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1장.의문의 죽음(8)



순영
"최근 6개월 동안의 스케줄표인 것 같아요."

거기에는 이런저런 스케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출판사와의 미팅, 취재 등이 많아보였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최근 스케줄을 찾아봤다.

혹시 나하고의 데이트 계획도 적혀 있을지 모른다.

그녀가 살해되기 직전을 보니, 역시 나와 만나기로한 가게 이름과 시간이 메모되어 있었다.

그것은 보고 있자니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들었다.

이어서 나의 시선을 끈 것은 그날 낮 스케줄 칸에 갈겨쓴 글씨였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16:00 승철 스포츠플라자

승철 스포츠플라자라면 슬기가 회원으로 있던 스포츠센터다.

그녀는 때때로 그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렸다.

그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점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최근 발을 다쳐 헬스클럽에 다니지 못했다.

그날 갑자기 다 나았을 리가 없었다.


순영
"왜 그러세요?"

내가 잠자코 있자 슬기의 남동생이 걱덩스럽게 쳐다봤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지훈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 일도 아닐지 모르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어떤 것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훈
"이거, 빌려가도 될까요?"

스케줄표를 보이며 말했다.


순영
"그러세요."

순영 씨는 웃으며 대답했다.

얘깃거리가 끊겨 둘 사이에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있을 때, 슬기의 서재에서 지수 씨가 나왔다.


지수
"저기요, 슬기 씨의 책들은 저게 다인가요?"

지수 씨의 말투에서 의아함과 약간의 초조함이 섞여 있는게 감지되었다.


순영
"예, 그런데요."

순영 씨가 대답하자 그 카메라맨은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망설이더니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들었다.


지수
"저런 책 말고 일과 관련된 자료나 스크랩은 없었나요?"


순영
"일?"


지훈
"보고 싶은 자료라도 있으세요?"

내가 물었다. 그러자 지수 씨의 시선이 날카롭게 바뀌면서 내쪽을 향했다.


지훈
"순영 씨에게 그녀의 자료를 전부 제가 받기로 했어요."


지훈
"그래서 이미 저한테 보내셨는데요."


지수
"보냈다고요?"

지수 씨가 더욱 눈을 치켜뜨고 순영 씨를 봤다.


지수
"정말이에요?"


순영
"네."


순영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서......그런데 뭐가 잘못됐나요?"

지수 씨가 가볍게 아랫입술을 깨무는게 보였다.

잠깐 그러고 있다 나를 봤다.


지수
"그럼 짐은 내일 댁으로 배달되겠네요?"


지훈
"글쎄요. 그럴 것 같은데...."

내가 쳐다보자 순영 씨가 머리를 끄덕이며 지수 씨에게 대답했다.


순영
"누나 집은 서울 부근이고 지훈 씨 집도 서울이니까 아마 내일 도찬할거에요."


지수
"그렇군요....."

지수 씨는 우두커니 선 채 눈을 내리깔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지수
"실은 슬기 씨의 자료 중에서 봐야 할 게 있습니다."


지수
"일 때문에 꼭 필요해서....."


지훈
"아, 예....."

왠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자료를 얻기 위해 청소를 도우러 왔다는 얘긴가?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그 얘긴 입 밖에 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지훈
"그럼 내일 저희 집으로 오시겠어요?"

지수 씨의 표정에 희미하게나마 안도감이 퍼졌다.


지수
"괜찮겠어요?"


지훈
"저는 괜찮습니다.그 자료가 바로 필요한 건가요?"


지수
"아뇨. 내일 중이면 상관없어요."


지훈
"그럼 내일 저녁때 들르세요."


지훈
"그때쯤이면 틀림없이 짐이 도착할 거예요."


지수
"정말 죄송합니다."


지훈
"천만에요."

우리는 약속 시간을 정했다.

그런데 시간을 정한 다음 지수 씨가 이렇게 덧붙였다.


지수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한데요, 제가 갈 때까지 짐을 풀지 말아주세요."


지수
"뒤죽박죽 되어버리면 찾기가 힘들 테니까요."


지훈
"아, 예.....알겠습니다."

이것 역시 이상한 요구였지만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의 자료를 곧바로 어디에 이용할 생각도 없었다.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고 조금 생각할 것도 있어서 일어섰다.

방을 나올때 지수 씨가 다시 한번 약속 시간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