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그의 완벽한 이별법
완벽한 이별법 10


비틀대며 겨우 층을 올라온 뒤로는 책상에 엎드려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할 것도 많은데.. 휴대폰을 집어들고 볼을 딱 붙인채 눈을 감았다.

몇 번 감았다떴다를 반복하니 웬일인지 문자창에 메시지가 떠있었다.

아, 지성이 형.

ㅡ전화해라. 오후 1:01

뚜르르, 이어지는 전화연결음이 무색하게도 정색한 채로 쉬어버린 목소리를 갖다대었다.


윤 지성
ㅡ점심시간인데, 밥 안먹냐.

You
"버틸 수가 없어.."

은근슬쩍 반말하고, 아쭈. 아프면 다냐? 힘없는 음성 탓인지 괜히 쪼아대는 형의 장난에 바람빠진 웃음을 지어냈다.

You
"알았어요.. 응, 응. 먹으면 될거 아니야. 먹으면. 헤-"



윤 지성
ㅡ예쁘지도 않은 후배한테 내가 너무 잘해줬다. 그지? 아주 그냥 나대요.


윤 지성
ㅡ몸은 좀 어떤데.

You
"...그냥, 그저 그래요."

싱겁긴. 끊는다. 커피 또 마시지 말고. 설렁설렁 대답하고 폰을 덮었다. 졸리기도 하고.. 아까 그리 잤는데. 소파에서.

옆에 있던 담요를 어깨에 두르고는 하이힐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편하고 푹신한 재질이 발을 사악 감아온다.

착잡한 온도가 그대로 스타킹을 타고 들어온다. 아, 참. 아까 잘 됬겠지. 나 대신 주현씨가 갔으려나.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참.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You
"먼저 퇴근합니다."



강 슬기
"몸 관리 잘하고 푹 쉬어요."

네, 한결 가뿐해진 몸을 이끌고 지하철역을 향했다. 노오란 빛의 보도블럭을 밟고 발을 툭툭 굴렸다.

귀로 흐르는 노래가 이어폰을 타고 나왔다. 그리움에 관한 노래.

그리움이 뭐였더라.

보고싶은 마음?

"현금 영수증 필요하세요?"

아니요, 고개를 젓고는 검정색 비닐봉지 하나와 안에서 챙 소리를 내며 부딪히는 소주병들에 시선을 돌렸다. 오랜만에 혼술이나 달릴까.

요즘따라 마음에 여유가 없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었는데.

빌라 엘리베이터의 기계음이 울리고 천천히 도어락을 열었다. 띠-하는 음이 감각을 건드린다.

샤워를 급히 마친 후 컵라면 하나를 끓여 베란다의 책상 위에 두었다. 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머릿수건으로 물기를 막 닦아낸 채로 의자에 앉았다.

이거지. 내가 굳이 이곳으로 이사 온 이유. 컵라면의 김에 후후 바람을 불며 야경을 보았다.

아까의 노래 구절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리움, 그리움, 그리움, 그리움.

그리움.


강 의건
'아, 자꾸 그러지 마. 예쁜 손톱 망가질라.'


강 의건
'늦게 들어오지 마.'


강 의건
'아고, 물 쏟았다. 옷 젖었으니까 내 거로 일단 가리고-'



강 의건
'..진짜, 너무 사랑해.'

그리고 그 옆에 있던,

You
'예쁘기는,..'

You
'알겠어. 근데 회식이었잖아- 응? 삐졌어?'

You
'오, 배려 넘치는데-?'


You
'..나도.'

나를 떠올리는.

아, 지금이 아니라 더 행복했던.

이게 그리움이겠다.

컵라면 보다 뜨거운 물이 내 눈에 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