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BJ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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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방 안 습관처럼 침대에 누워 인터넷 방송을 시청 중이던 정현은 마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과 마주 했을 때의 표정을 지어보이며 이불을 발로 펑펑 차기 시작했다.

유정현

아 미쳐.. 쿠키야.. 내가 너 때문에 산다..!

정현이 말한 '쿠키'는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제이였다.

사실 귀여운 토끼 가면을 쓰고 방송을 진행하는 탓에 그의 진짜 얼굴은 공개 되지 않았지만, 꿀을 바른 듯한 달콤한 목소리와 사랑스러운 말투는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공략하고도 충분했다.

쿠키 image

쿠키

누나들 오늘 하트 많이 주면 쿠키 방송 좀 더 볼 수 있는데.

이미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세를 타고있는 정현. 오랜만에 보는 방송이라 소심하게 하트를 충전하여 보내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구 오늘도 예쁜 내새끼.

쿠키 image

쿠키

어, 우리 쿠키쩡 누나 오셨다.

유정현

헐.. 쿠키가 내 닉네임을 불러줬어..

쿠키 image

쿠키

누나, 요즘 왜 이렇게 뜸 했어요. 보고 싶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던 애인을 다시 만난 사람처럼 좋아하는 쿠키의 반응에 심장이 요란스럽게도 울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두 배로 난리가 나버린 채팅방.

온통 그녀를 부러워하는 말들이 가득하게 도배가 되어버리자 너무 삐치지 말라며 곧 바로 분위기를 능숙하게 바꾸는 쿠키였다. 역시 프로 조련사!

유정현

진짜 헛 되게 살지 않았나 보다.. 살면서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이야..

화면 속 안에 있는 사람한테 무슨 절이냐 싶겠다만, 그래도 개의치 않고 절은 꼭 해야겠다며 그대로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는 정현이었다. 아마 이 모습을 부모님께서 보셨더라면 목 잡고 뒤로 넘어가셨겠지.

쿠키 image

쿠키

아, 쩡 누나 오랜만에 왔으니까. 오늘 내가 마음 먹고 애교 부려준다.

유정현

애교..?

올해로 3년차 비제이지만, 일년 중 한 번 나올까 말까로 보기 힘들다던 그 애교를 지금 나 때문에 한다는 거야? 애교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팬들과 함께 비 오듯이 쏟아지는 대량의 하트들.

귀여운 토끼 가면을 쓰고있던 쿠키가 양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작게 속삭이듯 말을 하자 그대로 자빠져버린 정현이었다고.

쿠키 image

쿠키

쩡이 누나 사랑해, 고마워요. 하트 뿅뿅.

오직 정현만을 위한 쿠키의 애교가 끝나자마자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 듯, 팬들의 '쿠키 사수하기' 대작전이 펼쳐지게 되었다.

'쿠키는 내 거야님이 200개의 하트를 보내셨습니다.' '쿠키사랑님이 300개의 하트를 보내셨습니다.'

쿠키 image

쿠키

누나들, 무리하면 쿠키 속상해.

유정현

미친.. 진짜 러블리하다, 러블리 그 자체야..

거의 기절 직전의 상태였던 정현은 다시 붙잡은 정신줄과 함께 아차 하며 다시 휴대폰을 들고는 쿠키 매니저에게 채팅을 보내기 시작했다.

'쿠키쩡: 혹시 지금 생방 녹화 중이신가요? 녹화 중이시면 나중에 애교 부렸던 장면만 따로 잘라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ㅠㅠ' '쿠키러버: 네, 꼭 보내드릴게요!'

유정현

대박.. 오늘 복권이나 사러 갈까.

진지하게 고민을 하던 정현은 다시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괜히 그랬다가 돈 날리면 아까우니까, 그냥 쿠키 용돈이나 줘야겠다.

'쿠키쩡님이 150개의 하트를 보내셨습니다.'

쿠키 image

쿠키

어? 뭐야 뭐야.. 용돈?

유정현

응! 우리 쿠키 다 해먹어라!

현실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붙잡고 혼잣말 중이던 자신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좋다는데 뭐 어쩔꺼야 하며 하하호호 떠들기를 반복하다 배고픔이 밀려와 결국 방송을 그만 보기로 마음을 먹기로 한 정현이었다.

'쿠키쩡: 쿠키야..누나 그만 밥 먹으러 가볼게!'

빠르게 넘어가는 채팅 중에 쿠키가 자신의 것을 볼 가능성은 제로. 하지만 뭐가 됐든 우선 지르고 보자는 심정으로 채팅을 치다 잠시 뒤에 또 한번 심장을 부여 잡을 수밖에 없었던 정현. 아 행복한 삶..

쿠키 image

쿠키

누나 지금 갈 거야? 나랑 좀만 더 놀다 가지.

유정현

헐.. 헐..!!

꿈 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 잠시 일시정지 상태가 돼버린 정현은 곧바로 조심스레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던 베개에 뽀뽀세례를 날리며 아이처럼 방방 뛰어대기 시작했다.

