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정국아저씨

오늘 내 생일이야(본편 겸 김태형 생일 축하글)

요즘 병에 걸린 듯 싶다.그것도 불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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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정국:"아가,이거 먹어.맛있어."

마침 정국이 여주의 밥숟가락 위에 반찬을 얹어주며 말했다.늘 있던 일이라 당연한 일이고 일상이었다.그런데,

화악-여주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여주에게 줄 생선가시를 발라내는 정국은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왜이렇게 아저씨만 보면 미칠거같고 그런거지.설마 진짜로 불치병에 걸린건가..여주가 밥을 먹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국이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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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정국:"아가 그거 좋아하잖아.입맛 없어서 그래?"

여주

나:"응?아 아니예요.잘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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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지민:"야 전정국 니는 왜 내가 만든 걸 자연스럽게 자신이 만든것처럼 하냐?뒤질래?"

넌 좀 닥치고.한심한 것을 쳐다보는 것처럼 정국은 싸늘한 눈으로 지민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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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지민:"아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오-!!!!"

지민은 그런 정국에게 서운한지 수저를 내려놓고 씩씩거렸다.하지만 정국은 아무런 관심도 주지않고 여주에게 반찬을 골라줄 뿐이었다.

저모습은 흡사 부부싸움인것같았다.여주는 그렇게 생각하며 정국이 얹어준 반찬과 밥을 한입 먹었다.역시 밥은 삼촌이 한 게 맛있어.

***

지민삼촌.아저씨와 몇백년지기 친구라고 한다.덕분에 내가 기억도 나지않는 어린시절부터 함께해왔다고.그래서 내 가족같은 사람이었다.앞상황처럼 가끔 지랄맞은 성격이지만..

여주

나:"저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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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정국:"잠깐,데려다줄게."

여주

나:"오늘은 지각할 정도로 시간이 없지 않아서 그냥 가도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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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지민:"그럼 내가 데려다줄게.전정국은 등짝처럼 둘러매고 날아간다며?에휴 저 고지식한 자식.가자 여주야."

보통은 이렇게 차분한 성격인 삼촌이다.

여주

나:"제가 전화해서 일하다가 온거라면서요.어떻개 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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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지민:"음...짤렸지.아주 쿨하게 싹둑 잘렸어.괜찮아 직장은 3일이면 다시 얻을 수 있어.이짓거리만 수십년인데."

저 동안 얼굴로 저런 말을 하니 역시 현실감이 1도 안느껴진다.지민은 그러다가 뭔가가 떠오른듯 주머니를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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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지민:"삼촌이 일본에서 일하다가 생긴 건데.삼촌한텐 필요없는 거니까 여주 가질래?방울이야."

말이 끝나자 삼촌의 손에는 방울이 달린 열쇠고리가 놓여있었다.딱히 소리가 나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나름 이쁘니까 휴대폰에 달기로 했다.지민삼촌이 고리에 묶은 방울을 휴대폰에 예쁘게 달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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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지민:"이정도면 그냥 있어도 소리나겠는데?"

삼촌은 방울 하나 묶은 게 그렇게 뿌듯한지 활짝 웃으며 말했다.얼굴만 보면 내 또래인데 나이는 아저씨보다 많다고 한다.솔직히 아저씨도 겉모습은 십대 이십대 정도 할텐데.

여주

나:"삼촌.있잖아요 궁금한 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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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지민:"왜?무슨일 있어?"

여주

나:"아뇨 그런 것까지는 아닌데..그냥 인생 선배로써 상담 한번만 해줘요."

그러자 삼촌은 말해보라며 눈짓했다.이거 진짜 말해도 되는건가?

여주

나:"그...어떤 특정인물이 있는데..그사람만 보면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이 빨개지고 막 정상이 아니게 되는데...이게 뭐예요?저 죽는병 걸린거예요?"

지민은 그걸 듣고 잠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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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지민:"이 삼촌이 같은 인간으로써 말해준다면 두가지가 있어.하나는 너가 그사람을 사랑한다거나,하나는-"

그사람을 더럽게 싫어하는거.둘중 하나야.

싫어한다거나?삼촌의 두번째 말에 나는 의아해했다.그런날 보며 삼촌은 어린 아이를 보듯 싱긋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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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지민:"우리 여주는 워낙 감성이 없는 놈의 품에서 자라서 그런가,아직은 이런게 좀 서툴구나.괜찮아 언젠가는 다 이해하게 될거야."

여전히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인 여주를 보며 지민은 미소를 계속 지으며 여주의 머릴 살살 쓰다듬었다.

