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달콤살벌 현실 로맨스

1화 과거로 넘어가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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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으휴 병신아. 그럴거면 연애를 하지마. 하지마.

김여주

야! 내가아~ 엉?! 너한테까지 잔소리를 들어야 쓰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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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제발 술 마실 때마다 나 좀 불러내지마. 어?! 내가 네 종이냐?! 종?!

김여주

우씨.. 하나 밖에 없는 불알친구라는 놈이...

중얼중얼 말을 내뱉자 백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변백현은 내 불알친구. 아니 소꿉친구로 초등학생때부터 줄곧 친구로 지내왔고 더불어 집도 옆집에 살고 있는 친구였다. 

서로가 이성으로 전혀 느끼지 않는 진짜 그냥 남자 사람 친구. 물론, 변백현이 나에게 욕할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술을 마실 때면, 아니 정확히 남자친구와 이별을 할 때마다 취해서 부르는 변백현은 기가 차다 못해 이제 빡침의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다. 술만 마시면 변백현을 불러내는 이상한 버릇이 생긴 건 20살이 된 그 날부터 였을 것이다.

김여주

아.. 취한다 취해..

여고를 나온 나는 1월 1일 고등학교 친구들과 술파티를 벌였고 부모님의 유전적 영향 때문일까 술을 더럽게 못 먹었다. 물론 술을 못 먹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체질과 반대되게 나는 술을 또 엄청 좋아하는 게 문제인 것이다.

홍대에서 방을 잡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을 마시고 나왔을 때 였다. 차가운 공기가 온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었지만 내 정신을 깨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휘황찬란한 조명들이 내가 걸어가는 길을 비추었지만 문제는 그 길이 정확한 길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걷는 건 내 의지로 걷는 것인지 아니면 본능적인 움직임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 변백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전화벨이 한참을 울리는 동안 나는 대충 보이는 계단에 걸터 앉아 다리를 꼬았다.

누가 술을 먹으면 추위도 못 느낀다고 했어..?! 속까지 떨려오는 추위에 온 몸이 경직 되는 기분이었다.아씨! 애는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괜한 심술이 올라 올 때쯤 전화벨이 멈추고 변백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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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아. 왜.

김여주

뭐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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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뭐야. 술 쳐먹었어? 으휴. 이제 1월 1일이다. 기지배야.

김여주

흥. 나 좀 데리러 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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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아 뭐래. 나 게임 중이야.

김여주

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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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응.

김여주

헐.. 피방이야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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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뭐래. 끊어.

김여주

아.. 안돼..!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듯 성의 없는 대답에 나는 다급하게 변백현을 불렀다.

김여주

아!! 데리러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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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아씨!! 어딘데!!!!!

김여주

힛.. 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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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씨발. 넌 밥 쏠 각오해라.

그래. 이때부터였다. 나는 정말. 정말. 단 한 번도 변백현에게 밥을 사지 않았고 술을 마실 때마다 변백현을 막무가내로 불러냈다. 나는 어쩌면 답이 없는 친구일지도 모르겠다.

김여주

그래서어 백혀나~! 나 이제 정말로 끝났다니까아? 차녈이 오빠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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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안 궁금해. 안 궁금하니까 집에 좀 가자.

김여주

아! 나 통금까지 한 시간이나 남았어! 기다려.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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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하.. 제멋대로인 건 초딩 때랑 변함이 없냐.

오늘은 내가 대학교에 와서 300일 가량을 사귄 첫 남자친구와 이별을 한 날이었다. 그것도 대충20번째 이별. 이게 무슨 소리냐고? 내 인생 이렇게 뜨거운 사랑이 처음이라 그런지 우리는 서로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달랐음에도 억지로 끼워 맞추고자 했고 그게 20번의 이별과 만남을 반복했다. 결국 20번째 이별을 끝으로 우리는 지쳐서 서로의 손을 놓았다.

김여주

야. 백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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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뭐.

김여주

나 근데 좀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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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그래서 뭐. 또 만나겠다고?

