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달, 청월
B. 과거


정국과 여주는 태어날 때부터 친구였다. 같은 병원에서 태어나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녔다.

그만큼 정국과 여주 부모님도 친했고, 여주는 몰랐지만 여주 부모님과 정국 부모님은 알고 있었다. 정국이 여주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둘이 같은 대학교를 다니고 파릇파릇한 21살이 되는 해였다. 정국은 여주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하고 학교 앞 식당에서 여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주가 언제쯤 오나 싶어 유리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까, 보면 안 될걸 보고 말았다.

끼익-

쾅!!!!!


전정국
“전여주! 전여주 정신 차려 봐, 여기 119좀 불러주세요!”

여주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에 치인 것이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사고 낸 사람은 없었다. 아마 도망친 듯싶었다. 하지만 뺑소니범은 몇 시간 만에 잡혔고 조사 받는 중이라고 했다.

여주는 아미병원에 입원했고 그 주변엔 여주의 부모님과 정국이 둘러싸고 있었다. 모두 여주가 깨어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1시간 정도 지나고 의사가 들어와 여주의 검사 결과를 말해줬다.

의사
“전여주 환자께선 사고 당시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외상도 엄청났고 아마... 기능도 저하될 것 같습니다.”

여주엄마
"아이고 우리 여주..."

의사
“환자분은 곧 있음 깨어날 겁니다. 그럼 이만.”

의사는 검사 결과를 말하고 우리와 한 번씩 눈을 맞추더니 병실 밖을 나갔다. 여주 어머님은 또다시 눈물을 흘리셨고 여주 아버님은 옆에서 다독이실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여주의 검지가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순간 잘못 본 줄 알고 손가락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확히 손가락이 움직였다. 여주 아버님도 그걸 보셨는지 어머님께 알려드렸다.

그러자 어머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시더니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여주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침내 여주가 가늘게 눈을 떴다.

전여주
"으으..."

여주엄마
“어머어머, 여주야 정신이 들어? 엄마 알아보겠어?”

전여주
“네... 근데 여기가 어디...”

여주엄마
“너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어.”

전여주
"아... 근데 이 분은 누구예요?"


전정국
"어, 어?"

그녀가 정확히 나를 응시하며 말을 했다. 분명 나를 보고 얘기한 것이다. 내가 그녀의 말에 당황해있는 사이 언제 부른 건지 의사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의사
“건강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전정국
“선생님 여주가 저를 못 알아보는데 잠깐 기억이 안 나는 거죠? 그죠?”

의사
“이 정도 수준으로 봐선..."

의사
"아마 기질성 기억상실증인 것 같습니다.”


전정국
“네...? 기억ㅅ, 상실ㅈ,... 하...”

의사
“환자분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보호자분이 신경쓰셔야 합니다.”

여주아빠
"예..."

건강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의사의 말이 끝나고, 정국은 자신의 맞은편에 선 의사의 옆으로 와 팔을 붙잡더니 말을 했다.

의사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저의 심정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는 듯 심하게 떨리고 불안에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정국을 바라보는 여주의 부모님, 정국의 부모님은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