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ARD: 히든 카드
ESPER: 초능력자 [11]


결국 제대로 된 순찰도 못 하고 돌아왔다. 옆구리에는 웬 남자아이를 하나 낑겨 안은 채,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가디언실로 들어갔다.

한서준
"뭐… 뭐냐? 몰래 시내 나가서 애라고 훔쳐온 거야?"

김여주
"미쳤나. 날 뭘로 보고."

여주는 소파에 털썩 앉고는 아이에게 눈짓했다. 여기 앉아. 말로 하지 않아도 다 알아들었다.

김여주
"반정부에서 인간 생체 실험을 어린애로 하나 봐. 도망쳐 나온 건지 S-4에 떡 하니 있었어."

여주의 말에 석진과 정국을 제외한 가디언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여주에게서 아이에게로 옮겨갔다. 아이는 그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는지 주삿바늘이 있는 팔을 벅벅 긁기 시작했다.


김석진
"괜찮아. 잘 왔어. 네가 생각한대로 여기는 정부에서 관할하는 곳이 맞아."

석진은 이미 빨개질대로 빨개진 아이의 팔을 차가운 손수건으로 감쌌다. 능력을 써 아이의 생각을 읽고, 불안함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를 번쩍 들어 품에 안았다.


김태형
"꼬마야, 넌 이름이 뭐야?"

"실험체 9……."

김여주
"김서우."


김태형
"응?"

김여주
"쟤 이름, 김서우야. 실험체 뭐시기가 아니라."

아이의 대답을 끊고 여주가 새로운 이름을 내뱉자,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주를 바라봤다. 여주와 함께 아이가 실험체 9호라고 소개한 걸 들었던 석진과 정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이름이 김서우라고 소개된 것을 들은 아이도 놀랐다. 김… 서우? 어감도 좋았다. 성이 생긴 것도 좋았다. 아이는 당황한 표정도 잠시, 곧 해맑게 웃어보이며 이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김서우
"안… 안녕하세요, 저는 김서우라고 합니다…!"

석진의 품에 안겨 자신있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서우는 그제야 그 나이 또래의 아이 같았다. 석진은 서우를 안지 않은 손을 뻗어 서우의 볼에 묻은 흙을 닦아주었다.

머릿속에서 김서우라는 이름만 반복해서 말하는 걸 보니 여주가 지어준 이름이 꽤 마음에 드는 듯 했다. 푸스스 미소 지은 석진이 서우의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던 서준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한서준
"다음 수업 다 뺀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빠짐없이 설명해."

가디언 부장인 서준은 보고서에 이 일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며 머리를 짚었다. 쉽게 쉽게 굴러가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서우에게 들은 이야기 중 충격적이지 않은 이야기는 없었다. 고아인 아이들을 잡아가는 것부터 대체로 어떤 실험을 했는지 등 서우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가관이었다.


김남준
"그러니까… 네 능력은 시섬이고, B클래스였는데,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S클래스가 됐다?"

김서우
"네…. 맞아요. 아직 친구들도 거기에 많이 있어요."

도대체 어떤 실험을 했길래 B클래스에서 S클래스가 됐을까. 서우의 팔에 새겨진 주삿바늘들이 신경을 건드렸다. 상처가 간지러운 것인지 서우는 자신의 팔을 가만 두지 못했다.


정호석
"그럼 어린애들한테는 이미 실험이 성공한 건가? 볼타나 월타 말고도 새로운 것들이 더 나온 거야?"

김서우
"실험 성공이라…. 그건 아닐 거예요. 실험체 1호나 2호… 아니, 수도 없이 많은 실험체들이 죽었어요. 저도 조금만 더 그곳에 머물렀다면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예요…."


박지민
"거기서 뭐 들은 건 없고?"

김서우
"뭐 들은 거요…? 어…. 음……."


박지민
"생각 안 나면 안 난다고 말해주면,"

김서우
"아. 듀얼!"