김여주

아니. 난 아직 좋아하는데 오빠가 나 이제 질린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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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이 미련곰탱아. 적당히 해.

김여주

응. 알아. 진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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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알면 됐고.

김여주

아는데! 아는데! 슬프다고오!!

으아앙- 결국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것들로 꾹꾹 눌러놓은 감정들이 폭발하였지만 울면서도 서러운 건 이 답답한 가슴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 것이었다.

체기를 먹은 듯 답답하기도 하지만 당장 모든 걸 토해내고 싶을 정도로 울렁거리는 속도 술 때문만은 아니었다.

숨이 넘어갈 듯 꺽꺽 거리자 변백현은 내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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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으휴.. 병신..

작게 욕짓거리를 내뱉던 변백현은 의자를 끌고와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도 변백현의 목소리는 조금도 묻히지 않고 조곤조곤하게 나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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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울지마. 네가 잘 못한 건 없어. 그냥 털어내. 바보야.

변백현의 손이 감히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카톡-

[시간 되냐. -찬열오빠-]

찬열오빠에게서 카톡이 날아왔다. 내가 핸드폰을 꺼냄과 동시에 변백현은 나와 눈이 마주쳤다.너 설마... 미심쩍은 눈빛으로 나를 한번 훑어보던 변백현은 그대로 내 핸드폰을 낚아채갔다. 변백현은 나를 20년 가까이 봐와서 그런지 잘 알아도 너무 잘 안다.

당장 찬열오빠에게 답장을 하고 싶은 나는 벌떡 일어나 변백현에게 소리질렀다.

김여주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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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안돼!!!

나는 우리의 달콤 살벌 로맨스를 천천히 되짚어 가보려고 한다.

[2017년 3월 중순. 대학교 오티 전날.]

김여주

야. 변백현. 봤냐? 이 누님이 4년제에 떡 하니 붙어서 드디어 오티를 간다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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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예비로 겨우 붙어놓고 말이 많아.

김여주

허!!! 예비도 붙은 건 붙은거야~!

신이 난 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뀐 변백현은 내 앞에 놓여있는 맥주잔을 가져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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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오티 가는 기지배가 술이냐? 정신 못 차리지 아주.

노란빛의 조명이 맥주 마실 맛을 나게 해주는 봉주비어에 있는 우리는 오후 5시 조금 이른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 맥주를 가져간 변백현은 내 앞으로 네모난 상자를 툭 던져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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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술 그만 쳐 먹고 멀미 약이나 잘 챙겨 먹어라. 또 버스에서 멀미 난다고 지랄하지 말고.

김여주

흥. 이건 아리가또다.

평소 멀미가 심한 내 생각을 한건지 멀미약을 내려놓는 변백현의 모습에 감동을 받으려는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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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네가 민폐 끼치는 건 나로도 충분하지 않냐.

김여주

개새..

감동은 개뿔. 변백현은 나한테 좋은 말을 해주는 법이 없다.

오티날 밤

평소 밝은(또라이) 스러운 성격 덕분일까 두루두루 친해진 나는 우리과 학생회의 공연을 보면서 큰 소리로 응원을 하고 있었다. 바로 레크레이션!

고등학교 졸업하면 두 번 다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꽤나 체계적인 시스템에 나는 축제 분위기를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MC

자. 이런 곳에서는 춤을 뺄 수 없죠. 각 과 회장은 춤 잘추는 신입생을 데리고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진행을 맞은 총동 (총 동아리 연합회) 회장은 상품을 보여주며 크게 외쳤다. 마이크를 타고 나오는 목소리에 나는 자신 있게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래 뵈어도 공연 다닌 몸이다 이거지. 고등학생 때 댄스 팀에 들어가 공연을 다녔던 경력이 있던 나는 자신 있게 일어나 회장선배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때부터 였다. 나와 찬열 오빠가 묘한 연결점이 생긴 순간.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무대 바로 아래. 찬열오빠는 신나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