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세계

_World 23화

드르륵,



” 좋은 아침입니다 ”

“ 김 선생님 ! 어제 쓰러지셨다면서요 .. ”

“ 아 네. 제가 괜히 걱정 끼쳐드린 것 같네요 .. “

” 저 진짜 괜히 제가 힘드신 분 일찍 가라고 재촉한 건 아닐까 엄청 .. 하 “

“ 아니에요. 덕분에 그래도 잘 해결됐습니다. ”

“ 해결이요 ? ”

“ .. ㅎ 네. 아주 잘 해결된 것 같아요. ”



다음날 아침부터 진료실 수 간호사 쌤께 한 소리 들었다. 그래 나를 일찍 보내셨으니 얼마나 당황하셨겠어 .. 뭐 덕분에 권순영씨랑 잘 풀렸으니 난 아주 좋지만

그 여자에게는 내가 직접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연락처를 받아 오늘 보기로 하였고 권순영씨도 걱정이 된다고 같이 있겠다고 했지만 ..

어젯밤,



“ 안돼요. ”

“ 아 .. 왜요 ”

“ 그 여자가 당신 보면 말 바꿀 걸요 ? ”

“ 그래도 .. 여주씨가 무슨 일 당할지 모르는데 ”

“ 나 믿어요. ”

“ … ”

“ 나 일 잘하는 여자잖아. ”

“ .. 그럼 또 내가 할 말이 없네 “



그렇게 설득했다. 그냥 정말 그 여자가 저 인간 보면 다시 말을 바꿀 것 같았다. 그 여자도 결국엔 권순영씨가 마음에 들어서 이 난리를 쳤던거니까.

그 여자가 권순영씨를 어떻게 회유했는지 궁금하면 나중에 알려주도록 하겠다.

아무튼 그래서 난 오늘까지만 진료를 보고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되게 마음이 좀 찝찝하긴 했다. 내가 그만큼 이 일에 많이 매달려있었단 뜻이겠지 ..

하지만 ..

띠리링,



” 여보세요 ? “

” 진짜 혼자 가도 괜찮겠어요 ..? “

” 에헤이. 괜찮다니까요 “

” 난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힘들면 그냥 다 던지고 뛰쳐나와요. “

” ㅎ 알았어요. 거의 지금 딸 유치원 처음 보내는 아빠 같아 “

” 걱정은 그 분들과 맞먹을 것 같지 말입니다. “

” 걱정마요. 힘들면 정말 나가서 바로 안길테니까 “

” .. 그래요. “



정말 이 사람 말처럼 힘들지도 모르고 물을 맞을지도 모른다. 그 자리에서 바로 납치 당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

그렇다고 해서 놓치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다.

그렇게 오전 진료를 마치고 사직서를 작성한 나는 병원장실로 올라갔다.


똑똑,



” 들어오십시오. “

 “ .. 후 ”




드르륵,




“ .. 정말 와주셨네요. ”

“ 뭐 생각보다 그쪽 선택이 빨라서 ”

” … “




일부러 그 여자도 병원장실로 불렀다. 어차피 이 여자가 그만두라고 해서 그만두는 거니까. 물론 내 선택이지만




” 여기 사직서요. “

” 정말 자기 일을 그만두는거야 ? 그 남자 아니 권순영씨 한 명 때문에 ? “

” 네. 그렇습니다. “

” 왜 ? “

” .. 그건 “

” … “



남이 보면 정말 미련한 선택이고 후회가 보장된 선택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달랐다.

내가 그 사람을 포기하기엔 그 사람은 ..



” 뭐요 ? “

“ 오늘 유독 예쁜거랑 닮았다구요. ”

“ 농담 좀 그만하시죠 ? ”

“ 내가 이런 걸로 농담하는 사람으로 보입니까. ”

“ .. 갑자기 왜 진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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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씨가 예쁜 건 정말 사실이니까요. ”

“ ㅁ.. 모르겠네요. 난 “




말 한 마디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할 수 있고




“ 왜 자꾸 쳐다봐요 ? ”

“ .. 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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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요. 되게 내 운명이다 싶어서 “

