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너머에서

첫번째 은하수

내 이름은 지은하, 올해 23살이에요. 문예창작과 전공이고, 취미는 글쓰기 정도랄까요? 특별히 자랑할 건 없어요. 나는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그렇다고 인품이 아주 뛰어나지도 않거든요. 딱 하나 내세울 수 있는 건, 내겐 꿈이 있다는 거에요.

내 꿈은 유명작가가 되는 거에요. 중학생 시절부터 키워온 꿈이죠. 부모님께서는 글 쓰는 직업으로 어디 밥벌이는 하겠냐며 걱정하셨지만, 이제 막 인생의 봄날을 시작하려 하는 20대 청춘에게 그런 것쯤은 걸림돌이 될 수 없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 22살의 어리숙한 내가 찾은 방법은 바로 인터넷의 공모전 응시 준비 사이트였어요. 사이트에서 글을 연재하며 다른 작가 준비생들과 소통할 수도 있고, 극히 드물긴 하지만 관리자의 눈에 띠면 바로 데뷔할 수도 있대요.

1년이 지나 23살이 된 지금까지 나는 장편 두 개, 단편 다섯 개, 총 일곱 개의 길고 짧은 글들을 올렸어요. 다른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꽤 좋은 편이었지만, 아쉽게도 관리자의 눈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었죠.

왜 그럴까, 골똘히 생각해봤더니 내 글이 너무 낯설었을 것이라는 한 가지 가능성이 나왔어요. 내가 설정한 글 속 세계관들은 나 스스로가 보기에도 꽤 어렵고 복잡했거든요.

그래서 이번 신작은 평범한 로맨스 소설로 준비해봤어요. 신인 가수인 여주인공과 작곡가 겸 프로듀서 남주인공의 이야기이죠. 달달한 장면과 대사들로 중무장한 채 나는 그 첫화를 바로 어제 처음 올렸어요.

???

'작가님 이번 것도 대작 각인데요?ㅠㅠㅠ 대체 못 쓰는 장르가 뭐에요ㅠㅠㅠㅠ'

이런 종류의 댓글들이 많이 달렸어요. 대부분 내 이전 작품들도 재미있게 봐주시던 분들이었죠. 많이 부족한데 고마워요, 나는 그들의 댓글에 이렇게 답글을 달아 주었어요. 그리고 하루가 지난 오늘, 나는 평소처럼 노트북을 켜서 사이트에 들어갔지요.

로그인을 해서 글쓰기 창을 불러오려던 찰나, 프로필 가장자리에 뜬 쪽지 알림을 보았어요. 보낸 시간은 어제 새벽이었고, 보낸이의 이름은 '민현'이었어요.

민현 image

민현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전 본 사이트 부설관리자 겸 에디터 황민현이에요. 은하님 신작 보고 연락드려요. 이번 작 뿐만 아니라 이전 작품들도 모두 뛰어난 문학성을 보이고 있어, 혹시 괜찮으시다면 같이 일해보심이 어떠실지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이런 거겠죠? 관리자의 눈에 든다는 게.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헉, 하고 소리지르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내가 바라오던 꿈이 내 생각보다 조금 더 빨리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죠.

고민할 것도 없이 나는 얼른 감사하다며 승낙의 내용을 담은 답장을 보냈습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어요. 내 능력을 높이 쳐 준 그에게 고마웠고, 이제껏 쏟아왔던 노력들이 일제히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그 땐 그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 줄은 몰랐지." 지금의 나는 몇 년 뒤의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겠죠.

그게 나와 그의 시작이었다는 걸.

첫번째 은하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