언젠가는 이해하겠지.좋아한다는 것과 싫어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의미인건지.

어느덧 여주의 학교에 가까워졌다.여주는 슬슬 뛰어야한다며 지민을 돌려보냈다.책가방을 쥐고 열심히 달려가니,운동장이 보였고 곧 학교 건물안으로 들어왔다.

드르륵-교실문이 소릴 내며 열렸다.일찍이 아닌 시간인지라 반애들 반이상이 교실에 있었다.김태형은...어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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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주현:"어?여주야 안녕!"

애들에게 둘러싸여있었던 주현이가 나를 발견하고 밝게 인사했다.몇일 못본 사이에 주현이는 아주 잘나가고 있었다.전에는 이렇게 까지는 아니었는데 거의 반애들 절반 이상이 주현이를 감싸고 있었다.

여주

나:"어어....주현아 안녕.오랜만이네.김태형 아직 안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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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주현:"태형이?아까 왔는데 가방만 놓고 어디 가던데?그런데 둘이 같이 놀러간거야?김태형도 너랑 똑같은 날 빠졌어."

여주

나:"그래?걔가 어디 간다는 말은 안했는데..뭐지?알았어.이따가 보자 주현아."

여주는 주현에게 인사를 하고 김태형을 찾으러 교실을 나갔다.

김태형이 학교안에서 혼자 있을만한 곳은 딱 하나지.

***

저번에 내가 갇혔었던 체육관 창고였다.옛날부터 여기는 나랑 김태형이 자주 수업을 째고 놀던 장소였다.그리고 김태형의 아지트이기도 하고.

약간의 후유증인지 모를 떨림을 자제하고 오래된 나무문을 열었다.역시나.김태형은 내가 온지도 모르고 이어폰을 꽂은채 가만히 매트에 누워있었다.

나는 매트에 다가가 김태형의 이어폰 한쪽을 스윽 뺐다.그러나 그는 놀라지 않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보지도 않고 나를 맞췄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태형:"전여주 너인 줄 알았다.혼자 살금살금 들어와서는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지?"

여주

나:"히-쓸데없이 눈치는 빨라 자식이."

히히 웃으며 대꾸하자 태형이는 아예 이어폰을 빼고 매트에서 일어나 앉아 나를 마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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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태형:"몇일동안 학교 째고 뭐했어,오빠 보고싶었잖아."

여주

나:"오빠는 무슨-나보다 생일도 느리면서."

내 말에 태형은 '아 그러네.'라며 내 머릴 헝클어트렸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태형:"너 내 생일이 언젠지 알고는 있냐."

여주

나:"당연히.....모르지.언제냐?이번엔 진짜 기억할게."

당당한 내대답에 태형은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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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태형:"12월 30일.오늘이 내생일이야."

여주

나:".....진짜?!?!?!야 나 아무것도 준비안했는데?아 하나 있다.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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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태형:"??뭔데."

궁금해하는 김태형에 씨익 웃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여주

나:"생일빵.축하한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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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태형:"아 미친 야 잠만 생일빵 대신 나 소원 좀."

여주

나:"응?뭔데 생일이니까 특별히 들어줌."

내말에 태형은 잠깐 고민하는 듯 싶더니 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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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태형:"이거 하면 아마 너가 나 되게 싫어할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태형은 내 뒷통수를 커다란 손으로 받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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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태형:"내가 왜 너랑 친구했는지 알아?"

지금 분위기가 왜이런지 너는 알아?이런 말도 뒷붙여말하며 김태형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방해꾼 없는 곳에서 남녀 둘이서 하는 짓.이렇게까지 내머리가 생각한 것이었다.무슨짓을 할지 짐작이 가자 발버둥 치려 입을 열었다.

여주

나:"야 김태형 잠깐ㅁ-으읍!"

하지만 벌어진 입술에서 느껴지는 뜨뜻하고 말캉한 감촉에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내가 왜 너랑 친해졌는지 알아 전여주?

반쯤 뜬 눈으로 여주의 반응을 보는 태형은 좀더 깊숙히 입을 맞췄다.

이럴려고 친해졌어.이 눈치없는 여자야.태형의 손이 여주의 뒷통수를 더 세게 감쌌다.

두 입술이 더욱 빈틈없이 맞물려질수록 둘의 분위기는 갈수록 깊어져만 갔다.

아 왜 이순간에,

아저씨가 떠오르지.

뜨여진 눈의 시야가 흐려지고 볼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