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당신의 세계로 들어가
_2화_전정국은




전정국 (15)
" 난 조연이가 정말 좋은걸? "

... 씨발.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일까.

문득 내 뇌속에 스쳐가는 많은 생각들이 지금 이 감각을 현실화 시켜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 저 붉은 머리에 저 행동.

내가 읽었던 책 소설 '학교안에서의 로맨스' 59화. 조연이의 과거편이자 소설의 초반부.


이조연 (14)
" 뭐..? "


나보고 조연이라는 저 남자아이는 내가 보기엔 이 소설의 남자주인공 전정국.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처음엔 악역의 이조연을 처음 주연으로 뽑으며 초반부에서 중반부까지는 이조연의 시점으로 소설의 내용이 진행되었었다.

그리고 이건, 전정국의 첫사랑인 이조연에게 고백을 하는 씬.


전정국 (15)
" 조연아, 너도 내가 좋지? "

불안하게 미소를 지으며 조연에게 다가오는 정국.

그래.. 이거 설마, 내가 그 전에 이 소설을 읽고 조연으로써 책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내 말때문에 이렇게 된건가?

그렇게 된 이야기라면 이제 이해가 간다.

이게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는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순 없지만,


지루하던 내 삶에 이렇게 흥미진진한 소설이 등장해 준다면야.

나야 내 마음대로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난 10살의 나이였지만 지금은 소설의 초반부. 14살의 이조연으로 바뀐것 같다.


전정국 (15)
" 조연아? "

내 앞에 있는건 15살의 전정국.

난 얘를 너무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욕을 한바가지 부어주고 싶을 만큼 짜증이 난다.

주인공 버프로 사기캐가 되었고, 처음 초반부에선 조연에게 매달리다가 조연이 마음을 내주지 않자 여주에게 쪼르르 달려가버리는 나쁜놈.

그렇지만 남주인공이라는 타이틀때문에 소설에서는 꽤 인기가 많았다.

얼굴이 잘생긴데다가 뭐든 잘하는 만능캐라고 묘사가 되었으니.


물론, 남자주인공보단 서브 남자주인공인 김태형이라는 애가 더 인기가 많았지.

결국 엔딩이였던건 여주와 전정국이지만.


이조연 (14)
" 너, 우쭐대지마. "

원래라면 이 장면에선 '다음에.. 대답해도 될까?'라며 이 상황을 피해놓고는 방안에서 이유모를 두근거림을 느끼는 조연이지만,

이 몸에 내가 빙의한 이상은.. 절대 뻔한 대답을 해주고 싶지 않다.

어렸을때부터 뭐든 잘해왔고 그만큼 패배감보다는 승리를 받았던 전정국은 한 없이 삐뚤어져 있다.

물론 지금의 15살때의 전정국도 마찬가지.

저 놈의 자신감때문에 얼마나 많은 엑스트라와 조연이가 힘들어했는지는 안봐도 뻔했다.


전정국 (15)
" 어? "

아직까지는 감정을 숨기는 법을 알지 못했으니 대답부터 당황이 묻어나오는게 퍽이나 풋풋했다.

전정국은 소설에서도 잘나가는 부잣집의 도련님이였으며 뭐든지 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렇지만 전정국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제멋대로에다가 여자들도 마음대로 만나고, 바람도 잔뜩 피며 다녔다.

______



이조연 (14)
" 전정국!!!.. 너, "

조연이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정국을 바라보았다.


정국의 옆에서 사랑을 나누던 그 여자는, 조연의 친한친구 예슈화였다.

슈화는 놀란듯 급하게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정국의 뒤로 숨어버렸다.


전정국 (15)
" 아, 남자는 원래 이런거잖아? "


정국은 소름끼치게 웃으며 이 정도는 남자의 기본이라며 오히려 당당한 듯,

자신의 바람을 찾아온 조연에게 화를 낸다.

조연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지만, 조연의 앞에서 일어난 일들은 모두 조연에게 다가온 불행의 시작을 알리는 현실과도 같았다.

[ 학교안에서의 로맨스 60화 ]

______

그런고로 전정국은 아주아주, 인성 쓰레기.

하지만 여주를 만나고 진정한 사랑이라며 떠들어 다니며 여주한테만 착한척하던 꼴을 소설에서 보는 순간은..

진짜 재수가 없었다.


이조연 (14)
" 우쭐대지마, 너 뭐라고 자꾸 나대? "

그리고 이조연.

이조연도 전정국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져있었다.