” 허 .. 진짜 “

” 보고 또 봐도 좋은데 그럼 어떡합니까. “

” ㅎ.. 아 진짜 ..! “




진지한 말들과 진심으로도 날 웃게 할 수 있고




” 아 ..!! “


탁,


“ 무슨 일이에요. 누가 그랬습니까. ”

“ 네 ..? 아니 그보다 어디서 나오신 .. ”

“ 누가 그랬냐구요. ”



스윽,



“ 고데기가요 .. ”

“ 고데기요 ..? ”

“ 네 .. 머리하다가 잘못 만져서 .. ”

“ .. 하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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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진짜 .. 다치지 좀 마요. 내가 지금 얼마나 쫄았는지 알아요 ? ”

“ 쫄아요 ..? ”

“ 그래요. 내가 저기 파병 갔을 때도 안 쫄았는데 .. 지금 고데기 하나에 .. 하 “

“ .. ㅎ “




머리 바로 옆 총구보다 날 다치게 하는 고데기에 더 쪼는 사람이고




“ 아 나 옛날에 여기 한 번 왔었는데 ”

“ 그래요 ? ”

“ 윤정한이랑 그때 막 인턴시험 끝나..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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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정한이 여기서 왜 나옵니까. ”

“ 네 ? 아 .. 그 .. 어쩔 수 없어요 .. ”

“ 허 .. 윤정한씨 아직도 세봉병원에서 일한다고 했죠 ? ”

“ 그건 왜요 ? ”

“ .. 내가 언제 한 번 그 병원 폭파시키려고 하긴 했어. ”

“ 네 ?! 미쳤어요 ?! ”

“ 내가 공적인 일은 딱 임무 수행까지만 하는데 사적인 일은 내 분이 풀릴 때까지 다 부셔놔야해서 ”

“ ㅇ.. 아니 내가 미안해요 .. 윤정한 이름 다시는 안 꺼낼게요. ”

” 뭐 .. 내 소원 하나만 들어주면 철회하겠습니다. “

” .. 말씀해보세요. “




스윽,

꼬옥,




“ ..? 손은 왜 ”

“ 오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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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  집에 안 들어가면 안될까요 ? “

” 네 ..? ㅎ “

“ 집에 안 들어가면 안되냐구요 ~ ”




부끄럽지만 나와 함께 있는 게 자기의 소원인 사람이라서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 사람을 놓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




” .. 운명이거든요. “

” 뭐라구요 ? “

” .. 죽음보다도 더 정해진 운명이에요. “

” … “

” 한국에서 첫 눈에 반한 사람을 지구 반바퀴를 돌아 만났고 그대로 사랑도 해보고 시련도 겪어보고 “

” … “

” 한국에서도 아무런 연락 없이 떨어져 지내다 결국 또 다시 만났고 그대로 사랑도 해보고 시련도 겪어보고 .. “

” … “

” 지금은 또 이렇게 다시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

“ … ”

“ 정말 미련해보일 수 있는 선택이지만 .. “

” … “

” 제게는 그 사람이 후회가 절대 되지 않을 선택이라서요. “

” .. 참 “

” 그래서 그만두는 겁니다. 뭐 제게 주어진 선택지가 모 아니면 도였으니까요. “

” … “

” 그 사람은 제게 모 같은 사람이에요. “

” … “

” 그 사람이랑 함께하면 앞으로 쭉 나갈 수 있게 되더라구요. “

” … “

” 제 의견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




그렇게 난 정말 준비한 말만 하고 바로 병원장실을 나왔다. 후 .. 잘했어 여주야

아무리 그래도 확실히 긴장은 했던 것인지 손에 땀이 흥건했다.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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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할 말 써서 갔습니까 ? ”

“ ..!! 깜짝이야 .. ”

“ 아니네. 근데 손은 왜 .. “

” … “

"..?"




꼬옥,




” 힘들었어요 ..? “

” 아니요. 너무 좋아서 안은건데요. “

” ㅎ .. 힘들면 안긴다면서요. “

” 연인 사이에 안기는데 이유가 어디있어요 ~ “

” … “

” 그냥 만났을 때 너무 좋으면 안기는거지 “

” 아주 애교쟁이가 다 됐네요 ? ”



스윽,



“ 그래서 싫어요 ? ”

“ 음 .. 싫다기보다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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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보다 더 당신한테 푹 빠질까봐. 그게 걱정이죠 ”

“ ㅎ .. 진짜 말 하나는 잘하네요. ”

“ 제 많고 많은 특기 중 하나라니까요. ”



이런 아주 설레는 특기를 가진 남자가 내 운명이라니 여러 번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참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예쁜 색을 가진 남자가 내게 왔을까.



