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함께 영원히

24_인연 (2)

24

*배경은 도서관이지만 책꽃이가 아니라 선반으로 생각해주세요!

인연

“여기 이게 여주님꺼고, 이게 붉은 여우님 팻말이에요.”

여주

“이게.. 아저씨 팻말이라고요?”

인연

“다른 팻말 하고는 좀 많이 다르죠?”

인연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인연

“이름을 새겨야 하는데 정령은 이름이 없으니까요.”

인연

“그래서 어떻게 팻말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성운 image

성운

“그런데 왜 이 둘만 따로 보관하는거죠.”

그게 의문점이었다.

다른 팻말들은 그저 선반에 놓여 서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었다.

둘만 연결해 놓은 것도 아니고 여러개를 연결해서 실이 엉켜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나와 아저씨의 팻말은 달랐다.

따로 둘만 다른 선반에 놓여있었다.

아저씨는 정령이라고 특별히 보관해둔 거였으면 좀 이해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내 것까지 함께 놓여져 있었으니 무언가 특이했다.

게다가 여러개의 실을 동시에 묶어놓은 다른 팻말과는 달리 내거는 아저씨의 팻말과 연결된 실 하나밖에 없었다.

여주

“이게.. 제가 아무와도 친하게 지낼 수 없었던 이유였군요.”

인연

“그런거죠. 실이 아니라도 인연을 만들수도 있었지만 아마 이 실 때문에 힘들었을거에요.”

인연

“이 점은 좀 미안하네요.”

성운 image

성운

“왜 제 팻말을 만들어서 여주와 연결한거죠?”

인연

“이야기하자면 길어요. 옛날에… 당신이 태어나던 시절로 돌아가야 겠군요.”

인연

“신이 생명을 만들기 시작하던 시절로 말이죠.”

인연

“먼저 제가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를 말해봐야겠어요.”

인연

“우선 둘이 살던 그때는 제가 인연의 실을 묶고 있지 않았어요.”

인연

“그때는 실의 도움 없이도 동물들은 짝을 지어 번식을 하고 자손을 낳았죠.”

인연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오래가지 못했어요.”

인연

“그저 동물들의 본능으로는 오래 나아가지 못한거죠.”

인연

“짝을 찾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많았고 혼자 힘으로 살아가려다 죽는 경우도 많았어요.”

인연

“그래서 그때쯤 저는 결심했어요. 동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거죠.”

인연

“그때부터 저는 동물들을 어떻게 해야 이을 수 있는지 연구했답니다.”

인연

“그런데 사실 전 그전에 천사였어서 신이랑 사이가 좋지는 않아요.”

인연

“그러다가 합의점을 찾았어요. 정령과 천사는 연결하지 말기.”

인연

“그리고 그뒤로 정령과 천사들에게는 이름이 금지되었죠.”

인연

“지금쯤이면 신도 제가 어겼다는 걸 잘 알겠군요. 신에게 갔다가 온 거잖아요.”

여주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인연을 맺는 건가요?”

인연

“아직은 보지 못했겠지만 건물 뒤에 아주 특별한 나무가 있어요.”

인연

“그 나무를 베어 특수제작한 도구로 이름을 새기는거죠.”

인연

“실도 특수제작해서 팻말에 묶는거에요.”

여주

“그런데 아저씨는 이름이 없잖아요.”

인연

“그게 제일 힘들었죠. 어떻게 해야 정령의 팻말을 만들 수 있을까.”

인연

“수많은 시도 끝에 성공한 건 바로 털이었어요.”

인연

“그 털 한가닥을 씨가 조금 벌어진 부분에 끼워넣고 심었어요.”

인연

“나중에 나무가 다 자라서 벨 때가 되었을 때 조심스레 베어봤어요.”

인연

“나무 중심부에서 정령의 기운이 느껴졌죠.”

인연

“그부분을 조심조심 베어내서 팻말을 만들었어요.”

성운 image

성운

“많은 시도를 했다는건 굉장히 오래전부터 했었다는 말이군요.”

