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ARD: 히든 카드

ESPER: 초능력자 [12]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간간이 대화를 나눴지만, 여주는 입을 꾹 닫은 채 오로지 창밖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런 여주가 걱정됐는지 옆에 앉아있던 서우가 여주의 팔을 폭폭 건드렸지만, 여주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 시무룩해진 서우를 지켜보던 서준은 한숨을 내쉬며 여주를 불렀다.

한서준

"…김여주."

김여주

"……."

한서준

"바이타 마을이 살아났다는 건, 나도 최근에서야 알았어. 2년 전부터 사람들이 다시 모여 살기 시작했대."

살아났다. 서준은 바이타 마을을 그렇게 표현했다. 그럼 원래는 죽어있었던 걸까. 여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한서준

"기존에 있던 사람들보다는 새로운 사람들이 더 많을 거야. 그러니까 들킬 걱정은 하지 말고,"

김여주

"안 해. 그런 거."

한서준

"……."

김여주

"난 멀쩡하니까 선배나 신경 써."

퉁명스럽게 내뱉는 말과 달리, 기숙사 내 상점에서 사온 망토를 쥔 여주의 손은 자신의 힘에 못 이겨 떨렸다.

분노, 그리움, 그리고… 두려움. 많은 감정을 담아낸 두 눈이 스르륵 감겼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내린 곳은, 여주의 기억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바이타 마을.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다 못해 황폐해진 마을.

조금만 더 걸어 들어가면 마을 한 가운데 부분의 땅이 움푹 파여있을 것이었다.

마을의 입구가 보일 때부터 발걸음을 멈춘 채 가만히 서 있으니, 가장 마지막으로 걷던 태형이 여주의 이름을 불렀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여주야."

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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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김여주?"

김여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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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안 가고 여기서 뭐해? 다른 사람들은 벌써 저기까지 갔는데."

김여주

"…갈 거야."

김태형 image

김태형

"힘들어? 업어줄까?"

여주의 안색을 살피던 태형은 여주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쥐고는 자신의 쪽으로 잡아끌었다. 허리를 굽히고 등을 내보이는 꼴을 보니, 장난으로 한 말은 아닌 듯 싶다.

김여주

"됐어. 안 힘들어."

여주는 태형에게 잡힌 손목을 빼내고는 다른 사람들의 뒤를 따라 마을 입구로 향했다.

평소보다 싸늘해진 여주의 말을 듣고 자리에 멈춰 서 있던 태형은 혼자 투덜투덜거리며 여주의 뒤를 따랐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걱정돼서 그런 건데…. 아, 여주야! 같이 가!"

여주와의 거리가 멀어진다 싶으면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는 태형이었다.

"흐, 흐윽…. 어, 엄마아…. 일어나…. 일어나…!!!"

"살려주세요!!! 살려주, 꺄악!!!"

마을 입구에 다다랐을 때부터 시작이었다. 여기저기 부서져내린 집들, 그 사이에 낀 사람들, 에스퍼에게 직접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사람들, 울타리에서 빠져나온 가축들까지.

눈으로만 보이는 에스퍼들이 셋이었고, 가디언들은 열 명, 아니 서우까지 포함한다면 열한 명이었다.

마을에 발을 들이면 들일수록 마을 사람들이 많이 보이게 되자 여주는 얼굴을 가린 망토를 힘주어 끌어내렸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미친…. 남쪽은 원래 이래?"

민윤기 image

민윤기

"그럴 리가 있겠냐. 다들 당황한 것 같은데."

한서준

"지민아. 일단 불난 곳부터 끄는 방향으로 능력 좀 써 줘. 나머지는 최대한 마을 사람들을 보호하는 위주로 가는 거야. 알겠지?"

단미래

"오케이–. 서우는 누나 따라와. 애기들 대피하는 것 좀 도와주자."

김서우

"네…!"

서준의 말에 하나둘 다리를 움직여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민은 불이 붙은 나무와 집에 물을 뿌렸고, 남준은 마을 사람들이 무너지는 집에 깔리지 않도록 중간중간 결계를 만들었다.

윤기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얼음으로 보호구역을 만들고, 호석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려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끌어 윤기 쪽으로 보냈으며, 서준과 미래, 서우는 마을 사람들을 부축하는 데 힘을 썼다.

그렇게 자신의 능력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자리에 남는 사람은 여주, 석진, 태형, 정국이 됐다.

같은 불 속성인 태형과 전기를 다루는 정국은 오직 공격에 유리한 에스퍼였기에 어떻게 도움을 줘야할 지 몰랐고, 석진 또한 현재 이곳에서 정신계 능력으로 도움을 줄 방법은 없기에 가만히 있었다.

석진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여주를 내려다 봤다. 망토로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고 있는 여주.

정부에서도 비밀리에 숨기는 흡수 에스퍼이기에 나서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능력을 제한하는 목걸이를 걸고 있어, S클래스인 여주의 생각을 읽기가 어려웠다. 거기다 얼굴까지 가리고 있으니 표정을 읽기에는 더더욱 어려웠다.

"흐응–. 너희가 가디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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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무너지는 마을을 보며 뭐라도 하나 하면서 나설까, 생각 중이던 그때,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히는, 위. 하늘이었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윈드… 키네시스인가?"

윈드 키네시스. 바람 조종. 하늘에 떠 있는 것만 봐도 윈드 키네시스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

여자는 자신에게 향한 세 쌍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는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꼬리를 매끄럽게 끌어올렸다.

"뭐, 꽤 반반하게 생긴 애들이랑 다니네. 안 그래, 조커?"

김여주

"……."

"나한테 얼굴 좀 보여주면 안 돼? 그거 궁금해서 여기까지 찾아왔단 말이야–."

