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구름
잊어버린


해가 떠오른지 얼마 안된 새벽녘,

둘은 짙은 안개를 가르며 아파트 뒤편 산길을 걷고 있었다.

고요한 공기와 부드러운 햇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산책로엔 오직 승관과 지연의 발소리만이 적막을 깼다.


승관
“그래도 아침 공기 맞으면서 걷다 보니까 좀 나아졌죠?”

승관이 옆을 걸으며 물었고, 지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며 그들 위에 부드럽게 드리워졌다.

지연은 슬며시 승관을 흘깃 바라봤다. 그는 상쾌하게 들이마신 공기에 작게 미소 짓고 있었다.

김지연
“…네. 좀 나아졌어요. 감사합니다.”

지연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고, 승관은 어깨를 으쓱하며 시크하게 대답했다.


승관
“뭘요~ 별거 아닌데.


승관
요즘 스케줄 때문에 운동도 제대로 못 했는데, 오랜만에 정식으로 걷는 것 같아서 좋아요, 나도.”

그는 기지개를 쭉 펴며 두 팔을 위로 뻗었다.

지연은 그런 승관을 따라 어설프게 팔을 올려보았다.


승관
“…풉. 지금 나 따라한 거예요?”

김지연
“네…!”

밝게 웃으며 대답하는 지연.

승관은 킥킥 웃으며 팔을 옆으로 뻗고 흔들어보였다.


승관
“이건요? 이건 돼요?"

김지연
"이것도요!"


승관
“오~ 반사신경 좋으시네?”

잔잔한 새벽 산책길, 두 사람 사이엔 처음으로 웃음소리가 퍼졌다.

그때, 승관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승관
"아 잠깐만요."

그는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매니저 형]의 이름이 떠 있었다.


승관
“여보세요? 형?”

지연은 그의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매니저
[야, 승관아! 승관아! 지금 좀 비상이야! 도…겸…ㄱ이—]


승관
“엉?”

산 중턱이라 그런지 통화음이 울리다 끊기기를 반복했다.

승관은 당황하며 휴대폰을 귀에 바짝 붙였고, 전파가 약한 탓에 말이 뚝뚝 끊겨 들렸다.


승관
“지연씨,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줘요. 전화 잘 안 들려서 좀 내려갔다 올게요!”

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간 승관. 거의 지상 가까이 도착했을 무렵, 매니저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매니저
[들려?!!]


승관
"어..! 이제 잘 들려요!"

매니저
[다름이 아니라 도겸이 해외 출국, 내일로 알고있었는데 급히 땅겨져서 오늘 오후야! 그래서 트레일러 촬영도 당겨졌고, 지금 바로 스튜디오 와야 돼! 나 너희 집 거의 다 왔거든?]


승관
“아니 뭐?! 저 지금 밖인데… 준비도 안 했고…”

매니저
[밖이야?! 야야! 어? 야, 승관아 너 보인다!!!]

근처 도로를 지나던 매니저의 차가 승관을 발견하고 급히 차를 세웠다.

매니저
“야! 타! 지금 메이크업이랑 옷 다 준비되어 있어. 지금 바로 이동해야 돼!”


승관
“아니 근데… 나 지금…”

매니저
“타! 시간 없어! 나 지금 스태프들이랑 통화 중이야!”

승관은 당황한 채로 본능처럼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매니저는 곧장 차를 출발시켰고, 차는 도로를 따라 빠르게 스튜디오로 향했다.

1시간쯤 달렸을까. 승관은 창문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승관
“…!!”


승관
'…지연씨…!!'

그제야 떠오른 그녀의 얼굴.

그가 마지막으로 본 건 그 자리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이었다.


승관
‘...나… 기다려달라고만 하고 그냥 떠났잖아…?’

그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지만, 곧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승관
'…핸드폰이… 없지, 그 사람…'

지연은 연락수단이 없었다. 연락도 못 하고, 메시지도 못 남기고…그대로 남겨둔 채 떠난 거였다.


승관
“…설마… 계속 기다리진 않겠지… 그래도… 집으로 들어갔겠지…”

그는 스스로를 설득하려 애썼지만 가슴 한켠이 묵직했다.


승관
“…하아…”

머리를 쓸어올리며 조용히 한숨을 쉬는 승관.

곧 스튜디오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산 중턱, 그녀가 남아있을지도 모를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