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불행히도, (2)

성운이는 계속 내 집에서 지냈다.

그냥 별 탈 없이 며칠이 훌쩍 지나간 것 같다. 이제 성운이를 만난 이후로 그 꿈도 꾸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지이잉 -

"문자 왔어!"

성운이의 말에 나는 설거지를 멈추고 쪼르르 거실로 달려갔다.

나는 휴대폰 잠금화면을 해제하고 문자를 확인했다.

[강서준]

...벌써부터 예감이 좋지 않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화면을 터치해서 내용을 쭉 읽었다.

[안녕하세요, 그때 옷에 커피 쏟은 사람입니다...ㅎㅎ;;

제가 바빠서 며칠동안 연락을 못 드렸네요ㅠㅠ

조만간 만나보고 싶은데, 답장 주세요!]

'남자치고 말투가 상큼하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성운이를 향해 빙글 돌았다.

"엇!"

"뭐해~?"

성운이의 얼굴이 또다시 코앞에 있었다. 위험해!!!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응? 그냥..."

나는 나도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빠르게 휴대폰을 등 뒤로 숨겼다.

하지만 성운이가 더 빨랐다.

"왜 그래? 보여주면 안 되는 내용이라도 있는 거야?"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성운이는 휴대폰 화면을 보았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다.

"야, 이거... 강서준이잖아! 설마 너 몰래 만나려고 한 거야?!"

"아니... 나도 모르게 그만..."

"절대 안돼. 정말로 안돼. 이거 진짜 괜히 하는 말 아니야. 꼭 내 말 들어.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성운이는 못 미더운 표정이었다.

"불안한데에... 그래도 너니까 믿을게!"

싱긋 웃는 성운이의 얼굴에 가슴이 시렸다.

그 얼굴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날 버리지 않을 거지?'

불안해서 계속 그렇게 묻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내가, 그 말을 듣지 않으리라는 것에 더 마음이 아팠다.

나는 성운이를 꼭 알아야겠으니까.

내 이기심인지 몰라도 나는 내가 보지 않은 부분도 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응."

나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알았다며 웃는 그 미소가 마음에 걸린다.

내가 가지 말라고 했는데, 너무 다 얼굴에 티가 난 건가...?

내 과거 따위 궁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강서준, 너는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괴롭하는 거야?

난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상처주고 싶지 않아.

너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설마 진짜 강서준한테 가는 건 아니지?

너를 믿을게. 제발...

설령 가더라도. 강서준이 하는 말을 믿으면 안돼.

내가 모든 걸 털어놓을 때까지,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기다려줘.

용기가 나지 않아... 떠올릴 때마다 너무 아파.

제발...

나는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궜다.

'성운아, 미안해...'

그리고는 휴대폰을 열어 강서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 당장. 어디서 만날까요?]

평소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도 없는데, 나는 초조한 마음에 손톱을 물어뜯으며 답장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문자가 왔다.

[급하신가 봐요. 저 지금은 좀 바쁜데...]

이게 지금 날 갖고 노나?!

[잠깐이면 돼요. 옷은 괜찮으니까 만나요.]

그러자 조금 이따가 문자가 도착했다.

[네, 그럼 커피타임에서 봐요.]

커피타임은 내 집에서 조금만 가면 있는 카페다.

나는 핑계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해야 하지? 성운이가 분명 의심할 텐데...

아! 알바 면접 보러 가야된다고 해야겠다.

나는 숨을 훕 들이마시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좋아. 최대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

"성운아, 나 간다?"

"응? 갑자기 어딜?"

"에? 내가 말 안 했나? 나 면접 보러 가잖아. 카페에."

"아... 그래? 기억이 안 나네..."

성운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말을 안 했으니 기억이 안 나는 게 당연하지...

"그래, 그럼 갔다와."

"알겠어, 이따 봐!"

나는 웃으며 집을 나왔다.

카페에 드디어 도착했다.

가게 문앞에서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강서준이 보였다.

나는 최대한 침착하고 우아하게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러자 강서준은 능청스럽게 웃음을 지어냈다.

"좀 늦으셨네요~ 저 좀 바쁜데."

"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강서준은 어깨를 살짝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옷 꼭 사드려야 하는데. 정말 죄송해요. 정말 제가 옷 안 사드려도 괜찮으시겠어요?"

"성운이랑 무슨 사이야?"

갑자기 낯빛이 확 바뀌었다.

"그러면 더욱 얘기가 빨라지겠네요. 서론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는 스타일은 아닌 줄 알았는데 말이야."

말투도 반말로 바뀌었다.

"빨리 말해. 목적이 있어서 나한테 접근한 거잖아."

"당신이 목표물이 아니라, 우리 성운이가 목표물이지."

'우리' 성운이?

겁나게 거슬리네.

"그럼 왜 그러는데?"

"빚이 있거든. 성운이한테 말야."

"뭐? 빚?"

작가입니다.

오오... 2000자 넘기는 거 처음인 것 같아요...

재밌게 보셨다면 댓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