김여주
"…듀얼?"

김서우
"능력을 여러 개 쓸 수 있는 에스퍼를 만들어 냈다고 했어요. 저한테도 그 실험을… 하려고 했고요."

듀얼 에스퍼. 수업 시간에 지나가듯이 배운 적이 있었다. 한 에스퍼당 한 개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존의 법칙과는 달리 한 에스퍼에게 두 개의 능력이 존재하는 것.

허나 지금까지 발견된 듀얼 에스퍼는 총 네 명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수명이 짧아 죽었다고 했는데…. 반정부군은 듀얼 에스퍼를 만들어서 무얼 하려는 것일까.

한서준
"…주야. 김여주!"

김여주
"어. 어?"

한서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앞으로 얘는 네가 챙겨. 가디언에서 같이 데리고 다닐 거야."

김여주
"뭐? 왜?"

한서준
"S클래스잖아. 이름도 네가 지어준 것 같고. 아니야?"

김여주
"…아니, 그래도,"

한서준
"그리고 무엇보다…. 얘가 널 너무 좋아하는데?"

서준의 말에 시선을 옮기니 소파에 앉아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에 모은 서우가 보였다. 안 그래도 큰 눈을 말똥말똥하게 뜬 채 바라보니, 다람쥐가 떠올랐다.

김여주
"너, 몇 살이야?"

김서우
"어… 올해로 9살이요."


김태형
"9살?! 이렇게 작은데…. 야, 전정국. 너 그거 좀 내놔. 간식이라도 먹이자."


전정국
"……."


김태형
"야, 너 쟤 저렇게 마른 거 안 보여?! 근육 덩어리인 애가 어린애한테 양보 좀 해주,"


박지민
"바보야. 직접 주고 싶다잖아. 자리나 비키래."

언제 또 과자를 가져온 것인지, 정국은 품에 과자 두 봉지를 끌어안고 소파에 멀뚱멀뚱 앉아있었다. 옆에서 태형이 서우에게 과자 좀 양보하라며 팔뚝을 찔러도 움직이지 않았다.

김서우
"……?"


전정국
"…먹어."

정국은 자신의 손과 서우의 손을 번갈아 쳐다보며 비교하고는 품에 안은 과자 봉지 중 하나를 서우에게 건넸다. 정국의 두 눈에 언뜻 안타까움이 담긴 것 같았다.

정국에게 과자를 받은 서우는 과자 봉지를 뜯지도 찢지도 않고 멍하니 봉지 표면을 구경했다. 아무래도 과자를 처음 보는 것 같다.


김남준
"이런 거 먹어본 적 없어?"

김서우
"아… 먹는 거예요? 전에 빈민가에 살았어서 이런 건 처음 봤어요…."

서우가 말하는 '전에'는 몇 년 전이고, 빈민가는 어느 정도로 부족한 마을이었을까. 남준은 아직도 호기심어린 눈으로 과자를 구경하는 서우에게서 과자를 뺏어 들어 봉지를 뜯어주었다.

봉지 안에 들어있는 과자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서우는 남준이 건네는 과자 하나를 받아 입 안에 쏙 넣었다. 잠시 뜸을 들이다 눈을 번쩍 뜨며 남준에게서 과자 봉지를 채가길래 남준은 허, 웃으며 서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민윤기
"그럼,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실험을 하는지는 모르는 거야?"

김서우
"네…. 그냥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여기에 주사를 맞았고, 깨어났을 때는 몸이 너무 아팠다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나요."

단미래
"에구…. 우리 여주 동생이 많이 아팠구나. 누나가 사탕도 줄까? 막대사탕 엄청 많은데!"

김여주
"누가 내 동생이에요? 저 동생 없는데."

단미래
"어머, 우리 여주 질투하는구나!!! 걱정하지 마. 나한테는 우리 여주밖에 없어!!! 우리 애깅~♥"

한서준
"그쪽에도 정신계 에스퍼가 있는 건가. 마취제를 사용한 거라면 몸에 고통이 왔을 때 바로 깼을 텐데…."

