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소녀
06. 가만 안 둬



김종인
나도 좋아해요, ㅇㅇ씨.


변백현
헤어 나올 수 없을 걸, 나한테?

08:57 PM
야근 중, 그 둘의 목소리가 자꾸만 생각나 머리를 띵 하게 만든다.

자꾸만 귀에서 웅웅거리는 그 둘의 목소리에 짜증이 난다.

신경질 적으로 마우스를 내려놓고, 화장실로 향한다.

그런데 10분 전 부터, 김종인 대리가 보이지 않는다.


김종인
왔습니다, 변백현 사장님.


변백현
아니, 귀한 곳에 이런 누추한 분이?

변백현의 말에 김종인의 눈썹이 살짝, 꿈틀 거렸다.

애써 올리던 입꼬리 조차 내려가고, 공기는 마치 한겨울 밤 마냥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변백현
같은 사장인데 말 편하게 하지,


변백현
J그룹 사장님?

사장님,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김종인의 표정이 굳어간다.


변백현
우리 회사 정보 빼내가려고 일반인인 척, 접근한 거 모를까봐?



변백현
근데, 정보도 모자라서 여자까지 빼내가면 내가 참. 곤란하지 -

우당탕 -

김종인이 변백현 책상 위 물건들을 세게 밀어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예상치 못 한 행동에 당황한 변백현은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바라보다간, 헛웃음을 낸다.

일을 시작하려는 순간,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나
뭔 소리지?

2층은 분명 아닌데, 그렇다면

나
변백현?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자리를 박차고 3층으로 향한다.

아니겠지, 설마.

김종인이 앉아있던 변백현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김종인
ㅇㅇ이 왜 니 여자야, 응?


변백현
어후, 왜긴 - 나랑 ㅇㅇ이는 키스까지 한 사이 -


김종인
그 입 닥쳐!!!!!

변백현의 머리가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변백현
아 시-발, 아파라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변백현도 김종인의 멱살을 잡아 올린다.



변백현
아프잖아요, J그룹 사장님 -

사근사근한 말투로 말을 하던 변백현의 무릎이, 김종인의 복부를 가격한다.


김종인
ㅇ, 아.


김종인
개새끼 마냥 생겨먹은 얼굴에 제법인데?

변백현
이런 ㅆ -

벌컥.

하는 소리와 ㅇㅇ이 들어온다.

나
ㅁ, 뭐하는 거에요 ?


변백현
아, 우리 ㅇㅇ이 왔어?



변백현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이렇게 제 발로 사장실을 찾아오네 -

분명 문을 열자마자 변백현의 얼굴은, 꼭 사람을 죽일 듯한 표정이였는데.


변백현
저 ㅇㅇ씨랑 얘기 좀 하게 나가 주시겠어요 - 사장, 아니 대리님?

김종인의 얼굴이 굳더니 이내 나를 보곤 살짝 웃음끼를 띄웠다.


김종인
뭐, 알겠습니다.

김종인이 나간 후,

나
아까 그 소리 뭐에요.

나
싸웠어요, 김종인 대리랑?

나
얼굴 한 쪽은 왜 이래, 설마 치고박고 싸운거야?

나
아니, 김종인은 멀쩡한 거 같.. 아니야, 절뚝거리긴 하던데

주체 할 수 없는 호기심에 마구 떠들어 댔더니,

변백현이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곤

넓은 그의 품이 나를 감쌌다.

나
ㅈ, 지금 나 안은 거에요? 왜?


변백현
그냥, 잠깐만 이러고 있자.

무례하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에, 가만히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눈을 살포시 감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 듯 한 변백현의 모습이 보였다.

그 상태로 30초 정도 정적이 흐르다가, 내 얼굴을 보며 변백현이 말했다.


변백현
ㅇㅇㅇ.

나
ㄴ, 네?


변백현
나랑 같이 먹자고 했잖아, 점심

나
아 그게, 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였 -

변백현
시끄러워.

처음 들어보는 그의 차가운 말투에, 마른 침을 삼켰다.


변백현
이번만.

나
네?


변백현
딱 이번만, 봐줄게.


변백현
하지만, 다음부터 김종인이랑 또 밥 먹어봐, 아니 말이라도 섞어봐

바짝 다가오는 그의 얼굴에 뒷걸음질 치다가 벽에 살짝 부딪힌다.

그런 나의 손목을 잡고, 금방이라도 키스 할 듯한 얼굴로 귀에 속삭인다.


변백현
가만 안 둬.

노래 나비소녀 중 - "그댄 나만의 아름다운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