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수사일지

Ep. 12 ° 국가 기밀금고 도난 사건 (5) _

김 경사님과 김 경장님을 제외한 팀원들이 취조실에 들어섰다. 우리가 들어서자 깍듯하게 인사하는 취조실을 지키고 있던 순경 두 명... 강력 2팀이었던가. 강력 3팀 말고는 사이가 괜찮은건지 가볍게 손 인사를 하며 순경 둘을 내보내는 김 경감님.

취조실 책상에 둥그렇게 둘러서서 용의자 두 분을 찬찬히 훑어보시다가 김 경사님과 김 경장님이 뒤늦게 합류하자 그제서야 광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여는 김 경감님.

김석진 [32] image

김석진 [32]

"이태민씨. 귀가하셔도 됩니다-"

이태민 [32]

"아이... 드디어 보내주네 참."

도범수 [45]

"...뭐야. 저는 여기 계속 있습니까?"

이태민 [32]

"하-, 도범수씨. 연락해요~?"

이태민 [32]

"전 먼저 갑니다. 오늘 즐거웠어요~"

이태민씨의 비꼬는 말투를 묵묵히 들으면서 서있다가 이태민씨가 나가자마자 박 경장님한테서 수갑을 건네받는 김 경감님.

도범수 [45]

"...뭐죠. 그 수갑은?"

김석진 [32] image

김석진 [32]

"도범수씨?"

도범수 [45]

"설마 지금 절 범인이라ㄱ,..."

김석진 [32] image

김석진 [32]

"당신을 국가 기밀금고 도난사건의 최종 범인으로 긴급 체포합니다."

도범수 [45]

"허? 저기요. 형사님, 충분히 말씀 드렸을 텐ㄷ..."

김석진 [32] image

김석진 [32]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도범수 [45]

"이봐요. 경찰양반!"

김석진 [32] image

김석진 [32]

"지금부터 하는 모든 발언은...!"

김석진 [32] image

김석진 [32]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살기가 담긴 김 경감님의 눈빛에 언성을 높이려던 도범수씨도 입을 꾹 다물었다. 그제서야 험악했던 인상이 풀어졌고 도범수씨의 눈에 눈물이 일렁였다. 이내 눈을 감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도범수씨를 난 봤다. 마치 사연 있는 사람처럼.

[사건의 전말 _ 도범수 시점]

나는 청소부다. 정확히는 '청와대에서 일하는' 청소부. 젊은 나이엔 명문대도 번듯하게 나와서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고 사채업자들에게 쫓기게 되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선택한 직업이다.

다들 편견이 있겠지만 이 직업은 웬만한 회사원들보다 돈을 잘 번다. 가끔 우릴 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버틸만 했다. 가끔씩 순수한 어린아이들이 날 보고 감사하다고 인사해줄 때도 있었기에.

그리고 길거리 청소만 한 지 얼마 안 돼서 운 좋게 청와대 청소부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로또 맞은 거라며 축하해줬다. 정말 이건, 하늘이 내게 주신 기회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당직 바꿔줘서 고마워, 범수씨..."

"내가 오늘 정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내가 나중에 꼭 갚을게."

도범수 [45]

"아이, 괜찮습니다-"

도범수 [45]

"조심히 들어가세요."

"고마워... 수고하고."

도범수 [45]

"네~"

청와대 청소부로 일하면서도 주변 동기들의 평판이 좋았다. 당직을 바꿔주는 건 물론, 이것저것 작은 도움도 주고 싹싹하게 굴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평판이 좋았을 수밖에 없었다.

이 직업이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대를 받아도, 천한 직업이라고 무시를 받아도, 난 내 직업이 좋았다. 단 하나만 빼고 말이다.

요즘 뉴스에 조금씩 나오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 문제. 나도 그 피해자라는 걸 안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들어오는 월급들이 줄어든 걸 안 건,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날도, 청와대 직원들이 세면대에 서있었고 나는 한 켠에서 화장실을 정신없이 청소 중이었다. 바닥 물걸레질을 하다가 청와대 직원의 바지에 걸레가 닿은 것도 모른 체, 정신없이 청소를 했다.

"사과 안해?"

도범수 [45]

"예...?"

"아니 방금, 그 더러운 걸레가 내 바지에 닿았잖아."

"어제 새로 산 건데, 어떡할거야 이거."

도범수 [45]

"아... 죄송합니다."

"하 진짜, 청소부니까 불쌍해서 봐줄게요~"

"오늘은 왜 이렇게 재수가 없는지."

이렇게 한 두 번 무시를 받는 일도 뭐, 참을만 했다. 길거리에서 청소하던 시절보다는 덜했으니까. 근데,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그 길거리에서 청소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는지, 아직도 누구 잘못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잘 생각해보시면..."

"...거기 누굽니까."

행동을 조심한다는 게, 고위 간부들의 비리 사실을 엿듣게 된 것도... 그냥 정말 우연의 일치였다. 내가 그 시간대에 청소를 했어야 했고, 그게 그 장소였던 것 뿐이고, 그 간부들 생각에 외부로 새어나갈 위험이 적은 곳이 그 장소였던 것 뿐이었다.

급하게 숨는다고 방 한 쪽 코너 안쪽에 숨었는데 대걸레가 벽에 부딪히면서 소리를 낼 줄 누가 알았겠냐고.

도범수 [45]

"아... 죄송합니다. 청소하느라..."

"얘기를 다 엿들었습니까?"

도범수 [45]

"아니요. 엿들은 게 아니라 그저..."

"허. 도범수씨...? 기억하겠습니다."

