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구름
기억이 없는 그녀


한참이나 조용히 그녀 옆에 앉아 있던 승관은 ‘이러다 나까지 체력 방전되겠다’ 싶어 조심스레 자리를 떴다.

샤워실 문을 닫으며, 따듯한 물줄기 아래에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승관
“아 진짜…이게 뭐냐, 도대체…”

누가 보면 무슨 히어로물 찍는 줄 알겠다.

한 팬이 갑자기 눈앞에서 쓰러지고, 병원도 못 간다 그러고,비까지 맞고 떨고 있고…


승관
“나는 진짜 아휴…”

머리를 감으면서도, 수건으로 머리를 털면서도,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샤워를 마친 승관은 머리를 대충 말리고 편한 반팔 티와 츄리닝으로 갈아입은 뒤

다시 조심스레 손님방 문을 열었다.

지연은 침대 위에서 살짝 몸을 웅크린 채 꿈을 꾸는 듯, 몸을 움찔거리며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승관
"왜 저래..."

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러웠다.

더 심해지는 듯한 몸부림에 승관은 무슨 악몽이라도 꾸는 건가 싶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승관
"지연씨...??"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레 톡 건드리려는 순간—지연이 눈을 번쩍 뜨며 벌떡 일어났다.


승관
"아, 깜짝이야!!"

승관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반응하며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지연은 숨을 헐떡이며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김지연
“…어…여기… 어디지…?”

초점 없는 눈동자. 침대 머리맡, 창문, 그리고 승관.

그를 바라보자마자 지연은 다시 경악했다.

김지연
"으아아아악!!!"


승관
“야야야!! 놀랄 사람은 내가 먼저야!!!


승관
아니, 병원은 못 간다 그러고 길바닥에서 쓰러졌으니까 내가… 내가 데려온 거...잖아요!”

김지연
“네? 제가… 쓰러졌어요…?”


승관
“기억 안 나요?”

승관은 어이없는 얼굴로 되물었고, 지연은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 이내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김지연
“…정말… 죄송해요… 기억이… 잘 안 나요.”

그 말에 승관은 숨을 깊게 내쉬며 머리를 뒤로 젖혔다.


승관
"...아이고야."

그는 그녀 주변에 놓여 있는 타월과 물잔, 담요 등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고 말했다.

김지연
“..저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지연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조심스레 눈을 마주쳤다.

김지연
"...정말 감사해요..."

그 인사에 승관은 그제야 살짝 경계가 풀린 듯 입꼬리를 조금 올리며 말했다.


승관
“…아휴, 십년감수 했어요. 아니 근데… 지연씨? 저희 좀 얘기 좀 해봐요.


승관
어떻게 소지품도 하나도 없고, 집도 모르고…대체 뭐예요? 집 어딘지도 기억 안 나요?”

승관은 말을 아끼려 했지만 속으로는 이미 궁금증이 산더미였다.

하지만 지연은눈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가, 천천히 다시 올리며 말했다.

김지연
“…죄송해요. 잘 모르겠어요.”


승관
“아니, 뭐… 기억을 잃은 거야…?”

그가 다시 캐묻으려다 지연의 슬픈 표정에 승관은 입을 꾹 다물었다.

김지연
“…제 이름은 김지연이고, 나이는… 아마도 24살쯤 된 것 같고… 그 이상은… 전혀 기억이 안 나요.”


승관
“…하아…”

승관은 이마를 짚으며 머리를 쓸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