”

“ … ”

“ .. 설명할 기회는 줄게요. “

” 알고 계셨던 것처럼 저는 여기 오자마자 여주씨를 찾았는데 .. 그러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 아까 그 여자 분이 마구잡이로 .. “

” .. 내 눈 봐봐요. “



스윽,



“ … ”

“ 눈을 보니 거짓말은 아니네. ”

“ 휴 .. ”

“ 그래도 잘한 짓은 아니라는 거 알죠 ? ”

“ .. 알고 있습니다. ”

“ 그럼 됐습니다. 얼른 용건이나 말하십시오. ”

“ .. 저 그게 “

"..?"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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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저녁에 시간 내줄 수 있습니까 ? “

“ 아니 .. 뭘 그걸 또 손 잡아가면서 부탁해 .. “

” 엄청 엄청 간절하니까요. “

” .. 오늘 걸린 거 보면 거절하고 싶지만 “

” … “

“ .. 간절하다고 하니 시간 내줄게요. “




그렇게 난 내일 권순영씨와 저녁 약속을 잡은 후 다시 응급실로 향했고 권순영씨는 이상사님 호실에 들렸다 가신다고 했다.




“ 어머 여주쌤 기분이 좋아보이시네요 ? ”

“ 아 .. 그런가요 ? ”

“ .. 그래서 저 이어주실 수 있으세요 ? “

” 그건 .. “

” 네 ? “



스윽,



” 제가 좋아하고 있는 사람이라서요. 죄송해요 .. ”

“ 아 ..! 아니에요 ! “



아무렇지 않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실이 이제는 부정하기엔 숨겨지지가 않아서

그만큼 그 사람이 좋아죽을 것 같으니까.



















다음날 밤,



“ 슬슬 이제 가볼까 ..? ”



권순영씨와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고 난 오랜만에 가운을 벗고 치마와 블라우스 그리고 화장까지 마쳤다. 왜냐면 ..



“ .. 고백은 내가 먼저 해야겠지 ”



한국에서 만나자고 이렇게 질질 끈 건 나였기에 이 관계를 정리하는 건 내 몪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난 이 관계를 더 발전시키고 싶고

그냥 너무 좋아서 완전히 내 사람을 놔두고 싶었다.

솔직히 오늘 권순영씨가 먼저 만나자고 해서 놀랐다. 안그래도 내가 먼저 약속을 잡으려고 했는데 ..

진짜 운명인 것 같다.


그렇게 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 .. 후 진짜 떨리네 ”



그나저나 이 사람은 무슨 장소를 카페 루프탑으로 .. 되게 구체적인 장소에 처음엔 조금 놀랐다. 여기 카페에서 뭐 마시고 싶은 게 있었던 건가



잠시후,




이상하게 평소 약속을 잘 지키던 권순영씨는 1시간이나 늦게 아무런 연락 없이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오다가 사고라도 난 건가 ..?


그때,

끼익,



“ 왜 이렇게 늦어요 ..! 걱정했잖아..ㅇ ”

“ .. 그렇습니까. “

"..!!"



조금 아니, 꽤 놀랐다. 나에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저렇게 낮았던 적도 차가웠던 적도 없었는데 왜 지금은 저렇게 차가운걸까

급속도로 얼어붙은 내 몸은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진짜 많이 놀라 이런 거겠지



“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 기분이 안 좋.. ㅇ “

“ .. 하 ”

“ … ”


스윽,


“ 우리 그만합시다. ”

” ..!! 뭐라고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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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하자는 내 말, 어려웠습니까 ”

” 지금 그게 .. “



순간 경직되어있던 내 몸은 부르르 떨렸고 마음은 미친듯이 무너졌다. 갑자기 .. 대체 왜



“ 왜요 ..? 이유가 있을.. “

” 이유 따위 없습니다. “

“ … “



윤정한과 똑같이 말했다. 우리가 지금 헤어지는 이유 따위 없다고. 하지만 난 저 말의 의미를 안다. 이유는 있으나 내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없는거라고

하지만 ..



