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세계

_World 22화

“ … ”

“ … ”



어색하다. 한국에서 다시 만났을 때보다 더 어색하고 뻘쭘하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대략 한 달정도 되는 시간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인데 ..

이렇게 바로 마법처럼 내 앞에 나타날 수 있는 건가.



“ .. 보고싶었어요. ”

“ .. 그렇습니까. ”

” 당신은요 ..? 나 안 보고 싶었어요 ? “

” .. 왜 쓰러진 겁니까. ”

“ 네 ..? ”

“ 왜 쓰러졌냐 물었습니다. ”

“ .. 쓰러진 건 과로로 잠깐 .. 과로한 이유는 .. “

“ … ”

“ .. 운명을 놓친 것 같은 절망감이 하루종일 날 슬프게 만들었으니까 “

“ ..!! “

“ 눈을 뜨고 있을 땐 눈물이 미친듯이 흘렀고 그걸 막기 위해 억지로 눈을 감으면 .. ”

“ … ”

“ 당신과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라 날 다시 당신에게로 끌고 갔으니까요. ”

“ … ”

“ 그래서 택한 방법이었는데 .. 결과적으로는 당신을 만났으니 괜찮은 것 같긴 하네요. “

” 괜찮다고요 ..? ”

“ .. 적어도 쓰러지기 전까지는 내 곁에 당신이 없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은 없었어요. ”

“ .. 대체 왜 ”

“ 반대로 지금 내 곁에 있는 당신보다 더 큰 행복 따위는 없어요. “

“ .. 그냥 날 미워하고 싫어하고 증오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

“ … “

“ 왜 대체 이렇게까지 자기 몸 버려가면서 ..!! ”

“ 당신이 그렇게 안 만들었잖아. 난 순전히 당신을 미워하고 싫어하고 증오해본 적이 없어. “

"..!! "

” 당신이 내가 당신을 사랑하도록 만들었잖아. 이렇게 죽을 만큼 사랑하게 만들어놓고 미워하라니 .. “

” 하지만 .. 분명 그렇게 상처를 ”

“ 상처는 내 안에서 스스로 키울 수 없어. 당신이 준 딱 그 정도만 아프지. 하지만 지금 이 마음은 ..!! “

” … “

” 당신 생각보다 더 커졌다고. 당신이 .. 당신이 .. “


주르륵,


” 이렇게 더할 나위 없이 예쁘게 만들어줬잖아 .. ”

“ … ”



당신을 내가 잊을 수 없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정확하게운명이고 그런 건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



“ 내가 아직 당신을 이렇게 좋아하고 원하는데 .. ”

” … “

” 당신이 없는 하루가 이젠 내 세상 속에 없는데 .. “

” … “

” 그런 내가 어떻게 당신 없이 살아갈 수 있겠냐고. ”

“ … ”



이미 이제 반쯤은 미쳤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 생각 밖에 하지 않을 때부터 이미 적어도 반 이상은 미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지금은 정확히 아주 미친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 이상하지는 않다고 분명히 그렇게 생각한다.



“ .. 날 정말 싫어하는 게 맞아 ? “

” … “

” 그런 사람이 내 간호를 하고 있는 건 또 정말 말이 안되는데 “

“ … ”

” .. 적어도 내가 싫은 게 아니면 “

” … “

“정말 그런게 아니라면 .. ”

“ … ”

” 나 한 번만 안아주면 안될까요 ..? ”

” … “



정말로 내가 싫어서 내게 이별을 고한 게 아니라면, 아니 적어도 지금 내가 싫지 않다면 .. 

그때,

드르륵,



” 어머 순영씨가 여기 계셨네 “

"..!! "

” 당신은 .. “



저번에 카페에서 본 그 여자였다. 반 정신 나간 그 여자. 지금은 내가 더 정신 나갔지만 그때는 저 여자가 확실히 미쳐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래 보이고

근데 저 여자가 내 병실엔 왜 .. 그리고 권순영씨는 또 왜 .. 



