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략이란 단어로 포장하고-,
#03
*도용시 사과문 5000자 요구하겠습니다*
***
여주의 아버지와 여주, 그리고 정국이 함께 회장실로 들어갔다. 여주의 아버지는 회장실 앞을 지키던 비서에게 탕비실에서 차를 타 오라고 하셨고, 여주는 회장실 소파에, 정국은 그 뒤에 서 있었다.
“얼른 얘기하세요"
여주가 재촉했다.
“결혼하거라"
“네?”
“..아니, 아버지 그게 무슨"
“귓구멍이 막힌 게냐?날짜는 내가 그쪽 회장이랑 상의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죽어도 안 할 겁니다"
“고집 피워봤자 소용없다. 그 집 장남도 오케이 했다니 넌 그냥 내 말만 따라"
혹시나 가 역시나.로 바뀌었다. 여주는 아버지의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정국도 아무 말이 없자 여주는 정국도 이 일을알고 있었을 것을 예측했다. 여주는 왜인지 모를 씁쓸함에 한숨을 쉬었다.
"...못 들은 거로 하겠습니다"
“방금J그룹 장남과 회장이 다녀갔다. 기간은 딱2년. 그냥 진짜 부부처럼 흉내만 내면 된다"
“.......”
“지금 말 안 들으면 결혼 날짜까지 네 방에서 밖으로 한 발자국 못 움직일 줄 알아"
외출금지 협박에 여주는 멈칫했다. 어릴 적 창문도 없어 빛도 들어오지 않는 방에 한 번 가두어진 채로 트라우마가 너무 심하여 폐소공포증까지 왔었는데, 지금 그런 딸에게 눈 똑바로 마주 보고 감금 협박을 하는 사람이 정말 친아빠가 맞나 싶다.
“됐습니다. 그냥 저 스스로 방에 묶여있죠"
저 스스로 방에 묶여있겠단 여주의 말끝으로 여주는 회장실 문고리를 잡아 내렸다. 그렇게 회장실 문이 열리자 여주의 아버지는 여주를잡기라도 하는 듯“전비서. 전비서는 내가 데려가겠다"라고 여주에게 일침을 놓았다. 이게 무슨 터무니없는 거래인가. 다른 방법이 안 되니 여주 자신이 가장 아끼는 것을 두고 협박을 하다니. 왜 이 결혼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시간 회사에 득이 되는 것이 별로 없는 결혼인데도불구하고 여주의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을 보면 분명 무언가 약점이 잡힌 것이 분명했다.
“약점이라도 잡히셨어요?”
“뭐야?”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니라면 아버지께서 이렇게 내몰 이유도 없을 텐데요"
“.......”
"...결혼 후에도 전비서는 제가 데리고 있는 거로 합의하시죠"
“..그래 알겠다"
“그쪽 장남 아들 얼굴은 알려진 게 없을 거다. 결혼식 당일 서로 어색하지 않도록 하면 더 좋고"
탁. 여주는 아버지의 말을 끝으로 회장실을 박차고 나왔다. 결혼식 당일 서로 어색하지 않도록 하라는 말은 결국 전에 많이 만나라는 말일 것인데 여주는 자신이 왜 그래야 하는지 속으로 의문을 품고 있을 것이다.
탁탁 탁탁. 여주는 복잡한 마음에 그 긴 복도를 빠르게 걸어 나갔다. 정국은 걱정되는 눈빛으로 그 뒤를 쫓았고, 여주는 중간 즈음에 우뚝멈춰 섰다.
“......넌 알고 있었지?”
“죄송합니다"
“..왜 얘기 안 해줬어?”

“밥도 잘 안 드시고... 요즘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계시니까 모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국도 나름대로 여주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여주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 혹여나 이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생각하여 그런 것 같았다.
“네 나름대로 의미 있네. 뭐.. 고마워"
“아닙니다.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됐어. 나 생각해서 그런 건데"
“나 편의점에서 먹을 것 좀 사다 줄래?긴장 풀렸더니 배고프다"
“네. 사무실로 먼저 내려가 계세요"
“응"
여주는 혼자 사무실로 내려와 컴퓨터를 켰다. 책상을 보니 수두룩하게 쌓여있는 업무와 아버지께서 실력을 더 쌓으라고 내려보낸 자료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숨만 푹푹 나오는 상황에 여주는 머리까지 아파지는지 인상을 구긴 채 한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그래도 해야지 뭐 어쩌겠어..."
똑똑. 의자에 앉아 키보드에 손을 올린 순간 노크를 하며 정국이 들어왔다. 양손에는 평소에 여주가 좋아했던 음식들이 많이 들려있었지만 업무를 보고 그새 식욕이 떨어졌는지 미안하지만 조금 이따 먹겠다며 일에 집중하는 여주였다.
"...먹여드려요?”
“뭐?”
“일 때문에 못 드시는 거 같길래요. 이거 좋아하시잖아요"
정국의 손에 들려있던 것은 다름 아닌 샌드위치. 여주가 제일 좋아하는 편의점 신상이었다.
외로움도 싫어하는 여주는 옆에서 누군가 있어주면 좋겠다 싶어 ‘마다하진 않을게'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정국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빈 의자를 가져와 여주의 옆에 앉았다.
“업무가 많네요"
"...응"
타닥, 타다닥. 여주의 타자 소리가 사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 정국은 샌드위치를 정성스럽게 까 여주의 입 근처에 조심히 가져갔다. 그러자 눈은 모니터에 집중한 채 쓱 오더니 와앙 하곤 샌드위치를 입에 담았다.

“맛있죠?”
“응, 맛있다"
“하나 남았길래 얼른 가져왔어요"
“잘했네"
여주의 칭찬에 볼이 붉어지며 내심 기뻐하는 정국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