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인간
EP.16 자물쇠


[이번 화는 지민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겨우 아침에 여주를 집으로 돌려보낸 거에 성공한 나는 위험을 무릎쓰고 출근, 아니 어쩌면 이끌려서 도지훈에게 가고 있었다.

내 목을 꽉 잡은 족쇄는 풀릴 생각을 하지않았고 그 족쇄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풀어보려고 했던 내 발악은 내가 잡고 있던 도지훈의 먹잇감을 도망치게 하기만 했을 뿐 나는 정작 나갈 수 없었다.

차라리 가는 도중에 사고라도 나면서라도 족쇄가 풀렸으면 했지만 사고라는 게 쉽게 일어날리는 없었고, 사고보다 더 무서운 지금의 지옥의 문 앞에 서있다.

'터벅, 터벅-'


도지훈
"하아, 뭐하다 늦었어? 10분이나 늦었..."


도지훈
"킄,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박지민
"...."


도지훈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언젠가는 빼돌릴 거라는 걸."


도지훈
"도시훈 그 약 니가 먹어버려."


도시훈
"...응, 알겠어."


박지민
"..."

그 약이 가짜인 것을 알면서 나는 웃음끼 하나 없이 도지훈을 노려보았다. 조금이라도 너 버티길 바라며, 적어도 내일까지는 버텨야하니까.

마지막으로 살 수 있는 기회니까.


도지훈
"지민아, 여주는 어디에다 두고왔어?"


박지민
"몰라,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미 없어진 후였어."


도지훈
"그 발로 직접 도망갔다 이거지?"


박지민
"...."


도지훈
"불안함을 느꼈나보지."


도지훈
"그럼 뭐해, 갈 곳 거기 밖에 더 있나."


도지훈
"도시훈, 거기 어딘지 알지?"


도시훈
"거기 정국이라는 분이 알려준 곳이면"


박지민
"크흐흨"


도지훈
"뭐야 왜 웃어."


정원우
"ㅅ, 설마 박지민.."


박지민
"거기에 아직도 그 놈들이 있을 것 같아?"


박지민
"진작에 거긴 걔들이랑 전혀 상관없는 곳이였어"


도시훈
"네?"


도지훈
"그걸 니 놈이 어떻게 알아."


박지민
"길가다 마주쳤거든"


박지민
"짐 싸고 옮기는 걸"


박지민
"근데 도중에 걸려서 나도 그 자식들 어디로 간지 몰라."


도지훈
"그나저나 지민이, 이제야 정신을 차렸나보네?"


박지민
"...정신이라"


박지민
"그래, 많이도 차렸지"

정말 미쳤답시고 도지훈을 때리려했다. 그 순간이였다.

'타다닷-'


김태형
"여전하네."


김태형
"여기에 모여있는 건."


박지민
"ㄱ, 김태형!?"


도지훈
" 넌 또 왜 왔어?"


도지훈
"비굴하게 못 이겨서 수면총 쓴 놈이."


김태형
"응, 또 잠이나 쳐 자 새꺄"

'푸쉬이이-'


도지훈
"ㅁ, 뭐야 이거..!?"

'텁-'


김태형
"박지민, 뛰어!!!!"


박지민
"ㅇ, 어?"

.

. .


박지민
"ㄱ, 김태형..니가 여긴 어떻게..!"


김태형
"...당연한 거 아니야?"


김태형
"니가 미친놈이 아닌 이상 여주만 보내놓고 튀었을리가 없잖아."


김태형
"적어도 여기서 어떻게든 버틸려고 악쓰고 있었겠지"


박지민
"..."


김태형
"쪽지는 그렇게 보내고 튄 거처럼 하려다가 딱걸렸어-"


박지민
"고마워, 그리고..."


박지민
"미안해, 김태형.."


김태형
"미안하지마."


김태형
"고마워도 하지마."


김태형
"넌 너만큼의 최선을 다해줬어."


김태형
"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시를 우리에게, 나에게가 아닌"


김태형
"너에게 써야해."


박지민
"...ㅎ, 흐윽..."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모든 짐을 다 들고 발을 내딛는 순간 휘청거렸다. 버티지못할 것 같았다.

내 모든 팔다리는 사슬로 묶여있었고, 그 끝에는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있었다.

그러면서도 짐을 다 들고 올라섰다.

사슬의 길이는 꽤나 길었기에 계속 올라섰다.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게 팽팽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계가 다왔다.

이제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는 저 산을 못 오를 것 같았다.

하지만 불안감 뒤에는 사실 믿음이 있었고 그 믿음이 이제는 열쇠가 되어 자물쇠를 따버렸고, 사슬은 녹아내린 것같이 짐도 가벼워진듯

나는 다시 발을 내딛었다.

아니, 우리는 다시 발을 내딛었다.

정상을 향해.


박지민
"진짜, ㅈ, 진짜아... 흐윽"


박지민
"너무, ㄱ,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