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그의 완벽한 이별법
완벽한 이별법 _ 주현


실은, 어렸을 적부터 예쁘장하다는 칭찬을 들어왔다.

그 칭찬이 뒷받침되어 어느 정도 따라와주는 스펙들이 나의 방패였다.

대학에서의 혼란한 관계를 정리하고 여전히 녹슬지 않았던 나의 무기는,

얼굴이었다.

살아가는 데도 일말의 문제가 없고, 그 문제조차 사라지게 하기에 외모는 적절한 대안이었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다 그런거야- 하는 인간을 빼고는.

대학생활도 초반까지는 괜찮았다, 괜찮았는데.

ㅡA 받아야지, 주현아. 그냥,

가만히 있어.

졸업을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더듬거리는 손도 싫었고, 어깨에 닿는 숨마저 끔찍했어서 뿌리치려 했지만-

'저런 사람들 진짜 무서울 것 같지 않냐, 왜. 막 성추행 당했다는 사람들.'



배 주현
'에이- 야. 저게 뭐가 무서워. 나 같으면 확 때리고 튈거다.'

'..그게 될까.'

그렇게 쉽지 않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온 신경이 내려오려는 손가락에 쏠려 늙어빠진 교수에 경멸이 끝을 달릴 때쯤에 벌컥, 과제 제출을 해야한다며 열리는 문에 그나마 살았다고 생각했다.

난 용기있지 못했다.

정확하고자하면,


내 정신상태는 나약했다.

내 모든 일들이 얼굴로써 플러스 점수를 받았다.

어쩌면 마이너스 적 요소를 무시했을 정도로 헤이해져버린 나태한 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동안 밖에 나가질 못했다. 후유증 때문이 아니라,

나에 대한 우울감과 자괴감이 나를 집어삼켜서.

대학교 1년을 휴학했다. 여전히 그 교수는 멀쩡히 직장생활을 했고, 나는 혼자 숨어 피하기에 급급했다. 귀퉁이에 남겨져 목이 매이도록 울고는 약을 먹었다. 신경안정제를. 난 그렇게 살고 있었다.

어리석은 존재였다.

그리 험난한 대학을 끝마치고, 인턴생활 끝에 입사한 곳에서는 여러 명의 다양한 사람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중에서 들려오는,

'김대리님 있잖아요, 김대리님-'


배 주현
'..김대리님이요?'

'아, 주현씨는 모르시겠다.'

'그 왜요- 실적 좋고 능력 있는 분이신데 성격 호탕하신 분 계시거든요, 다른 부서에.'

'이번에 타 부서 부장 찌른 게 김대리님이시라면서요?'

'그렇다니까요. 여직원들 성추행한다고 유명했는데 다들 쉬쉬 했던. 이번에 대자보 붙이고 시위라도 하겠다고 갈아엎으셨잖아요.'

'김대리님이 이 회사 히어로죠-'

누군가에 관한 소문,

'그런 나쁜 놈 무찌르는.'

나랑은 다른 사람에 관한 소문.

모두가 히어로라 부르는 전설님,

훗날의 내 롤모델이자 참도 멋진 그런,


그런 분.


강 의건
'..승진. 승진을 조건으로 걸죠. 해외발령으로 승진시켜드리겠습니다.'


배 주현
'..그럼, 김대리님은.'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란다. 같이 일을 하며 느낀 김대리님은 정말- 히어로같은 사람이다. 모두를 위해 일하는 리더십있는 사람.

회사가 원하고 세상이 원하는.

그리고 그 사람의 세상은,

그 사람이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란다.

나의 히어로는 항상이고 아픈 일들 뿐이었나보다.

나는 결국 그 손을 잡았다.


..그 히어로가, 나의 롤모델이 나를 부디 미워하길 바라며.

회식을 핑계로 한 술자리에서 죽어라 퍼마셔도 취하지 않길래, 소주만 들이키다 알딸딸해진 채로 김대리님의 곁에 가 앉았다.

차가운 눈으로 보네요, 대리님. 하기사 밉게 보이는 게 당연하죠.

미련히도 착하고 정의로운 대리님도 나 미워하시는가봐요.


배 주현
"내 롤모델이셨는데에-"

뭐라고 주저리대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대리님.

그냥,

그냥.

당신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이에요.

당신같은 사람이 조금이나마 덜 아팠으면 할 뿐이에요.

아 참. 그리고,

당신의 그 분은.

당신이 아프지 않기를- 나보다 더 많이 바란대요.


배 주현
"너무.. 미워하지.. 마요.."

나는 이미 우울의 늪에 빠진지 한참이 되어서, 당신의 어둠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검어졌으니까.

나는 당신의 모든 원망을 먹을 자신이 있으니 당신은 쭉 밝은 채로 남아주세요, 내 롤모델님.


내, 아름답게 빛나는.

동경의 대상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