“ 이런 식으로 몰래 찾아오면 내가 모를 줄 알았나봐. ”

“ ..!! “

” 전에도 내가 말해주지 않았어요 ? 여기는 내꺼라고 “

” 그게 대체 .. “

” ..? 저 여자는 아무것도 모르나보네 ? ”

“ … “



내가 뭘 몰라 ..? 아니 그나저나 둘이 언제 저렇게 친해진거야 ..? 아니 친해진 건 아닌가 ?



“ 우리 만나요. 당신이랑 헤어진 그날부터 ”

“ ..!! 뭐라고요 ..? ”

“ … ”

“ 진짜 아무런 이야기도 안 했나봐 ~ “

” 권순영씨 지금 저게 무슨 .. “

” 내가 당신 갖고 좀 놀렸더니 의외로 바로 오더라. 나한테 “

” 뭐요 ..? “

” 내가 여기 병원장 동생인 건 알아요 ? “

” ..!! 병원장님 동생이요 ..? “

” 그래요. 그리고 또 여기가 개인병원이잖아 ? ”

“ … ”

“ 설마 .. ”

“ 당신 자리 갖고 얘기 좀 했더니 바로 헤어지고 오던데 ? ”

"..!! "



저거였구나. 저 사람이 내게 말하지 못한 그 이유가 바로 저거였구나. 차마 내가 싫어진 건 진짜가 아니니까 이유라고 할 수 없었을 거고

하지만 권순영씨의 마음은 이해가 갔다. 저 여자가 한 장난 중에 현실적이지 않은 것도 없었고 진심이 아닌 것도 없어보이니까.



“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간호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행위라고 합시다. 그저 군인이라는 그 사명감에서 나온 걸로 “

” … “

” 뭐 이 남자 다시 갖고 가고 싶으면 .. “

” … “

” 여기 의사 그만 둬. 당신의 모든 걸 걸라는 뜻이야 “

"..!! "

” … “



권순영씨는 아무 말 없이 땅만 쳐다보고 있었고 그 행동의 의미를 알았다. 자신의 거짓말이 들킨 후 내게 드는 미안함과 동시에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자신이 아주 미울 것이다. 저 사람이라면 ..



“ 난 그럼 이만. 참고로 선택기한은 내일까지. ”

“ … ”

“ … ”



그 말을 끝으로 그 여자는 병실을 나갔고 우리 사이엔 또 다른 공백이 생겼다.

어쩌면 정말 다시는 지우지 못할 공백인 것 같았다.

적어도 나도 이제 진실을 알기에 더욱 저 사람에게 매달릴 수 없었다.



“ .. 헤어지던 날, 이유가 없다는 걸 듣고 나에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없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

” … “

” 근데 그 이유가 이런 이유라니 .. “

” .. 미안합니다. ”



그 순간, 과거에 우르크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 .. 하 중위가 원치 않는 배려라는 게 문제죠 ))

(( 그거야.. ))

(( 그러니까 그건 배려가 아닌거에요. ))

(( … ))

(( 물론 이 상사님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

(( … ))

(( 이 상사님이 그러실 수록 하 중위는.. ))

“ … ”

(( 슬퍼하잖아요. 더 ))


(( 나한테는 그러지 말아요. 알았죠? ))

(( 그럼 아파도 같이 아픈 겁니다. 우리 ))

(( 좋습니다. ))



“ .. 권순영씨에게는 이게 날 위한 배려였을 지도 모르는데 “

“ … ”

” 결론적으로 난 .. 더 슬퍼요. 지금이 “

“..!!”

“ 우리 같이 아프기로 했잖아요. 약속 .. 이었잖아요. 그거 ”

“ … “



스윽,



” 그러니까 날 믿고 .. 나랑 같이 아파해주면 안되는 거에요 ..? ”

“ … ”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렇지만 .. 운명이라면서 그걸 내게 알려준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

하지만 역시나 권순영씨는 아무 말도 없이 땅만 보았고 그렇게 그를 향해 내민 손을 다시 내리려는데,

탁,

스윽,



“..!!”

“ … ”



꼬옥,



“ ㄱ.. 권순영씨 ”

“ .. 미안합니다. 정말 ”

“ ㅇ.. 아니 나는 ”



주르륵,



“ 권순영씨 울어요 ..? ”

“ 흐 .. 정말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 ”

“ .. 괜찮아. 정말 다 괜찮아 “



토닥,

토닥,



난 아무 말 없이 권순영씨를 안아주었다. 어쩌면 나보다도 마음 고생이 심했을 그 사람의 사정을 이제는 알기에 그저 흐느끼는 그 사람의 등을 두드려줄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니 내가 이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거 아니겠어.


