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게 될 거야

그냥 찐따인 줄 알았던 태형이 S급 가이드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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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르셸


[ 센티넬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시다면 다음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 ]
















































여주가 자신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검지 손가락에 감싸 뱅글뱅글 꼬았다. 남들이 볼 땐 그저 웃고 있는 얼굴이긴 했다만 속으로는 자신의 화를 삭히는 중이었다.





"하아‧."





바로 사흘 전, 자신과 계약을 맺고 있던 개인 가이드와 연락이 두절되었기 때문이다.



아, 문자 하나만 남기고. 뭐라더라. 더 이상 나한테 가이딩을 하고 싶지 않다던가? 웃기고 자빠졌네.





"지가 지금 누울 곳 가릴 처지냐고. 널리고 널린 게 가이드인데."





습관적으로 손목 근처를 훑어보지만 아무것도 잡히질 않았다. 그제야 아침에 워치를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은 여주가 입술을 꾹 물었다.



물론 자신의 기억이 맞다면 수치는 80%를 웃돌았기에 당장 큰 상관은 없었지만 감히 가이드 주제에 먼저 계약을 파기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센티넬로써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니까 말이다.



그 아이를 당장 수소문해서 밟아버릴수도 있고 더 이상 가이딩을 하지 못하도록 짓누를 수도 있었다. 가이딩을 하지 못하는 가이드는 아마 저의 인생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을테니깐.



하지만 여주는 그리 잔인한 성정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단지 심기가 불편할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삼십 년. 약 삼십 년이 지난 일이다. 오직 돈에 의해, 돈을 위해서만 이루어졌던 계급이 무너졌다.



센티넬가이드의 발현으로 인해서.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돈을 중심으로 계급이 존재했던 대한민국은 이제 망했다. 그런 시대는 갔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빈민가에 살며 돈 한 푼 벌기 벅찬 삶을 살던 사람이 S급 센티넬. 정신계 페서네이트 발현으로 순식간에 피라미드 꼭대기를 차지할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건 실제로도 큰 화제가 되었던 스토리.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바로 저 여자, 임여주.



비교적 가이드가 센티넬보다 많은 편이다. 등록된 정보에 따르면 그랬다. 다만 너무나도 많은 가이드로 인해 등급이 낮을수록 대우가 그리 좋지 못했다. 센티넬은 낮은 등급까지도 꽤 좋은 대우를 받지만. 아무튼 그래서 일부러 능력을 숨기고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그래서인가? 여주는 자신의 가이드가 도망간 것보다도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 가이딩에 화가 났다.



가이드를 뽑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 봤지만 죄다 흔해빠졌고 더군다나 제대로된 가이딩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과 등급이 맞아야 했는데, S급 가이드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많이 쳐줘야 A+정도. 그 많은 가이드 중에 S급이 이렇게나 드물다니.



짜증나ㅡ. 정말이지 짜증나서 미쳐버리겠다. 요즘 가이딩들이 왜 이렇게 시원찮냐구. 정부에서 미등록 가이드 찾아내서 처벌이라도 해야하는 거 아니야?



여주가 속한 고등학교는 정부에 소속된 센티넬들을 가장 많이 양성해낸 곳이다. 센티넬은 학교를 졸업한 뒤 정부나 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그 수가 적다보니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거의 의무적. 쉽게 말해 공무원으로 보면 된다.



그 명성에 맞지 않게 일반인들도 여럿 있긴 하다만.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에서 잘 지내기는 한다. 그런데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자면,





"에이씨, 부딪치지 말라고 김태형! 네가 덜 맞았지, 어?"


"야야. 적당히 해. 일반인한테 뭔 관심을 그렇게 줘."


"기분 나쁘니까 그렇지! 눈 똑바로 뜨고 다녀. 한 번만 더 그 눈깔이 필요 없어보인다 싶으면 확-."





바로 저렇게.





"미, 미-, 미안..."





익숙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저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던 태형이 우물쭈물 거리는 것을 보던 여주는 한숨을 푹 쉬었다. 가뜩이나 기분도 안 좋은데 저게 뭐람. 종례도 안 하고 아주 잘하는 짓들이다.





"임여주. 네가 그렇게 대단하니? 그래, 알겠는데 여긴 학교야. 종례에 집중은 해야지?"





담임 선생님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여주가 복도에서 눈을 떼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짧게 대답하자 잔뜩 인상을 쓰느라 뻐근할 자신의 이마를 만지작 거리며 오늘 분리수거는 저보고 하란다. 여주는 기가 차 속으로 담임을 씹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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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냐. 단단히 찍혔네, 아주. 먼저 간다."





정국이 여주의 어깨를 토닥이고 지나갔다.





