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년
22 나에게 말해주세요



배주현
"......"


강의건
"......"

막상 큰소리를 내며 들어간 의건이었지만 딱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 걸면 뒤진다고 주현이 말한 게 불과 어제였다.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때 주현이 말을 먼저 꺼냈다.


배주현
"이거 봐, 이거 봐."


강의건
"......?"


배주현
"야."


강의건
"아, 예, 예."

본의 아니게 존댓말이 튀어나온 의건.

그런 의건을 신경 안 쓰고 말했다.


배주현
"너 아직 나 좋아하냐?"

의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깡!


배주현
"으아이씨!"

그녀가 깡통을 차며 분노를 소리로 표현했다.

아니, 쪽팔림을 소리로 표현했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1시간 전.


배주현
"너 아직 나 좋아하냐?"

10초 간의 정적.

10초라고 하니 짧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던 대화에 10초간 정적이 흐르면 굉장히 길게 느껴진다.

엄마랑 대화하다 10초간 말을 멈춰 봐라.

어머니 고구마 10만 개 드실 것이다.

이야기가 이상해졌는데, 하여튼.

주현이 다시 되물었다.


배주현
"어이?"


강의건
"... 그럴 리가 없잖아."

곧 그가 굉장히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강의건
"말했지, 넌 돈보다도 못한 애라고."


배주현
"으아아악! 망할 새끼이이이이!!!!"

주현은 그때보다 상처받진 않았다.

사랑하는 관계가 아니란 것도 알았고,

그것도 예상 범주 안엔 들어가는 시츄에이션이었으니.


배주현
'... 그래도 반응 보니 아직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멈칫.

그 생각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배주현
"흑.. 나쁜 새끼. 잔인한 새끼. 15살 때 본 선배같은 새끼이이이!!!"

하튼 여기서 최대한 분노를 삭이고 갈 생각이었다.

한편 남은 정국과 슬기.

슬기는 계획을 알고 있었고,

정국은 자신도 모른 채 유혹당했다.

장난이었다고 해도 보통 주현에게 유혹당하면 알고 당해도 설렐 텐데,

정국은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전정국
"... 제기랄."

주현이 의건에게 확실한 호감이 있는 건 둘째 치고,

의건의 반응이 문제였다.

사실 문 열고 들어오는 건 그도 예측했다.

09:00 PM
상황설명부터 하자. 1시간 전.


배주현
"정국아~ 오늘 밤은 같이 자자 응?"


전정국
"으, 으응?"

그 말을 들은 정국은 심각하게 당황했다.

누가 안 당황하겠는가?

그때 주현이 뒤에서,


배주현
'작전이야, 작전! 쟤가 날 아직 좋아하는지 확인할!'

이런 종이를 꺼내서 보여줬기에 납득했지.

조금 세지 않았나 싶긴 했지만,

저거만큼 확실한 것도 없었다.


배주현
"아니~ 내가 티도 많이 냈구.. 이제 슬슬 때도 된 거 같아서~"


강의건
"안돼!!!!!!!"

역시나 그가 들어왔다.

그리고 주현의 그 정곡을 찌르는,


배주현
"너 아직 나 좋아하냐?"

카운터가 들어갔고,

그의 반응을 정국은 살폈다.

진짜 차가운 표정이었다.

언뜻 보면 진심으로 보일 만큼.


전정국
'... 연기다.'

하지만 보였다.

움찔하는 것도,

파르르 떨리는 입술도,

그리고,


전정국
'... 그 망할 아련한 눈빛도.'

그래. 다 보았다.

그도 미련이 남아 있었다.

당시 밖에 있던 슬기도 알아챘다.


강슬기
'움찔하는 건 등짝도 움찔하는 게 보였고, 정국이 표정 보니 딱이지.'

그러나 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강슬기
'지가 미련 버리겠다는데, 내가 왜 도와줘?'

자기 스스로 주현을 걷어차는 놈은 도와줄 가치가 없었다.


강슬기
'... 이유는 궁금하네.'

그래도 그녀 역시 사람.

그래서 그냥,


강슬기
'조사해 봐야지, 뭐.'

조사해 보기로 했다.

강의건, 그의 생각과 흔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