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하지 말아요, 그대

이야기 셋

.

"

또. 하얀 천장, 아무도 없는 내 주변.

외딴곳에 혼자 남겨진 기분.

이제 곁에 있어줄 가족들도 없을텐데

영영 혼자..

"

'... 어라..?'

"어! 깼어요?"

옆에 두명의 남자가 있었다.

한 명은 내 주치의인 '변백현'

다른 한 명은...

'누구지,,'

말은 못하니 고개만 갸웃했다.

새카만 흑발, 무표정인데도 올라가있는 입꼬리. 웃으니 더 올라간다.

'... 공룡 닮았어'

어??

헉, 이 사람도다.

우리 오빠들 그룹.. 그 그룹의 또다른 메보..

내 차애였다

김종대. 어째 이 사람도 동명이인이다.

아니 이 병원은 사람을 얼굴보고 뽑는건가.

살짝 둘러보니 병원 관계자들이 모두 한 미모한다.

아까 그 선배라는 의사만 봐도 하루라도 대쉬를 받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얼굴이었다.

이름이.. 김준면? 이었나

...

아.. 잠깐만

가족이 모두 사라졌는데 이런 태평한 생각이나 하는 저를 보고 솔직히 놀랐다.

내가 이렇게 정 없는 사람이었나

그런 제가 싫어질것 같아 덮고있던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

더 이상 안 나올 것 같던 눈물도 너무도 쉽게 넘쳐 흘렀다.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싫어. 진짜 싫어.

어느새 얇은 이불과 옷깃이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 옷깃?

'누구 옷.."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양 옆에 앉아서 내가 하는양을 구경하던 두 사람의 옷 깃 이었다.

내가 놀란 얼굴로 돌아보자 두 사람이 밉지않게 웃었다.

'헉, 다 젖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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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아, 옷은 괜찮아요"

'그보다 일은 어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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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지금 환자분 킵하라는 선배 명령이 있었어서~ 이러고 있답니다"

백현이 웃으며 말했다.

표정으로 말해요인가, 척척 아네..

속을 들킨 기분에 어쩐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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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이제 좀 진정이 되요?"

이번엔 반대쪽의 구급대원에게서 질문이 왔다. 말은 못하니 고개만 끄덕였다.

근데 그쪽은 왜 계시는 건지…? 표정에 궁금증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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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아, 저는.. 음. 오랜만에 오프라서 저 친구 만나러왔죠"

"

주황색 유니폼. 낯설지 않던 실루엣.

'아. 기억이 날듯말듯..'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사람 어디서 봤지?

내 차애와 닮았다곤 하나 분명 처음 본 얼굴이었다.

지끈거리던 머릿 속 문득 사고 현장을 생각했다.

'으으…'

딱 거기까지였다. 무슨 일인지 사고때의 세세한 상황이 기억나지 않았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이 새어나갔다.

결국 머릿속이 헤집어지는 느낌에 생각하던 것을 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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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그나저나 상처 생겨서 어떡해요. 아프겠다"

'에?'

아, 다른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 미처 신경쓰지 못 하고 있었다.

목 쪽에서 부터 쇠골 밑 까지 손톱에 긁혀 군데군데 응고된 피가 딱딱하게 붙어있었다.

그렇게 긁었었나… 아무런 느낌도 못 느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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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잠깐 봐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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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헉, 따갑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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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그러게. 잠시만요, 약 가지고 올게요."

후다닥

마구잡이로 할퀴어진 쇠골 주변에 약간은 거칠한 병원복이 스쳤다.

그의 말대로, 따가웠다.

백현은 상처를 살짝 보더니 진짜 댕댕이 마냥 총총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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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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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몸은 좀 괜찮아요? 크게 부상입을 것 같았는데.. 이정도라 그나마 다행이에요."

네..? 가장 처음 든 생각이었다.

솔직히 우린 초면이고, 내게 무슨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끄덕)

그래도 답은 했다.

무시하기엔 너무나 애처로운 눈길로 바라보기에…

그가 휴- 하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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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어.. 왜, 왜요? 뭐 이상해요?"