"알면 좀 도와주지, 나쁜놈‧‧‧"





그래, 정국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여주는 재활용 쓰레기로 가득찬 통을 들고 학교 뒷편으로 향했다.



그 날 여주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면 마지막으로 수치를 확인한 것은 가이드가 도망간 사흘 전보다도 오래되었다는 것. 그 말은 제대로 된 가이딩을 받은 지가 정확히 언제인지도 모른다는 것. 
‧결론적으로 수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 뭐 이렇게 무거워. 하도 무거워서 머리가 다 아프네. 이럴 때는 내 능력이 염력이었으면 좋겠다-."





과연 무거워서일까. 여주는 지끈 거리는 머리에도 그 흔한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폭주 가까이 간 것은 인생에서 딱 한 번 밖에 없었으니 아직 그 느낌을 잘 모르는 게 분명했다.



다섯 걸음에 한 번씩 내려놓고 쉬기를 반복하던 여주가 그 짓을 네 번 정도 반복하자 이내 자리를 잡고 주저 앉았다. 미치겠네. 오늘따라 힘이 하나도 없어. 묘하게 식은땀이 나는 뒷목을 스치는 찬 바람에 몸을 웅크렸다.





"하아, 하아ㅡ."





무겁긴 했다만 이 정도로 숨이 찰 일이었나?



아니. 아니다, 이건 단순히 숨이 가쁜 정도가 아니라 당장 죽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버거웠다. 여주가 힘겹게 올린 손을 들어 얼굴에 가져다 대어보았더니 아주 뜨겁게 끓고 있었다.



그제서야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이 폭주 직전이라는 걸.



눈을 뜨고 있기도 지쳐 감아버렸더니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선다. 없다. 근처에 단 한 명도 가이드가 없다. 그런데 이 인기척은 뭐지?



코너를 돌아서서 멈칫하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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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ㅡ."





잠시 저를 향한 눈. 빠르게 시선을 거두고 지나쳐가는 태형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진 여주가 울다시피 했다.





"가이드, 가이, 드가 필요해. 제발...제발 아무나 찾아줘."





이 순간 이 곳을 지나치는 것이 가이드였다면 좋았을 것을. 애처롭게 올려다보는 시선에 입을 달싹이던 태형이 조심스럽게 눈 높이를 맞추어 앉았다.





"
‧네가,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





그런 말은 예상도 하지 못했는지 여주는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손에 힘을 풀었다. 그야 당연히 아까 비굴한 모습으로 사과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뭘...해줄 수 있냐니?





"생각이 안 나? 그럼 울어봐. 내가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거짓말처럼 여주의 눈에서 맑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울어보라기에 운 것은 아니고, 그냥. 그냥-, 저도 모르게. 이 상황이 서러운 것인지 폭주에 가까워져 발 끝부터 차오르는 고통에 흘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눈물은 본인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이드도 뭣도 아닌 네가 대체. 대체 어떻게 날 구해줄 건데?



흥미로운 눈빛으로 여주를 관찰하던 태형이 헛웃음을 지으며 털썩 앉았다.





"하-, 제법 간절하단 말이야."





그 순간 믿기지 않을 만큼 소름끼치는 가이딩이 여주의 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접촉 가이딩이 아닌데도 이렇게 자극적일 수는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숨을 내뱉는 아이처럼 버거웠다.





"흐, 아아, 아-!"





달콤했고, 기분 좋은 상쾌한 향이 났다. 물기 어린 목소리로 소리내자 태형이 여주의 턱을 잡고 코 앞으로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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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도 안 했는데 예쁘게 울 줄 아네. 그럼,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기꺼이 채워드려야지."





여주가 뭐라할 틈도 없이 입술을 맞대는 순간 세포란 세포들이 전부 다 터질 것처럼 부푸는 기분이 들었다. 여태
‧. 가이드인 걸 숨긴 거야? 왜? 이 정도 상성이면 반드시 같은 등급이여야 가능하다. 여러 의문에 정신이 팔린 여주를 놓치지 않고 태형이 세게 허리를 감쌌다. 그것도 아주 잠깐, 이미 오랜 시간 갈증했던 여주기에 태형의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이 목에 팔을 둘렀다. 의문따위 알 게 뭐야.



그렇게 한참을 바닥에서 뒹굴었다. 무릎이 쓸려 까지고 피가 나도 작은 빈틈마저 허락할 수 없었다. 아랫입술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여린 점막을 뚫고 더 깊이, 더 깊이 탐하는 혀에 정신이 아득해진 태형이 여주의 어깨를 다급히 붙잡았다. 그럼에도 여주는 더 진득하게 몸을 붙여올 뿐이었다.



수치는 이미 한참 전에 100%을 넘어선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