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하시겠습니까?"
이 세상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 달콤함과 동시에 온몸을 갉아먹고 얽어매는 지독한 그 소리.
섬뜩하고 달콤한 그의 소리가 여주를 홀렸다.
여주는 그를 느낄새도 없이 순식간에 그 소리에 매료되었고
어느새 그녀의 몸은 지배를 당해 주도권을 잃었다.
'잘 들어, 여주야.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 넌...'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던 어릴적에 고아원 원장님의 말씀이 여주의 머릿속에 튀어올랐다.
하지만 그 뒷말은 더 떠오르질 않았다.
아아, 이제 곧 이성도 그에게 잡아 먹히기 전이다.
여주는 더 늦었다간 그에게 잠식 당할 것을 알기에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니요."
그가 그런 여주를 그저 쳐다보았다.
그 눈길에는 지독한 냉기가 흐를뿐 더는 읽을 수가 없었다.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의 따가운 눈길에 온 몸이 녹을 것만 같았다.
'이제.. 더는 버티기...'
털썩
짚인형이 힘없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여주가 악마의 시선에서 떨어졌다.
"미련하긴."
악마는 혀를 한번 차더니 곧 시선을 돌려 창가에 쏟아진 달빛을 만끽했다.
"이번에도 실패인가..."
방안에는 온통 악마의 향만이 가득했다.
"아쉽군."
달빛에 가득 비춰졌던 그는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만월만이 가득한 그 밤.
아무일도 없었던 평소와의 나날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