부잣집 아가씨에 공부는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며 4개국어가 가능한 아이.

아니.. 악역에 어울리는 전형적인 악녀랄까.

여주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부러움이 곧 질투로 바뀌어 그동안 그렇게 괴롭혀왔다.


전정국 (15)
" 너 지금.. "



이조연 (14)
" 내가 너 좋아할 이유는 눈곱만큼도 없는데. "

그래. 이조연이 멍청했다.

내가 만약 이조연이라면 달랐을텐데 말이지.

철저하게 전정국을 무시하고 여주를 짓밟아버리는 것. 아무 계획도 들키지 않고 배후가 나인지도 모르게 아주 악랄하고 처참하게.


이조연 (14)
" 관심은 있었는데, "

그래도 관심은 있었다. 전정국에 대해서.

여주를 만나 정열적이게 여주만을 바라보던 전정국이 신기해서.

어떻게 그리 망나니같던 성격이 사랑을 통해 그렇게 변했는지, 그게 궁금해서 관심이 생긴 것 같기도.


전정국 (15)
" ㅅ... 설마. "


이조연 (14)
" 이젠 없네? "

이젠, 끝났어. 전정국.


난 오싹하게 미소 지으며 전정국을 찼다.

소설에서도 나온 전정국의 0패 100승이란 별명을 한 번에 없에버린, 나 이주연.

그리고 전정국은 당황할 것 이다. 소설에서도 여주는 전정국을 찼으니. 그때가 아마 18살의 전정국과 16살의 배여주.

지금, 14살의 나와 15살의 전정국. 소설에서도 나오지 않는 부분이지만 난 했다.

저 싸가지 없는 놈의 패배감을,

이 내가 처음 안겨준 것.


이조연 (14)
" 잘가, 전정국. "

재수없는 전정국에게 승리의 미소를 지어주며 그렇게 끝이 났다.

______


이조연 (14)
" 푸핫, 꼴 좋다. "

이조연의 방으로 돌아온 나는 승리의 웃음을 맘껏 지었다.

재수없던 그 놈을, 내가 내 입으로 말하다니!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였다.

비록.. 이 몸이 내 몸이 아니라는 것만 빼면 더욱이 완벽했던 전정국의 패배였을거였다.


이조연 (14)
" 근데 어떻게 된걸까, "

소설이나 만화에서 흔히 나오는 빙의물.

그것도 일본식의 만화가 빙의글이 참 많았지.

아니라면 여러 웹툰에서도 봤던 판타지 로맨스물.

이것도 그 중 하나의 작품이며, 처음과 끝이 완벽했던 작품. '학교안에서의 로맨스'는 인기 절정을 찍었던 소설로 기억한다.


이조연 (14)
" 전정국을 엿 먹인건 좋지만, 지금 나는 대체 "

전정국에게 엿을 먹인것은 너무나도 기쁘다.

하지만 그 일과 반대로 지금 나에게 일어난 이 일은 현실이라기엔 너무 말도 안돼는 이야기이며,

그렇다고 꿈 속이라기엔 너무나도 생생한 이 촉감과 이조연이 내 눈앞에 있다.


이조연 (14)
" 왜, 일까. "

여기서 궁금한 점은 단 하나. 왜 내가 이 세계로 들어와버린 걸까.

여러 소설이나 만화들을 보면 여주인공을 미워하거나, 세계를 바꾸기 위한 신들의 사명으로 되던데.

난 대체 왜 이조연의 몸속으로 들어와 버렸을까?

궁금한것도 잠시. 난 현실세계를 생각했어야했다.


이조연 (14)
" 갑자기 즐겁지 않네. "

내 존재가 세계에서 사라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판타지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들이 내 눈앞에 벌어지는 날엔..

그 때는 난 행복에 젖어 웃을까, 슬픔에 젖어 원망을 할까.

책을 읽고 있을때면 드는 의문에 답을 내리기란 쉽지 않았다.

그 순간이 나에게 닥쳐오지 않는 이상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였음이 분명했기에.

근데, 지금의 나라면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조연 (14)
" 그리운건가? "

그립지 않다. 보고싶지 않다. 가고싶지 않다.

소설 속 세계는 내가 만들고 원하는 길을 개척해나간다.

그렇지만 나의 세계는 얼어붙었다. 늘 최고, 최상만 노리며 달린다. 쉴 틈 없이.


부모도 가족도 친구도 없이 나 홀로 천천히. 난 나의 세계가 싫었던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