유정현

쿠키! 앓다 죽을 내 쿠키! 내가 진짜 너 때문에 산다!

그렇게 혼자서 쌩 난리를 펼치고 있는데 자신을 찾는 듯한 쿠키의 목소리에 재빨리 자세를 잡고 키패드를 누르는 정현이었다.

쿠키 image

쿠키

아, 누나 간 줄 알고 깜짝 놀랬잖아요.

시선을 채팅창에서 떼지 못 한 채 한 쪽 입꼬리만 끌어당겨 웃고 있는 쿠키의 모습에 방송을 시청 중이었던 모든 여성들은 물론이며 입을 틀어막고 있는 자신마저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뛰어대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오열을 했다고 한다.

유정현

웃지마, 너 때문에 내 심장이 고장이 나버린 것 같다고...

그러다 쏟아지는 하트에 감사의 인사를 표한 쿠키가 토끼 가면을 긁적이며 말했다.

쿠키 image

쿠키

여러분, 나 오늘 먹방 메뉴 좀 골라줘요.

유정현

우리 쿠키.. 배고픈가 보네.

마침 또 저녁 먹을 시간이기도 하고, 약 2시간 정도 토크 방송을 진행 중인 쿠키는 엄청나게 배고플만 하지.

먹방이라.. 같이 고민을 하던 정현은 결국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치킨 브랜드 회사 이름과 함께 하트를 보냈다고.

쿠키 image

쿠키

누나도 여기 브랜드 좋아해요?

유정현

너가 제일 좋지만.. 여기도 좋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정말 이상한 여자라며 손가락 질을 하겠지만, 집에서 편히 쿠키와 대화하는 듯한 기분으로 혼잣말을 하는 정현이었다.

쿠키 image

쿠키

오케이, 그럼 나 쩡이 누나가 좋아하는 치킨 시키고 올게. 좀만 기다려.

쿠키가 의자에서 일어나자, 정현도 재빨리 앱을 켜 치킨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가만히 침대에 앉아 쿠키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폰을 만지작 거렸다.

쿠키 image

쿠키

누나들, 주문 하고 왔어. 50분 정도 걸린다더라.

유정현

어? 나도 5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쿠키쩡:쿠키야, 누나도 50분 정도 걸릴 예정ㅠㅠ'

알바생

신기하네. 누나 그럼 오늘 나랑 같이 치킨 먹겠다.

지금 우리 쿠키가 '같이'라고 했어.. 이게 이렇게도 설레는 단어였던가? 자꾸 웃어 주니까 좋아서 미치겠다.

유정현

아.. 오늘 밤은 다 잤구나..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채팅으로 쿠키와 소통도 하고 잊혀져 갈 때마다 하트를 보내고 있던 정현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재빨리 지갑을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유정현

네, 나가요!

배달원

21000원이요.

유정현

넵! 여기요.

배달원

맛있게 드세요.

콧 노래를 부르며 치킨 먹을 준비에 한창 설레어있던 정현은 쿠키의 목소리에 모든 행동을 멈추고는 후다닥 달려가 다시 휴대폰을 제 손에 쥐었다.

쿠키 image

쿠키

와, 맛있겠다. 역시 쩡이 누나가 먹을 줄 알어.

유정현

헉, 이거 우연인가? 메뉴가 똑같아.

쿠키 image

쿠키

그럼 오늘도 감사히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얼굴 전체가 가려진 가면이 불편했는지 눈만 가릴 수 있게 파티용 가면을 쓴 쿠키의 모습에 또 한 번 반한 시청자들은 하트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미친!

쿠키 image

쿠키

하트 고마워요. 아 맞다, 쩡 누나 치킨은 닭다리 먼저 먹어야 되는 거 알지?

유정현

응, 당연하지!

예쁘게도 잘 먹는 쿠키를 보느라 치킨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을 놓고있던 정현은 갑자기 일이 생겨 방송을 종료하겠다는 쿠키의 말에 큰 아쉬움을 표현했다.

쿠키 image

쿠키

그럼 내일 보자, 내 사랑들.

유정현

흑... 잘가 쿠키야..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쿠키도 없으니 본격적으로 치킨 뜯을 준비에 나선 정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해 냉장고 문을 열어 재꼈다. 치킨엔 맥주인데.. 귀찮게 또 사러 가야 되네.

결국 맥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급하게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지갑만 들고 문 밖을 나선 정현.

결국 맥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급하게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지갑만 들고 문 밖을 나선 정현.

유정현

으.. 겁나 추워.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지나 자주 가는 편의점으로 향하던 정현은 텅 빈 건물을 보고 다시 5분 더 걸어가 새로 생긴 듯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알바생

...

유정현

뭐야, 인사도 없이..

폰만 만지고 있네. 속으로 알바생을 곱씹으며 주류 코너에 멈춰 선 정현은 제일 좋아하는 맥주를 집어 들고는 카운터로 향했다.

유정현

이거 얼마예요?

알바생

4100원이요.

유정현

헉, 가격이 올랐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카드를 내민 정현은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는 알바생을 관찰하게 되었다. 큰 키에 적당한 어깨..그리고 팔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