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너머에서

두번째 은하수

답장을 보낸지 몇 시간 후에 그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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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시간 괜찮으시다면 오늘 중에 한 번 만나뵐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연재 계획이나 구상 같은 것들도 좀 듣고 싶어서요:)'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나같이 할 일 없고 시간만 많은 백수가 또 어디 있다고.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한 뒤 나는 잔뜩 들뜬 마음으로 옷장을 열어보았어요. 내 담당 에디터가 될 수도 있는 분을 만나러 가는데, 최대한 단정하고 세련돼 보이고 싶었거든요.

생각보다 준비를 좀 일찍 마친 나는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빨리 도착했습니다. 카페에 앉아 긴장 반, 설렘 반으로 그를 기다리길 10여 분, 저 멀리서 훤칠한 키의 남자가 걸어오는게 보였어요. 저 분이시구나, 보자마자 감이 왔죠.

카페 안으로 들어온 그는 두리번거리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자 조심스레 내 쪽으로 다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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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저기, 혹시... 은하님...."

은하

"아, 네! 맞아요, 저에요!"

내 말에 민현은 반갑다는 듯 눈웃음을 지으며 내 앞에 앉았습니다. 하얀 피부에 크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그는 잘생겼다고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딘가 묘한 매력과 분위기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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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다짜고짜 연락드려서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죠?"

은하

"아, 아니에요! 놀란 건 맞는데... 사실 좀 신기했거든요.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것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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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첫 화만 보고도 느낌이 왔어요. 은하님은 어딘가 전문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더라고요. 혹시 몰라서 다른 작품들도 읽어봤는데, 왜 아직 데뷔를 못 하셨는지 궁금할 정도였어요."

그는 나를 한껏 띠워주며 말했어요. 그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랐던 나는 그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말만 연신 반복했지요. 나를 찾게 된 계기를 설명하던 그는 이야기가 얼추 끝나자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며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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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괜찮으시다면 이번 작품 전개는 어떻게 구상중이신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는 도움도 좀 드리고 싶고, 잘만 마무리된다면 책으로도 출간해보려 하거든요."

은하

"채, 책으로요? 이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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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네. 반응도 좋을 것 같고, 소재도 좋아서 충분히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내게 말했습니다. 내 소설이 책으로 나온다니. 그게 바로 말로만 듣던 '데뷔'라는 거겠죠? 너무 기뻐 잠시 멍하니 웃던 나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아침에 챙겼던 콘티 작성용 노트와 구상도를 꺼냈어요.

은하

"...그래서 성은이는 유성이로부터 곡을 받게 되고, 음반을 냈는데 그게 반응이 좋은거죠. 그 후로부터 둘이서 작업을 하게 되는 빈도가 늘어나고, 유성이는 성은이한테 점점 호감을 갖게되는 구도로 써보려고 해요."

그는 흥미로운 눈길로 내 이야기를 경청하며 중간중간 나와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 내 노트에 적힌 내용을 보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처음의 긴장감은 온데 간데 없고 어느새 내가 제일 신나서 무척이나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었죠.

은하

"...여기서 특징은요, 유성이가 그래도 나름 프로듀서잖아요? 그래서 여주인공한테 가지고 있는 마음을 노래 가사로 표현하는거에요. 사랑이 담긴 정성스런 노래니까 대중들에게 반응이 안 좋을 리도 없고, 그 덕에 성은이의 인기도 점점 높아지고."

내 말에 그는 재밌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어요. 어때요, 내가 묻자 그는 얼른 대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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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

"너무 재밌어요. 뭐 하나 해내도 해내겠는데요?"

그의 말에 확신이 들었어요. 난 오늘,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요. 그의 말대로, 어쩌면 진짜 뭐 하나 해내겠다고요.

두번째 은하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