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물방울
03_내면_집


[예린 시점]

엄마
@;-^#:#♡;#*';#♡';~*#;#

아빠
@*#*#;'♡#*~*#,'*,#*'


정예린
...

지금은 저녁 식사 중이다.

항상 그렇듯, 엄마와 아빠는 뭔가에 대해 얘기 중 이시고 난 조용히 밥을 먹는다.

내가 하루 중 가장.....

싫어하는 시간 중 하나.

바로 지금이다.

엄마
근데...예린아


정예린
응..?

엄마
공부는 안하니?

이거 때문에.


정예린
.....

엄마
이제 중학생인데 문제집도 좀 열심히 풀고 해야지


정예린
....응

아무것도 모르면서.


정예린
...아

문득,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께 칭찬 받은 일이 떠올랐다.

기분이 좋아져 엄마, 아빠에게 자랑을 하려고 입을 열 때

엄마
@,@;'*#♡','♡',

다시 자기들만의 이야기 시작.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다.

엄마
...

얘기가 좀 마무리 된 것 같다.


정예린
엄마..!!


정예린
나 오늘 선생님께 칭찬 받았어

엄마
@,'♡~;'*#,'*

아빠
#,'♡#;'*#,','?

아...또..


정예린
..엄마?

엄마
예린아 엄마아빠 얘기 중이잖아

그래...집착이라고 느낄 정도로 나에 대해 묻는 건 많으면서,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지

괜히..기대했네


정예린
....

이 순간이 싫다.

나는 투명인간이 되는 기분

하루 중 내가 웃을 수 없는 시간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


정예린
....잘 먹었습니다

서둘러 먹던 밥과 그릇을 정리하고 방으로 들어와버렸다.

핸드폰을 키고 알림 온 것이 없는지 확인 했다.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누군가는 톡을 보내주길 바랐는데...

혼자가 되는 기분을 피하려 방으로 들어와 폰을 켰지만,

여전히 혼자인 것이다.

괜히 다른 사람들 톡 프로필을 뒤적거리며 알림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톡 말고도 팁이라는 곳에도 들어가봤지만,

역시나 알림은 없다.

이럴 때 나는 그냥 침대에 반쯤 누운채로 갤러리를 뒤적이고 좋아하는 아이돌 사진을 다운받는다.

갤러리를 뒤적이다보면 자연스레 나오는 친구들과의 사진.

그 사진들을 보며 또 알림이 오기를 기다린다.

내게 알림이란, 누군가 내밀어주는 손과 같다.

특히나 5명의 알림일 때는 더욱.

그 손에 내쳐질 수 있지만 나는 항상 그 손을 잡는다.

그리고 손을 잡았을 때, 겉으로라도 웃을 수 있게된다.


최유나
@예린아!

유나다.

드디어 알림이 왔다.

나는 서둘러 톡으로 들어갔다.


정예린
@왜??


최유나
@우리 내일 시험 있어?


정예린
@음...아니!


최유나
@아항!


최유나
@고마워~~♡♡♡


정예린
@ㅋㅋㅋㅋㅋ웅웅 낼봐


최유나
@엉ㅎ

아주 잠깐 그리고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집에서 있는 것보다는 더 나은 기분이였다.

*

11:51 PM
11시 51분.

집안의 불이 다 꺼지고 엄마아빠도 잠에 들었을 때, 나는 책상 앞에 앉는다.

수학 문제집을 펴고 문제를 푼다.

영어 단어를 외운다.

다른 숙제가 있으면 다 끝낸다.

내가 이 시간대에 하는 것들이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나 혼자 앓다가 죽기전에, 조금이라도 털어놓기 위해 하는 것.

글귀 쓰기

이것들을 다 하면 1시는 기본.

늦으면 5시까지 밤을 샌다.

누군가에겐 별거 아닐 수 있겠지만 난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항상 엄마는, 아빠는 알지도 못하고 판단해서

내가 받지 않아도 될 상처를 준다.

오히려 내가 늦게 자는 것은 내 친구들이 안다.

가족이 아니라.

스윽...


정예린
...!!

또다.

이렇게 밤을 새다보면, 주변이 조용해지면,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린다.

그러면 나는 자는 척을 한다

적어도 내 마음을 비추지 않는다.

밤과 새벽은 내가 유일하게 내 마음을 다 비추고 나 혼자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나만의 세계에 누군가 들어오면, 그 세계는 문을 닫아버린다.

두려워서.

무서워서.

믿을 수 없어서.

내 마음, 있는 그대로를 조금이라도 내비치는 게 두렵다.

혹시 내비치면 더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난 분명히 '밝은 아이'로 소문나있다.

하지만, 그 '밝은 정예린'은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바라본 나 일뿐이다.

내가 아는 나는...적어도 그렇게 밝진 못하다.

다만, '밝은 척'할 뿐.

새벽동안 내가 하는 것들을 끝내고 나면 창문을 열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신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내쉬며, 하루동안 내뱉지 못했던 한숨을 내뱉는다.

탁..!


정예린
ㅇ...!

지겹다, 이제

나만의 세계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의 내면을 비치다가도,

희미한 사람소리가 들리면 내면은 닫고 외면을 비춘다.

집에서까지 이래야함에, 가끔 더는 못 버틸 것 같을 때..

조용히 커터칼을 집어들고 손목에 갖다댄다.

커터칼로 그어대면서도 이 방향으로 긋는 게 아니란 걸 안다.

그럼에도 진짜 죽지 못하는 이유는...

그래도 같이 있음 편안한 5명이 있어서.

내면을 비추진 않지만, 그렇다고 밝은 '척'만 하지도 않기에.

진심으로 미소짓는 순간도 있기에.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데에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은 친구들이다.

그들이 있어 나는 지금까지 죽지 못했다.


정예린
'팁이나...들어갈까..'

...어?

알림이다..!!


정예린
#아리야!!

아리는 '아이리스'를 줄여서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리스는 내 팁친이다. 가장 좋아하고, 가장 친한.


아이리스
#셀리야ㅠㅠ 왤케 안 왔어ㅠ

셀리는 '셀레나'를 줄여서 부르는 애칭이고, 셀레나는 나다.


정예린
#미안미안ㅎㅎ


아이리스
#아, 너랑 같이 자취해서 동거하고 싶다


정예린
#나두ㅠㅠ

아리는 부모님이 너무 무관심해서 혼자 슬픔을 삼킨다.

우리는 그로 인해 감정을 공유하며 가까워졌다.


정예린
#나 진짜 너랑 얘기하면 너무 편해♡ 나도 모르게 내 맘을 다 비추게 됨ㅋㅋ

진심이였다.

아리는 유일하게 내가 내면을 내비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가장 편안하다.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고 행복하다.

02:58 AM
아...벌써 3시네

6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 바로 자면 3시간 30분..

그래도 꽤 자네...


정예린
#아리야 나 이제 자께에


아이리스
#아 웅.. 잘자!

행복했던 시간 끝.

다시...슬픔 시작

[03_내면_집]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