인연

“맞아요. 사실 둘의 전생때부터 그려왔던 것이랍니다.”

인연

“둘 다 자신의전생은 모르죠?”

인연

“둘은 전에 각각 여우와 사슴이었어요.”

여주

“사슴이요?”

인연

“네, 맞아요. 하지만 둘은 사이좋은 친구였답니다.”

여주

“사슴이랑 여우면 원수 아닌가요? 여우가 사슴을 잡아먹잖아요.”

인연

“하지만 둘은 달랐어요. 함께 놀고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죠.”

인연

“둘만큼은 그 시간이 좋았어요. 급기야 친구에서 사랑하는 사이가 될 뻔했죠”

인연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어요.”

인연

“여우의 무리는 사슴과 지내는 걸 발견했어요. 그리고 몸싸움이 벌어졌지요.”

인연

“무리는 사슴을 잡아먹으려 했고 그걸 막으려한거죠. ”

인연

“혼자서 그 많은 여우들을 상대하기 버거웠고 결국 죽고 말았어요.”

인연

“붉은 여우로서 처음으로 말이죠.”

인연

“그리고 여우 무리는 사슴을 결국 잡아먹었어요. 그게 둘의 전생이에요.”

성운 image

성운

“내가.. 무리한테 싸움하다 죽었다니…”

인연

“좀 허무하죠? 게다가 평소에도 꽤 보던 장면이라 더 와닿을거에요.”

인연

“요즘의 여우들도 그러다 죽는경우가 꽤 많으니까요.”

여주

“그럼 그 허무한 장면을 보고 다음생에서 이어주고 싶었다 그거네요.”

인연

“그때는 거의 초반이였으니까요. 처음 죽어서 정령이 된 시기잖아요.”

인연

“그런데도 제 도움도 없이 여우와 사슴이 사이좋게 지내는 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죠.”

인연

“그런 둘이니 다음 생에서만큼은 이어주고 싶었어요.”

인연

“둘은 진짜 철천지원수로 태어나도 이어질 거라 확신했죠.”

성운 image

성운

“하지만 정령이 되어 실패할 뻔했군요.”

인연

“처음에 그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는 거의 좌절했어요.”

인연

“정령과 천사는 신이 묶는 것을 금지시킨 존재니까요.”

여주

“그리고 결국은.. 성공한거군요.”

인연

“맞아요. 팻말을 만들고도 아직 할 일은 많이 있었죠.”

인연

“훨씬 끈끈하고 질긴 실을 만들었어요.”

인연

“그리고 효과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단 하나의 끈만 묶기로 다짐했어요.”

인연

“많이 묶을수록 약해지거든요.”

인연

“인간계에서 본 적 있을 거에요.”

인연

“아는 사람이 많은 사람은 정작 한사람과도 진정으로 친한 사이는 아니죠.”

인연

“그냥 두루두루 친하잖아요.”

인연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말이에요.”

여주

“그리고 반대로 적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람들은 정말 깊고 질긴 인연이죠.”

인연

“그거에요. 그래서 둘만 묶어놓은 거에요. 여주님한테는 미안하네요.”

인연

“실 없이 맺는 인연마저 이 실 때문에 거의 만들지 못했잖아요.”

인연

“그저 제 욕심으로 여주님이 외롭게 살아온 게 정말 미안해요.”

여주

“괜찮아요. 덕분에 아저씨를 만났잖아요.”

인연

“둘이 정말 서로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네요.”

인연

“제가 얼마나 많이 기다려 왔는지 몰라요.”

인연

“둘이 함께 이곳에 오는게 얼마나 간절했는지…”

여주

“그런데요.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말인데요.”

여주

“그럼 제가 아저씨를 좋아하고 아저씨가 저를 좋아하는건 다 저 실 때문이에요?”

여주

“저 실이 없으면 울었다리는 남남이잖아요.”

여주

“그럼 제가 아저씨를 진짜로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런 감정을 느끼기만 하는거에요?”

여주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 당신이 무작위로 이어준거란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