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과 태형은 그 호수에서 만나, 거의 매일 밤
태형이 만들어온 커피를 마시며 밤을 함께 보냈다.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각자 마음도 터놓다 보니
지연과 태형은 서로에게 호감이 생겼다.
“ 왔어요? “
“ 먼저 와있었네요 “
“ 저도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
“ 저 오늘 할 말 있어요 “
“ 해요 “
“ 지금은 아니고 “
“ 또 궁금하게 하네 “

“ 그래서 안 들으려고요? “
“ 당연히 들어야죠 “
“ 오늘은 어디 갈래요 “
“ 저 반지 공방 가고 싶어요 “
“ 우린 맨날 만들러 가 ㅋㅋㅋ “
“ 추억 추억 “
“ 오늘 딱 다섯 번째 날 아니에요? “
“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잖아요 ㅋㅋㅋ “
“ … 가요 “
“ 근데 갑자기 웬 반지 공방 이에요? “
“ 다섯 번째 날이니까 “
“ 향수보다 더 예쁜 걸 만들고 싶었어요 “
“ 향수도 예쁜데 “
“ 이미 만들었잖아요 “
“ 저 방에도 뿌려요 ㅋㅋㅋ “
“ 완전 좋아 “
“ 잘 뿌려준다니 좋네요 “

“ 제가 더 감사하죠 “
“ 이 반지 어때요? “
“ 예쁘네요. 이걸로 할까요? “
지연과 태형은 서로 반지를 손에 넣어주며 사이즈도
재보고, 골랐지만 제일 중요한 건 반지 디자인이었다.
둘 다, 이니셜을 택했다. 서로의 이니셜.
왜 그랬을까, 각자의 이니셜도 아니라 왜 둘 다
서로의 이니셜을 택했을까.
“ 아 좋다 “
“ 서로 이니셜 하는 게 좋아요? “
“ 네 태형 씨랑 만든 거니까요 “
“ 태형 씨 이니셜이 있으면 좋죠 “
“ 그렇네요 ㅋㅋㅋ “
“ 얼른 만들고 가요 “
“ 저 할 말 있어요 “
“ 그래요 궁금해요 “

태형과 지연은 전보다 더 속도를 내서 빠르게 반지를
만들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반지.
서로 그 반지를 손에 꼭 쥐고 나갔다.
끼워주지 않고 서로 갖고 나가며 웃었다.
“ 벌써 좀 어두워졌어요 “
“ 어두워졌다니까 지연 씨가 “
“ 저보고 어두워 보인다고 한 거 생각나요 “
“ 이젠 아니에요 “
“ 근데 할 말이 뭔데요? “
“ 손 줘봐요 “
지연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태형은 J.Y 가 쓰인 반지를 끼워주며 말했다.
그 순간, 지연의 눈에는 조금 흑백 같던 태형의 모습이
빛을 받으며 색채가 탁 씌워졌다.
“ 우리 지금부턴 연인으로 만날까요 “
“…!”
“ 좋아요 “

“ 진짜 좋아해요 “
“ 저도 좋아해요 “
하고 지연도 손을 낚아채 반지를 끼워주었다.
그리고 지연과 태형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서로의 향으로만 가득 채워진 밤이었다.
태형에게 가장 행복한 밤,
지연에게 가장 행복한 밤이었다.
“ 사랑해 “
“ 내가 더 사랑해 “
“ 반지 예쁘지 “
“ 향수도 예뻐 “
“ 우리 지갑이 맺어준 인연이야? ㅋㅋㅋ “
“ 그런가 봐 ㅋㅋㅋ 지갑 고맙네 “
“ 번호 적어놓길 잘했다 “
“ 그러게, 잘했어 “
“ 예쁘다 지연아 “
태형과 지연은 서로 정말 예쁜 연애를 했다.
서로의 색이 잘 드러나고,
둘이 함께인 색으로 채워가는
예쁜 연애.
오늘은, 서로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는 날이다.
가장 예쁘고 멋지게 차려입고,
서로의 연애를 확신하는 날
만나기로 한 장소에, 저 멀리 지연이가 보였다.
나를 발견하고 아름답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지연이다.
빠앙—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고, 지연은 도로 한가운데에
쓰러져있었다. 그날의 설이처럼.
마치 태형의 악몽이 플레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태형의 흑백은 다시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