단미래
"오구오구, 잘 먹는다. 목 마르지 않아? 물도 마실래? 어디 보자…. 탄산으로 줄까?"


김석진
"서우 머릿속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실험 당한 기억은 찾을 수 없어. 딱 누가 손을 댄 것처럼 깨끗해. 정신계 에스퍼가 있는 게 확실해."

김서우
"어… 이거는 어떻게 따는 거예요? 돌리는 건… 가?"

단미래
"이리 줘! 누나가 해 줄게! 이거는 이렇게… 딱! 어때, 누나 멋있지?"

한서준
"아, 단미래!!!! 너 조용히 안 해?!?!??"

웬일로 아까부터 가만히 앉아있어서 정신 좀 차렸나 보다, 했더니 어떻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있던 게 아니라 눈으로 서우를 관찰하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서우에 대한 스캔이 말끔히 된 것인지 바로 자리를 옮겨 서우의 옆에 붙어 앉았다. 입가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 닦아주랴 물병 뚜껑 열어주랴 여주 칭찬하랴 아주 바쁘게 돌아다녔다.

한서준
"저걸 진짜!!! …네, 여보세요."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몽둥이를 끌고 미래에게 다가가던 서준은 주머니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모두의 관심을 한 번에 받는 서우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정호석
"무슨 일 있어요?"

서우와 함께 있다가 서준에게로 눈을 돌린 호석은 서준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서준에게 다가갔다. 통화가 다 끝났는데도 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게 확실하다.

한서준
"에스퍼가… 마을을 공격했대."


정호석
"…네?"


민윤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마을이라니."

호석과 서준의 대화를 듣게 된 가디언들이 하나둘 서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북쪽에 있던 학교도 공격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마을이라니.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박지민
"어떤 마을인데요? 설마, 반정부군 짓이에요?"

한서준
"반정부군 짓인지 아닌지는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고, 일단 지금 다들 그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


김석진
"어딘데. 장소는 말해줘야지."

시간을 끌며 마을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서준이 이상했다. 이를 느낀 건 석진 뿐만이 아니었는지 여주 또한 뭐냐는 눈빛으로 서준을 바라봤다.

여주의 눈을 마주친 서준은 짧게 한숨을 내뱉고는 머리칼을 털었다. 어차피, 가면 바로 알아차릴 장소였다.

한서준
"…바이타 마을."

김여주
"…뭐?"

한서준
"…바이타 마을이야. 빨리 준비해."

바이타 마을. 여주가 학교로 들어오기 전, 태어나고 자랐던 마을의 이름이었다. 허나… 이미 그 마을은 사라진 지 오래일 텐데.

여주는 어렸을 적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 얼굴을 구겼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 아니 갈 거라고 생각도 해 보지 않았던 그곳에… 가야 했다.



다들 감사합니다!!! 톡으로 알려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해요 ㅜㅠ 폰 안 보고 있었는데 배너 걸렸다는 말 듣고 깜짝 놀랐지 뭡니까!!


'만들어진' 옆에 * 표시가 마음에 들지 않긴 한데, 뭐... 제 최애작이 이곳에 걸리다니!! 예상치 못했기에 더 기쁘네요!! 🥰❣️ 제 글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ㅜㅠ 진심이에요 ㅜㅠ 😭💙

오늘 편은 로맨스도 없고 액션도 없어서 딱히 재밌다라고 느끼지 못 하셨을 수 있어요! 네 원래 제 글 특성상 로맨스 30% 스토리 70% 인 거 아시죠?! 😉 후반부에 기대하셔요 😆

히든 카드는 반응 연재가 아니고 온전히 자유 연재예요! 제 최애작인 만큼 스토리 수정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하고 있으니 너무 오래 기다린다고 미워하지 마세요 ㅜㅠ 😭 배너, 다시 한 번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