” 이제 나 완전 백수인데 괜찮아요 ? “

” 백수가 뭐 흠인가요 ? 김여주인데 “

” 치 .. ㅎ 그쵸. 뭐 나한테 백수 쯤이야 “



그렇게 난 의사를 그만뒀고 잠시 백수 생활을 즐겨보기로 하였다. 백수이자 권 대위님의 여자친구로 말이다.














” .. 진짜 장난해요 ? “





”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

” 되게 무책임한 발언이에요. 그거 ”

” .. 미안합니다. 내가 ”



그렇다. 우린 지금 만난지 3일 만에 싸우고 있다. 아니 정확히 권순영씨가 내게 혼나고 있다. 한 이틀은 완전 부둥켜안고 잘 지냈는데 .. 

왜 싸웠냐고 ?



“ 왜 그러니까 치킨이랑 치즈볼을 같이 시킬 생각을 못하냐구요. ”

“ 아니 여주씨가 분명 치킨만 시키라면서요 ..! ”

“ 아니 치킨이랑 피자 중에 치킨만 시키고 사이드는 알아서 시키라는 의미였죠 ..!! ”



이제 우리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는데 맥주와 무엇을 함께 먹느냐 라는 문제에 치킨과 피자 둘 중 고르다 내가 치킨만 시키라고 했고 그대로 정말 치킨만 시켜버린 권순영씨였다. 심지어 맥주도 안 시켰다.



” 맥주도 안 시켰잖아요. 치맥이라며 “

” .. 그건 제가 잘못했습니다. “

” … “

“ .. 화 풀어요 ~ 네 ? “

” .. 몰라요. 미워서 지금 같이 치킨도 먹을까 말까 고민 중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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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 그럼 이따가 시킬 아이스크림도 안 먹을거에요 ? 여주씨가 좋아하는 맛으로만 담을 생각이었는데 ”

“..!!”

“ 아쉽다 .. 아이스크림은 내가 쏘고 싶었는데 ”

“ 진짜 .. 날 너무 잘 알아. ”

“ ㅎ .. 내가 진짜 미안해요. 다음부터는 꼭 확인하고 시킬게요. ”

“ .. 그럼 내 소원 하나만 들어줘요. ”

“ 뭔데요 ? 다 말해봐요. “

” .. 하 내가 진짜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

” ..? 뭔데 그래요 ..? “

” .. 권 대위님. “

” … “



스윽,



” 오늘 집에 안 들어가면 안됩니까 ? “

” .. ㅎ 이 여자가 진짜 .. “

” 왜요. 나도 이렇게 꼬시는 거죠. “

” 그러니까 이미 빠졌는데 왜 자꾸 꼬시냐고요. “

” 그래서 싫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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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리가요. “

” 그럼 된거죠. “

“ 딴 놈들 꼬실 때는 쓰지 마십쇼. 다 한 번에 넘어갈 거니까. ”

“ 내가 따른 놈들을 왜 꼬셔요. 이건 권순영씨 한정이에요. ”

“ 오늘 아주 여러 번 매력발산 하네요 ? ”

“ 매력이 너무 넘쳐서 이게 어쩔 수가 없어요. “

” ㅎ .. 그래서 내가 정말 좋아하죠. “

” 좋아하기만 하나봐요 ? 난 사랑도 하는데 “

” 아이 진짜 .. 이길 수가 없네. 내가 “

” ㅎ .. “

” 물론 내가 더 사랑해요. 그 부분에선 절대 질 수 없어요. “

” 그래요. 꼭 나 더 더 사랑해줘요. 엄청 “

” 단결. “




이렇게 나와 권순영씨는 아주 잘 연애하고 있다. 마치 처음부터 다 짜여져있던 운명처럼

아니 운명이지. 아주 아름다운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