김여주

"……."

"부모 잡아먹고 태어난, 살인자."

쾅–!!!

순식간이었다. 여자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마자 여주는 정국의 어깨를 가볍게 터치하고는 반대편 손으로 주먹을 꽉 쥐어, 여자에게 번개가 내려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자는 대기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바람을 이용해 재빨리 위치를 바꿔 여주가 쏜 번개를 피했다.

여주가 그렇게 행동할 줄 알았다는 듯 여자는 허리를 젖혀 웃으며 눈꼬리에 달린 눈물을 닦아냈다.

"왜. 무서워? 또 한 번 잡아먹을까 봐?"

김여주

"…닥쳐."

"아니면–. 네 옆에 있는 애들도 도망갈까 봐 그런가?"

으득, 이가 거칠게 맞부딪히며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여자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태형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주와 여자를 번갈아 쳐다봤고, 대충 상황을 짐작한 석진은 굳은 얼굴로 여자를 바라봤다.

김석진 image

김석진

"너 뭐야."

필요하다면 목걸이를 빼낼 생각으로 오른손으로 호박색 목걸이를 강하게 움켜잡고 있으니, 여자는 "아, 맞다!" 라며 자연스럽게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스페이드라고 불러. 나름대로 우리끼리의 직책이 있거든."

파란색으로 물든 머릿결이 스페이드의 손을 따라 아래로 찰랑거렸다.

"아악!!! 안 돼…. 안 돼!!!! 살려주세요!!! 우리 애가… 우리 애가!!!!!!"

전정국 image

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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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드

"뭐해. 안 가?"

김여주

"……."

스페이드 image

스페이드

"저러다 진짜 다 죽는다?"

즐거운 영화라도 보는 양 스페이드는 낄낄 웃으며 마을 쪽으로 손짓했다. 얼른 가 봐. 난 여기서 구경할게. 참으로 놀라운 행동이었다.

스페이드의 말에도 세 사람이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여주는 직접 발을 움직여 비명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여주가 나설 거라고 예상 못했는지 석진과 태형이 당황한 듯 뒤에서 여주의 이름을 불렀지만, 여주는 그들의 부름은 들은 채도 하지 않으며 능력을 조절해 무거운 파편이 마을 사람들에게 가지 않도록 만들었다.

흡수 능력을 사용해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면서도 입자를 건든다 싶으면, 바로 손을 떼버리는 여주. 멀리서 봐도 정말 수준급인 능력 조절이었다.

김여주

"…괜찮으세,"

"히익!!! 에, 에스퍼!!!"

짜아악–!!!

머리 위로 떨어지는 파편을 보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진 주민에게 손을 뻗으니, 되려 여주의 고개가 돌아갔다.

고맙다는 말은 기대도 안 했지만, 뺨 맞는 건 예상도 못 했는데…. 의미 모를 씁쓸함에 입가에 고인 침을 바닥에 퉤 뱉었다.

여주의 뺨을 때리는 것만으로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주민은 몸을 벌벌 떨며 바닥에 놓인 벽돌을 집어들었다. 집이 무너지면서 튀어나온 벽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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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팍!!

남준이 만든 결계가 아니었다면 여주의 머리는 깨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여주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벽돌을 보고도 피하지 않았으며, 주민은 두려움에 잠식된 나머지 뒤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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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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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제 눈을 보세요. 똑바로 쳐다보세요."

남준의 목소리에 달려온 윤기는 재빠르게 주민의 다리와 팔을 얼렸고, 석진은 그런 주민의 얼굴을 붙잡고 두 눈을 똑바로 마주봤다.

두 눈을 마주보고 혼자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을 보니, 능력을 써 주민을 진정시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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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괜찮아? 얼굴 좀 봐봐."

김여주

"괜찮아. 아직 불 안 꺼진 곳 많아. 불이나 꺼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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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작은 불은 알아서 금방 꺼져!! 넌 얼굴 좀 보자니,"

"김… 김여주…?"

김여주

"……아."

뺨을 맞느라 얼굴을 가린 망토가 반쯤 올라갔다. 얼굴에 다가오는 지민의 손에 급하게 망토를 다시 끌어내렸지만, 이미 늦었나 보다.

윤기가 만든 임시 보호구역에서 여주의 얼굴을 본 노인은 여주의 이름을 부르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행동에 보호구역에 있던 모든 이들이 노인의 손을 따라 여주를 바라봤고, 하나같이 몸을 떨며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저… 저… 저 더러운 것!!!! 여기가 어디라고 와!!!"

"소금!!! 소금 어딨어!!! 당장 쫒아내!!"

"에스퍼는 당장 이 땅에서 꺼져라!!!"

"부모 잡아먹고 태어난 살인자!!!! 부모님을 죽인 곳에 나타나니 좋냐?!!!"

에스퍼들의 공격을 받을 때는 아무것도 못하고 도망치기만 하더니, 여주의 존재를 확인한 후에는 에스퍼를 욕하며 더러운 형물이라 말했다.

혐오, 두려움, 공포. 온갖 어두운 감정으로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는 집들이 무너지는 소리보다 컸고, 금방 이 작은 마을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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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드

"풉. 여기로 오길 잘했다. 그치, 다이아?"

"……."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 여주를 보며 스페이드는 킥킥 웃어댔다. 다이아라고 불린 이는 스페이드의 옆에 서서 여주를 바라보다, 이내 등을 돌렸다.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 김여주."

끝내 닿지 못한 말은 공기 사이로 빠르게 흩어졌다.

아셨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저 히든카드는 캐릭캐릭체인지 보고 Feel 받아서 쓴 거예여... 온 롴크! 오픈 하아아아트! 절대 못 잊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