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카페인

10화. 망했다

고백 사건 이후.

카페 <온도>의 공기는 묘하게 조용했다.

 

 

말은 한다.

대화도 한다.

근데… 예전처럼 웃지는 않는다.

 

 

“사장님.”

 

 

“네.”

 

 

“오늘 원두 뭐 쓰죠?”

 

 

“어제랑 같아요.”

 

 

짧다.

너무 짧다.

 

 

김여주는 괜히 우유 스팀을 필요 이상으로 돌렸다.

치이이익—

 

 

태산이 말했다.

“…우유 넘치겠어요.”

 

 

 

 

“아.”

 

 

“…김여주.”

“네.”

 

 

“손 떨려요?”

“…아니요.”

 

 

“떨리는데요.”

“…조금요.”

 

 

둘은 동시에 시선을 피했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정장 차림, 노트북 가방.

 

 

그리고 말 한마디.

“여기 브런치 예약 가능한가요?”

 

 

여주의 눈이 번쩍 뜨였다.

“가능합니다!”

 

 

 

 

태산: “잠깐—”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번 주 토요일, 단체 모임이에요.

한 15명 정도.”

 

 

…15명.

태산이 조용히 여주를 봤다.

 

 

여주는 환하게 웃었다.

“문제없습니다!”

 

 

손님이 나간 뒤.

정적.

 

 

“…우리 브런치 메뉴 세 개 있는 거 알죠?”

“네.”

 

 

“주방 직원 없는 것도 알죠?”

“…네.”

 

 

“15명 예약 받았어요.”

“…네.”

 

 

둘이 동시에 말했다.

“…망했네.”

 

 

-

 

 

금요일 밤.

카페는 거의 전쟁 준비 상태였다.

 

 

여주는 머리에 수건 묶고 재료를 썰고 있었고

태산은 레시피를 다시 정리하고 있었다.

 

 

“사장님!”

“네.”

 

 

“아보카도 어디 갔어요?”

“…냉장고요.”

 

 

“없는데요!”

“…어제 다 썼어요.”

 

 

“…뭐요?????”

여주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니 브런치 핵심이 아보카도인데요!”

 

 

 

 

“그래서 제가 예약 받지 말라고—”

 

 

“사장님 그 말 3초 늦었어요!!”

 

 

둘은 잠깐 서로를 노려봤다.

그리고 동시에 웃었다.

 

 

“…어쩔 수 없네요.”

“…어쩔 수 없죠.”

 

 

태산이 말했다.

“새 메뉴 만들죠.”

 

 

“…네?”

 

 

“있는 재료로.”

 

 

“지금이요?”

“지금요.”

 

 

-

 

 

새벽 1시.

둘은 카페 바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실패작 브런치 접시들이 가득.

“이거… 맛없네요.”

“응.”

 

 

“이건요?”

“…이건 먹을 수는 있어요.”

 

 

 

 

“와 기준 왜 이래요.”

여주는 포크를 내려놓고 한숨 쉬었다.

 

 

“사장님.”

 

 

“네.”

 

 

“저 때문에 이 난리 난 거죠.”

 

 

“…응.”

 

 

솔직했다.

여주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해요.”

 

 

잠깐의 침묵.

그리고 태산이 말했다.

 

 

“…근데요.”

“네?”

 

 

“이렇게 밤새 메뉴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여주는 고개를 들었다.

“왜요?”

 

 

“혼자 했으면… 재미없었을 거 같아서.”

그 말이

조용히 카페 안에 남았다.

 

-

 

 

다음 날.

브런치 예약 손님들이 몰려왔다.

 

 

주문 폭주.

커피 머신 돌아가고

접시 쏟아지고

여주는 뛰어다니고

태산은 계속 커피를 내렸다.

 

 

“김여주!”

“네!”

 

 

“토스트 두 개 더!”

“네!!”

 

 

한 시간 후.

마지막 손님이 말했다.

“여기 브런치 괜찮네요. 또 올게요.”

 

 

문이 닫혔다.

카페 안은… 전쟁터 같았다.

여주는 그대로 의자에 쓰러졌다.

 

 

“사장님.”

“네.”

 

 

“…우리 살았죠?”

“…응.”

 

 

태산은 계산기를 보며 말했다.

“오늘 매출.”

 

 

“…네.”

 

 

“이번 달 최고.”

 

 

 

 

여주는 벌떡 일어났다.

“진짜요????”

 

 

태산은 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너 없었으면 망했어.”

 

 

여주의 얼굴이 잠깐 굳었다.

“그거… 칭찬이에요?”

 

 

“네.”

 

 

“와… 오늘 두 번 들었어.”

 

 

태산은 피식 웃었다.

 

 

-

 

 

밤.

카페 불이 꺼지고

태산은 혼자 바에 앉았다.

 

 

김여주의 웃음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지금은 아니야.”

 

 

 

 

그가 중얼거렸다.

“근데…”

잠깐 멈췄다.

 

 

“…언젠가는.”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