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비 오는 날

성운이는 내 손을 꽉 쥔 채 놓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오네..."

말하면서 성운이를 힐끗 쳐다보니 그냥 딱딱한 표정으로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비 오는데 어떡할까...?"

"...그냥 가도 될 것 같아. 모자 써."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빗속을 걸었다.

물론, 아직도 손은 놓지 않은 채.

계속 이러고 있다가는 손에 피가 안 통해서 손이 저릴 것 같다.

"성운아, 손 좀..."

"안돼."

"어?"

잠깐의 틈도 없이 단호하게 날라온 대답에 나는 움찔했다.

"에... 왜?"

"위험..."

성운이는 말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아, 미안해...! 괜찮아?"

성운이는 손을 재빨리 놓았다.

...이제서야 원래의 성운이로 돌아온 것 같다.

"너 괜찮아? 그 사람 누구야?"

"그냥 아는 사람. 괜찮아. 겉으로는 저렇게 생겨도..."

성운이는 말을 잇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못했던 걸수도.

겨우 집에 도착했다.

우리 둘 다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 있었다.

"먼저 씻어."

갑자기 성운이가 말을 걸어서 깜짝 놀랐다.

"응? 아냐아냐. 머리만 좀 말리면 돼. 씻을 거야?"

"아니, 나도 됐어."

또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근데..."

"사실..."

동시에 말해버렸다. 눈이 딱 마주쳤다.

"서, 성운아. 너, 너 먼저 말해!"

"아니야. 너가 먼저 말했잖아. 왜?"

성운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옷 좀 갈아입어야 할 것 같아서..."

"응? 그래. 갈아입고 와."

나는 방에 들어가 문을 철컥하고 잠갔다.

그리고 문에 기대어 미끄러지듯이 스륵 주저앉았다.

"하성운 대체 왜 그래..."

축축한 옷을 벗었다. 그런데 갑자기 익숙한 벨소리가 들렸다.

"전화 왔어- 모르는 번호로."

"어, 잠깐만 - ."

나는 재빨리 옷을 입고 거실로 나갔다. 하지만 그 사이에 전화가 끊겼다.

"아, 끊겼네... 필요하면 다시 전화하겠지."

라고 말하며 성운이를 향해 돌아봤는데,

얼굴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갑자기 성운이가 내 머리로 손을 뻗었다.

'응? 이거 무슨 상황이야? 미친? 개미친? 집에 우리 둘밖에 없고, 우리는 흠뻑 젖었고, 그리고...'

하성운은 엄청 섹시하고.

성운이는 내 머리칼을 매만지며 말했다.

"머리 헝클어졌다."

나 무슨 상상을 한 거야...

갑자기 내가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왜 그래? 감기 걸렸어?"

손을 이마로 가져갔다.

보나마나 내 뺨이 발그레해졌겠지.

나 이제 어떡하냐.

이렇게까지 너한테 면역이 없는데.

너는 날 그냥 소꿉친구로만 생각하겠지 - .

나 혼자서 상상이란 상상은 다 하고.

나는 모르는 어두운 과거가 있는 것 같아서 기분나빠. 신경쓰여.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씁쓸해졌다.

그때, 다시 벨이 울렸다.

작가입니다.

제가 원하는 느낌이 나온 것 같아 넘넘 뿌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