그의 옷을 빤히 쳐다보던 내 눈길이 신경쓰였는지 어색하게 물어왔다.

나는 고개를 좌 우로 살짝 흔들어 주었다.

내 미적지근한 반응에 살짝 눈웃음을 보였다.

김종대 image

김종대

"아, 잠시만요"

그는 연락이 왔는지 급 켜진 화면에 휴대폰을 들어보이곤 알게모르게 입꼬리를 올린 채 누군가와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저러다 들어가겠네'

예쁘게 웃으며 연락을 주고받는 그를보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지그시 그가 하는 양을 한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대체 뭐지?

낯설지 않은 옷매 어디선가 본 듯한 웃는듯한 입꼬리 이 목소리…

으윽 생각이 날듯말듯…… 아아.. 괴롭다, 괴로워…

뚫어져라 그를 보며 생각에 잠긴 사이, 백현이 돌아와 이미 소독약을 내 상처께에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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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정적이게 해요?"

"...!"

아우.. 깜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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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아ㅋㅋ 놀랐어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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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아니 난 또 종대 뚫을라는 줄 알았지. 눈빛이 하도 이글거리길래"

... 가볍게 무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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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하하"

내가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백현이 크지않게 소리내 웃었다.

여전히 강아지 같은 사람이었다.

.

09:00 PM

오후 9시 쯤. 잠이 오지 않았다.

백현과 종대가 가고. 하루종일 할 것이 없어 잠만 잤더니 결국 이렇게 돌아왔다.

억지로 눈을 감고 양을 세던 것을 멈추고 잠시 가족들 생각으로 빠졌다.

'보고싶다...'

또각또각 오랫만에듣는 익숙하고 싫던 특유의 구두굽 소리가 들렸다.

이모

"안잤니?"

이모였다.

이모

"하여튼, 보고서 인사도 않하고. 맘에 안드는건 여전하네."

이모

"말 못하는건 듣고 왔는데, 고개정도는 끄덕여도 되지않니?"

아무말 없이 쳐다보는 날 슥 보더니 쯧 하고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이모

"너 좋아서 보호자 하고 있는거 아냐. 네 엄마 마지막 핏줄이고, 어찌됬든 넌 미성년자에 법적 보호자가 난데."

평소와 같은 표정. 그 말투. 차가운 시선.

마음이 쿡쿡 찔리는 듯 아팠다.

이모

"여튼 병원비 다 냈고, 퇴원할 때 되면 알아서 집 찾아와. 길 알지? 이제 어리지도 않으니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06:00 AM

닫힌 흰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새어들어왔다. 눈이 부시다.

어젯 밤, 이모가 병실에 들르고 난 뒤. 난 한 숨도 자지 못 한 채 뜬 눈으로 밤을 세웠다.

뭐, 이모도 이모라지만 눈을 감으면 다른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아 온전히 나 혼자가 되는 기분이었다.

눈꺼풀을 잠시 내리면 세상이 어둠에 잠겼고, 그 사이로 불확실한 사고의 순간이 되풀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람.

여전히 흐릿하기만 한.

아니, 처음엔 나름 선명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더 흐릿해졌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노라. 여기기로 했다.

그런데, 어쩐지 자꾸만 생각났다.

누구였을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목소리를 가졌을까.

온통 그 사람 생각뿐 이었다.

그 사람 생각이 깊어질수록 종대라는 구급대원을 의식하게 됬다.

'뭐지?'

같은 사람이 아닌데, 왜인지 꺼려졌고 마음이 주체되지 않았다.

'뭐야.. 이거 이상해..'

누굴까. 누구였을까.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자꾸만 두 실루엣이 겹쳤다.

어딘지 모르게 닮은 둘.

착각이었을까

밤새 하던 생각을 멈추었다.

벌써 아침..

이제야 생각없이 자겠네

피곤하니 슬슬 눈이 감겼다.

그렇게 그의 다급하던 손을 떠올리다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