그 직원분들은 내 명찰을 보시곤 내 이름을 중얼거리시며 방을 나가셨다. 기억하겠다는 그 말, 절대 가볍게 넘겨선 안되는 말이었다는 것도 난 그때 알았어야 했다. 내게 무슨 일이 닥쳐올지도 알아야했고,

내가 좋아하던 내 직업을 혐오하게 될 거라는 것도 미리 알았어야 했다.

도범수 [45]

"수현씨! 저 오늘 당직 좀 바꿔주실 수 있나ㅇ,"

"아, 안, 돼요..."

도범수 [45]

"아... 네."

도범수 [45]

"그럼 현수씨, 좀 바꿔주실래요?"

"아, 저도..."

요즘 청와대 분위기가 이상했다.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직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고, 근무 시간이 갑자기 훌쩍 늘었다. 시급이 좀 더 깎여서 생계에 위협을 받은것도 물론, 당직을 잘만 바꿔주던 동료들이 날 피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직원들이 청소부들을 협박이라도 했던 모양새였다. 적어도 난 내가 베풀어준만큼 돌려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건 동료들의 쌀쌀맞은 눈빛과 청와대 직원들의 갑질, 말로만 듣던 정규직 노동자와의 차별. 이 모든 게 범죄 계획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애초에 내 범죄는, 그 잘난 정규직 노동자들의 텃세 때문이었다고.

도범수 [45]

"범죄를 계획하는 것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도범수 [45]

"직원들에게서 엿듣는 정보... 꽤 쓸만 했거든요."

도범수 [45]

"매일 B3층 청소 담당을 전전하며 길을 파악하고, CCTV 사각지대를 알아가는 건 시간 문제였으니까요."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범죄를 저지른 이유가 갑질이랑 차별, 시급 미지급 때문이라는 말씀이신가요?"

도범수 [45]

"시급 미지급으로 인해서, 전 생활고까지 겪었어요."

도범수 [45]

"일적으로뿐만 아니라 제 인생을 송두리채 앗아갔다고요!"

도범수 [45]

"어차피 금고 못 열어서 돈 한 푼도 못 쓴 거..."

도범수 [45]

"다 내려놓고 죗값 치르겠습니다."

민윤기 [31] image

민윤기 [31]

"...네. 전 순경, 체포해."

도범수 [45]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습니까?"

전정국 [27] image

전정국 [27]

"뭡니까."

도범수 [45]

"이거... 제가 모아뒀던 그간 차별의 증거입니다."

도범수 [45]

"부디, 저 말고도 죄를 저지른 청와대 직원들."

도범수 [45]

"소중했던 직업을 다신 못할 정도로 정신적 피해를 입게 한 사람들도 다 벌 받게 해주세요."

도범수 [45]

"경찰이시면... 그런 거 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네?"

간절한 눈빛의 도범수씨, 순간 전 순경님의 손도 흠칫했다. 범죄를 저지른 건 맞지만 원인제공이 정말 확실했으니까. 그 놈들도 너무 큰 죄를 지었다. 하지만 절도를 저지른 사람을 용서할 순 없었다.

하여주 [28]

"...알겠습니다. 일단 같이 가시죠."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거밖에 없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죗값을 받게 하는 것. 고위 직원들의 악랄한 뒷모습, 결국 우리가 풀어내야 할 어려운 숙제였다.

범인을 잡고 사건이 종결되고 범인을 연행하면서도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누굴 위한 범인 검거이자 사건 종결일까.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사건에 부끄러워져 우릴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 문제가 점점 더 불거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청와대 앞으로 시위를 나왔습니다. 최저시급도 지급 받지 못한 채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충을 알아주라며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습니다."

"이번 국가 기밀금고 사건의 범인도 청와대 비정규직 노동자인 도 모씨인 걸로 밝혀졌고 차별과 비리 등을 보복하고자 범행을 계획했다고 합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 문제가 부디 하루 빨리 진상 규명이 되어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BSU 기자, •••"

[사건번호 2002도255 : 국가 기밀금고 도난사건 종결]

[수사일지 공개]

[수사일지 공개]

[수사일지 공개]

수사일지 : 작가가 에피소드로 사건 풀어내기 전 직접 쓴 사건 원고를 비유적으로 일컫음.

드디어! 강력 1팀의 비밀이 조금 공개되면서 흘러간 두번째 사건인 '국가 기밀금고 도난사건'도 성황리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

긴 에피소드였던만큼 지쳤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에디터픽에도 오르고, 인기 HOT 에디터픽에도 뽑히며 메인에도 오르면서 갑자기,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어요!

그래서 더 잘 보이고픈 마음에 이것저것 컨펌하다가 에피소드가 좀 늦어졌는데 죄송합니다 🙇‍♀️ 아무튼 이 모든 게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새로 오신 모든 분들! 제 작품을 믿고 찾아와줘서 감사드리고 편하게 즐기다 가세요 🤍

⚠️ 수사일지를 직접 작성하고 에피소드로 풀어내는데엔 많은 시간이 걸려서 연재텀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열심히 준비한 세번째 사건은! 전과는 다르게 사건제목 초성힌트를 드리고 가겠습니다 ☺ 강력 1팀의 세번째 사건은!

'ㅊㄷㅅ ㅈㄷ ㅅㅈ 사건'

그러면 두번째 사건까지 잘 달려와줘서 감사하고, 세번째 사건도 강력 1팀과 함께 잘 달려봅시다! 🏃 더 열심히 하는 아지작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디분들 💌

_ 글자수 : 4452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