잠시 후,

스윽,



” 다 울었어요 ..? “

” .. 네. “

” 당신 마음,사정 다 이해하니까 그만 미안해 해요. “

” ..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

” 내 눈 한 번만 볼래요 ? “

” … “

” 얼른요. 우리 시간 없잖아 “

” … “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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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역시 난 당신 눈이 좋아. 울어도 예쁘고 웃어도 예뻐. “

” .. 여주씨 “

” 내가 진짜 간사한게, 당신이 없어지니까 그때부터 당신에 대한 모든 게 소중해지더라. “

” … “

” 특히 지금 그 눈이 너무 소중한 거 있지. 그렇게 .. “

” … “

” 따뜻하게 날 바라보는 그 눈이. ”

“ .. ㅎ ”

“ ㅎ .. ”



우리는 결국 다시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처음 날 차갑게 바라보던 때 정말 세상이 모두 얼어붙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또 모든 힘듦을 다 녹여내는 것만 같다.

정말 여러모로 내게 운명인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그 미소 덕에 이제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권순영씨. “

"..?"

“ .. 내가 포기할게. ”

“ 그게 무슨 .. ”

“ 내가 의사 그만두고 당신한테 갈게. “

” ..!! 그건 .. “

” 당신이 그랬잖아. 사내연애보단 군내연애가 더 감질맛 날거라고 “

” 아니 아무리 그래도 ..!! “

” 난 어떻게 생각해보면 단 한순간도 의사로서 즐거웠던 적이 없었어. “

” … “



갑자기 든 생각이 아니었다. 헤어진 그 이후로부터 더욱 크게 느끼던 바였다. 단 한순간도 의사로서는 즐겁지 못했다. 대학생일때부터 교수가 되기까지.

중간에 권순영씨를 만나 분명히 즐거웠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건 의사라는 직업을 가져 즐거웠던 게 아니었다.

그리고 헤어진 이후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 내 그 20년이 넘는 시간보다 당신을 만난 2개월이 내겐 더 소중해. 적어도 지금은 ”

“ … ”

“ 지금껏 가장 소중했던 내 28년보다 그 짧은 2개월이 지금은 훨씬 소중하고 좋아. “

” … “

” 그러니까 그냥 나랑 .. “



그 순간,

탁,



“..!!”

“ … ”



권순영씨는 내 뒷목을 잡고는 조심히 입을 맞췄고 그동안 보고 싶었던만큼 꽤 깊고 진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참았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정말 기쁜 순간이니까.

그 2개월을 넘어설 2시간이 될 것만 같았으니

권순영씨는 천천히 맞닿아있던 입술을 떼었고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았다.

그 미소였다. 2개월 전 내게 지어주던 그 미소



“ .. 정말 그래도 괜찮습니까 ? ”

“ 권순영씨랑 있으면 난 안 괜찮은 게 없던데요. “



스윽,



“ 정말 .. 진짜 정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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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운명이 맞나봅니다. ”

“ .. 그러게요. ”



그렇게 다시 한 번 내 세상은 그 사람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고 아예 다시 새롭게 만들어보려고 한다. 정말 처음부터 다른 세상이었던 것처럼



“ .. 사랑해요. ”

“ 이제는 막 먼저 사랑한다고도 해주는 겁니까 ? ㅎ ”

” 이제는 사랑하는 게 맞으니까. “

” 아니 그럼 그 말은, 헤어지기 전까지는 사랑 안 했다는 말입니까 ? ”

“ 뭐 .. 자각은 못했다 정도 ? ”

“ 허 .. ”



꼬옥,



“ 사랑해요. 정말로 ”

“ .. 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사랑했습니다. ”

“ 나도 이제부터는 그래볼게요. 뭐 이미 시작은 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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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 .. 아 나 진짜 이기질 못해. 이 여자한테는 “

” ㅎ .. “



정말 내 운명이다. 이번 생이 아니면 만나지 못할 사랑스러운 내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