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어게인
5화




“스터디…? 뭐, 그러던가ㅎ”


수업시간 내내 여주는 태형을 흘끔거렸다. 행여나 그에게 들킬라 조마조마해하다보니 어느새 하교종이 울렸고 반에는 여주와 태형, 지민만 남아있었다.


박 지 민
천여주, 집 안 갈거야?

지민은 자연스럽게 책상에 걸려있는 여주의 베이지색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고 뒷문에서 빨리 나오라며 손짓했다.

같이가_ 여주는 책상 위에 널브러진 교과서들을 서랍 속에 밀어넣고 슬리퍼를 타닥타닥거리며 지민에게로 다가갔다.


김 태 형
천여주… 이름 예쁘네ㅎ

태형 홀로 남은 교실에서 그는 나지막히 지민이 부른 그녀의 이름을 읊조리고는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가방을 챙겨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끝으로 교실의 문이 닫혔다.


지민과 헤어진 뒤 옷을 갈아입은 여주는 공원에 나와 긴 머리를 흩날리며 편의점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학생의 몸인지라 조금 눈치가 보여 결국 편의점에 들렀지.


천 여 주
하… 2012년이라고…?


천 여 주
이게 말이 돼? 9년을 거슬러 올라왔다는게…

혼자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으니 뒤에서 타박타박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커피를 든 채 뒤를 돌자 갈색 무언가가 여주에게 뛰어들었고 커피는 그녀의 옷 위로 쏟아졌다.

차가움에 벌떡 일어나며 옷을 털자 누군가가 허덕이며 옆에 섰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깊게 눌러쓴 모자를 벗었다.


천 여 주
김… 태형?


김 태 형
어? 짝꿍…!


김 태 형
이름이… 천여주였던가…?

당황한 여주가 시선을 아래로 떨구자 태형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어둑어둑하게 물든 옷으로 내려갔다. 그는 미안해하는 듯 했다.


김 태 형
미안해… 내가 목줄을 잘 잡았어야 했는데…

태형은 여주의 발 밑에서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를 쳐다봤다. 태형이 강아지를 안아들자 핑크빛 혀를 내밀어 그의 볼을 핥았다.


김 연 탄
앙! 앙앙!

여주는 연탄을 귀엽다는 눈빛으로 바라봤고 태형은 다소 거칠게 연탄을 쓰다듬으며 그럼 못 쓴다고 혼을 냈다.


김 태 형
옷 어떡해…?


천 여 주
아, 집 가서 갈아입어야지, 어쩌겠어…ㅎ


김 태 형
우리집 갈래?


천 여 주
으응…?



천 여 주
저기… 이거 너무 큰데…

여주는 원피스만큼 내려온 후드티를 만지작거리며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후드티가 얼마나 긴지 바지는 보이지도 않았다.

태형은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렸고 여주도 손가락을 꼼지락거릴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둘의 숨소리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