“ .. 제 할 말은 여기까지 입니다. 그럼 이..ㅁ “

“ 어째 .. 늘 “

“ … ”



또르륵,



“ 매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유가 없네요. ”

"..!! "



차라리 내가 싫어져서라는 그 단순한 이유의 존재가 지금의 날 더 슬프게 만들지 않았을 것 같다.

난 애써 계속 나오려는 눈물을 참고 또 나온 눈물들을 닦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 .. 내가 정말 늦은 걸 수도 있으니 ”

“ … ”

“ 정한이처럼 구질구질하게 잡진 않을게요. ”

“ … ”

“ ..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은 이유가 없을 것 같지 않은데 그냥 내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게요. ”

“ … ”

” 그래도 .. 이건 받아줄래요 ? “



난 책상 위에 둔 꽃다발을 그에게 떨리는 손으로 건넸다. 그래도 이 꽃다발은 저 사람을 위한 거였으니 안 줄 수는 없었다.



” 꽃다발은 왜 .. “

” 오늘 .. 고백하려고 했었거든요. 이제 진짜 연애하자고 ”

“..!!”

“ 근데 .. 고백하기 전에 차였네요. ”

“ … ”

“ .. 쪽팔리니까. 저는 먼저 이만 가볼게요. ”

“ … ”



난 그렇게 먼저 루프탑에서 내려와 빠르게 차에 탔고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들을 쏟아냈다. 미친듯이 흐르는 눈물에 제대로 소리를 내어 울 수도 없었다.

아니 그냥 마음이 쿡쿡 쑤시고 아파서 아무리 울어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난 한동안 주차장에서 나갈 수 없었고 한참을 울고 지쳐서야 간신히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음날,




난 퉁퉁 부은 눈에 애써 얼음을 가져다대며 괜찮은 척 했다. 물론 사실은 하나도 괜찮지 않았지만



“ 여주쌤 우셨어요 ..? ”

“ 어제 슬픈 영화 보다가 좀 많이 울었나봐요 .. 하하 ”

“ 하이고 .. 눈이 엄청 부으셨어요. ”

“ 금방 가라앉겠죠. 뭐 “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그 사람을 잊을 때까지 내 눈이 가라앉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잊는 것도 아마 거의 불가능하겠지.



“ .. 진짜 미치겠다. ”



매 순간 떠오르는 그 사람인데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 그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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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모든 순간이 매력적이던 사람이었는데.



“ 나보고 어떻게 잊으라는거야 .. “



애써 꿀꿀한 마음이라도 달래고자 난 병원 카페로 향했고 달달한 초코라떼를 시켰다. 그래 단거라도 마시면 기분이 좀 괜찮아지겠지.



잠시 후,

스윽,


“ 초코라떼 나왔습니다. ”



초코라떼를 들고 난 내 진료실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아무런 힘도 없이 정말 터덜터덜.

정말 장난처럼 이 상사님 호실에서 마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정말 운명이라면 .. 우리가 정말 운명이었다면 ..



그때,

드르륵,

탁,



” 아 죄송합니..ㄷ “




멍을 때리고 걷다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이씨 이젠 머리도 아프네 ..

그런데,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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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이거 고의입니까, 우연입니까 ”

“ ..!! “

“ .. 아닙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



그렇게 그 사람은 날 지나쳐가려했고 난 무의식적으로 내 생각을 뱉어버렸다.



” 엄청 보고싶었어요. “

"..!! "

” 많이 .. 보고 싶었는데 “

” … “

“ 이렇게 보니까 진짜 .. ”

“ … “

“ 더 좋네요. ”

” … “

” .. 우리는 왜 “

” … “

” 이렇게 힘든 사랑만 할까요 .. “

“ … ”

“ 정말 .. 끝난 거죠 ? “

“ .. 몸 관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



그 사람은 그렇게 날 정말 지나쳐 가버렸고 정말 끝난 것만 같은 마음에 난 주저 앉아버렸다. 정말 끝인건가 .. 이렇게 모든 게 한 번에 다 끝나는 건가

그렇게 다시 한 번 나의 세계가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