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그의 완벽한 이별법
완벽한 이별법 09


You
"...예.."

"듣고 계세요?"

You
"네.."

"안 듣고 계시죠?"

You
"네.."

이거 봐, 상태가 영.. 약국에 서서 가만히 처방방법을 읽는 약사를 향해 눈만 고정시키고 멍을 때리고 있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분간도 못하고,

You
"..네,.."

만 반복하고 있으니 여간 답답하셨을까. 이마를 짚으시며 꼭 챙겨드세요. 아시겠죠? 라며 으름장을 놓는 약사선생님이셨다.

You
"....,네..."

또 맥없이 대답했고 말이다.


강 의건
"질렸어."



배 주현
"질렸다잖아요, 이제. 대리님 매력 없나보다. 그죠?"


윤 지성
"-야, 야!"


강 슬기
"어떡해! 여주씨!"

쿠당탕. 꿈이었다. 세상에 걷다가 잠들정도면 어느 수준이지. 얼마전엔 코피도 흐르더니만, 검진 다녀오고 급격히 건강상태가 저하됬다.

You
"..괜찮아요."

상체를 드는 순간 멀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반대편 쪽에 강의건과 눈이 마주쳤다. 창피해. 쪽팔린다.

추하게 이게 뭐야, 싶어서 툴툴 털고 일어나려하니 갑자기 아파오는 발목에 순간적으로 꺾여 지성이 형 쪽으로 치우쳤다.



윤 지성
"..야!"

그 이후로 기억이 없다.

You
"..여기 뭐지.."

분명 회계팀 넘어가려고 에스컬레이터 타고 있었는데. 여기가 어딘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머리가 찌릿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강 의건
"..일어났어?"

You
"너, 너 왜. ..?"

쿡 쿡 아픈 근육통에 몸이 반응해 쓰라리는 것을 참고 왜 내 앞에 강의건이 있는지 어버버 거리며 물어보았다. 보기가 영 이상했을 터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강 의건
"...몸 관리, 제대로 안하지."

가뜩이나 허약체질인게. 생각났다. 강의건의 전용실이다. 휴게실 비스무리하게 생겨서는 가끔 온 적이 있었다. 사내연애랍시고 몰래 숨어서 만날 때.

서로 보고 싶어서 안달났을 때, 이따금씩 내딛었던 곳이다.

You
"아, 아니. 잠시만."

뭘 먼저 물어봐야 돼.

내가 여기있는 이유? 아니면 네가 여기있는 이유? 배주현은? 배주현은 어쩌고. 또는 우리가 같은 공간에서 마주보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강 의건
"나 속상, 하게."

예전처럼 한없이 다정한 이유.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밖으로 뱉어지지 않았다.

나가지 않았다.

You
"..어, 음. 그러니까."


강 의건
"천천히 해. 기다려줄게."

그,.. 거즈는 내가 붙였는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손가락을 꼬물거리는 강의건을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았다.

You
"..우리 이제 이런 사이 아니잖아."

무심하고 서로 원망하는 그런 관계여야되는 거잖아. 응? 그런 거여야 되는 거잖아.

You
"왜 다정하게 구는데."

꼭 옛날처럼,

철없이 네가 좋아서 헤헤 거리던 그때처럼,

순수하고 여린 마음이 상처 받기 전처럼.

왜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면서,

You
"뭐하자는 거야."

미련도 못 버리게 만드는데.


You
"버린 건 넌데."

추억이 됐든, 무엇이 됐든. 아, 나를 버렸지. 결국 다른 사람을 선택했지.


강 의건
"..그런 거 아니야. 몸 조리 잘하라고."

욱신거리는 발목을 부여잡고 간신히 소파 밑으로 발끝을 딛었다. 으, 아파라.

이 이상의 거리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차가운 눈빛, 말투, 표정.

이게 익숙해져야 한다.

네가 먼저 그랬듯이 말이다.

내 6년을 묻었다.

지난 6년간의 내 세상을,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