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그의 완벽한 이별법

완벽한 이별법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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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슬기

"그거 들었어요?"

옆 부서 지훈씨 있잖아요, 그 왜 꽃돌이. 발령나서 지방 간다던데. 밉보였나봐요, 사원인데 안됬죠.

You

"..아, 그래요?"

나름 좋은 사람이었는데 아쉽네요. 복사기 앞에 서서 프린트 버튼을 꾸욱, 누르니 지잉 거리는 기계음이 귓바퀴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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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지성

"젊어보였는데, 해봐야 25인데 어쩌누. 쯧, 이래서 사회생활을 잘해야돼."

You

"그건 그렇고 형은 일 안하십니까? 저랑 슬기씨만 일하는 것 같네요."

헤, 사소한 거에 신경쓰지 말자고. 손을 휙 젓는 형을 한껏 째렸다. 뚫려라, 하는 눈으로. 상사가 일을 안한다고요 동네사람들!

휘유, 가볍게 기합을 넣도록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뱉었다. 피부도 푸석해지고 아주 난리다, 응? 일에만 몰두하니 실적은 좋아지지만 눈에 띄게 외모의 상태가 나빠졌다.

애초에 관리받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서도, 피부 하나만큼은 자부심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늙은 것이 티가 나나 보다.

피부샵이나 갈까, 백화점 쪽이어서 또 지름신 올 것 같은데-, 후우. 참을 수나 있으련지.

사사로운 고민에 신경 쓸 수 있을 정도로 풀려진 긴장이 감사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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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건

"..네, 두달이요."

젠장. 답지 않게 옥상은 왠일인지 마주친 강의건의 뒷모습에 재빨리 몸을 틀었다.

되는 일이 없더라니ᆢ. 체, 두달은 또 뭐람. 울음을 그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마주하는 그 원인은 썩 마음에 들지 못했다.

You

"..근데 또 밉지가 못해."

실은 소홀했다. 확실히 느꼈었다. 야근이라고 둘러대며 술을 진탕 마시고 오질 않나, 늦는다더니 다른 여직원을 만나고 오고.

그리고 여기서의 다른 여직원은,

You

"..배주현."

응, 배주현이다.

진한 향수냄새가 옷깃에 배어있을 때부터 의심이 가긴 했지만, 믿었다. 결코 강의건은 그럴 놈이 아니었으니.

톡, 높지도 않은 구두를 조심스레 딛어가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아-, 그래.

우울해진 기분이 나아진 게 아니라

잠시 잊었다는 사실이 행복으로 착각된 것임을, 난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허구임을 알게 된 순간이 그만큼 처참했으니 망각만으로도 좋았겠지.

무의식적으로 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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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건

ㅡ야근, 인데.

You

'..그래. 천천히 와.'

끝나가던 것을 붙잡고 싶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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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건

"..입원은, 안됩니다."

ㅡ입원 하셔야 돼요.

ㅡᆢ종양이 더 퍼지면,

기억까지 건드리셔서 일상생활 불가능하세요.

수화기 너머 들려온 말은 물론,

여주에게 닿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