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왕의 딸이랍니다
세번째 나들이


황제의 밀실,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고려 왕의 인도하에 여주 공주가 왕궁 밖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강의건(제국 황제)
무슨 일인지 파악됐나?

???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왕궁 내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는 많습니다만...


강의건(제국 황제)
흠..

아무런 이유없이 왕이 직접 공주를 데리고 밖으로 나갈 리 없다.


강의건(제국 황제)
...김남준이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확률은?

???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일은 그 이유 때문은 아닌 듯합니다.


강의건(제국 황제)
분명 뭔가가 있을 것이다.

???
미행을 붙일까요?


강의건(제국 황제)
들키지 않게 조심히 행동하도록.

???
들키면 자결하겠습니다.

목소리의 기척이 멎어들었다


강의건(제국 황제)
(분명 뭔가 있다...그게 도데체 뭐지?)


김남준(왕)
그냥 가는건데?


정호석(학자)
(빙긋)그럴 줄 알았습니다ㅎ

그러게, '데이트'라는 단어를 사전에 넣자고 했잖아요..


정호석(학자)
(뭐, 안그래도 '딸바보' 등재 때문에 말이 많으니 어쩔수 없지-)


정호석(학자)
그런데 폐하께서는 어째서 여주 공주님과 나들이를 하시게 되신 겁니까?


김남준(왕)
내가 명령을 내렸거든


정호석(학자)
..예?


김남준(왕)
(피식-)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발칙한 계집아이가 한다는 말이 자신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맞혀 보라고 하더군


김남준(왕)
그래서 나밖에 모르는 그 계집이 원할 만한 선물을 준 거다


정호석(학자)
..그러시군요ㅎ

과연 그런 이유만일까요? 폐하께서 직접 명령을 내렸으니 어쩔수 없이 들어준다...그것만은 아닐 텐데요ㅎ

어쨋든 그렇게, 여주의 세번째 나들이가 시작됐다

왕이 함께하는 조금 많이 특별한 나들이였다

여주
아버님..소녀를 떼어놓고 가지 말아주시어요, 너무나 무서워요...

무섭긴 뭐가 무서워;; 아무도 없구만!!!

내 눈에는 안 보이겠지만 분명히 왕의 호위로 스페셜 나이트들도 따라붙었을 거고..

여주
(..무엇보다 그 스페셜 나이트들보다 더 센 개차반이 있는데 별일이 있을 리가 없지-)

그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일부러 약한 척을 하면서 개차반에게 팔짱을 꼈다

여주
(꼬옥-)아버님께 꼭 붙어 있을래요!!

이런짓을 내가 언제까지 해야 되나...에휴 내 팔자야


김남준(왕)
지금 감히 내 몸에 손을 댄 거냐?

여주
(화들짝)ㅈ..죄송해요!! 저, 저..아니 소녀가 아버님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만 실수를...

나는 당황한 척 말을 더듬으며 개차반의 팔을 놓았다

역시, 너란 녀석은 내 예상에서 벗어나질 않는구나


김남준(왕)
(피식-)오늘만큼은 특별히 내 몸에 손대는 것을 허락한다

여주
(꼬옥-)감사합니다 아버님!!

한편, 하성운을 비롯한 스페셜 나이트 5명은 은신한 채로 남준과 여주의 주위에서 걷고 있었다


하성운
(..저 계집이 감히 폐하의 옥체에 손을 댔다)

...죽여야 하나?

원래대로라면 즉결처분이 가능한 일이었지만, 성운은 이상하게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하성운
(..정말 이상하군)

다른 공주였다면 고민없이 검을 빼들었을 그였다. 왕에 대한 성운의 충성심은 지나칠 정도로 올곧고 강직했다


하성운
(..폐하께서도 기분이 좋아 보이신다)

'하성운님은 정말 믿음직한 나이트셔요!!'

'저는 나이트님이 계셔서 정말 든든하답니다'


하성운
(..갑자기 이상한 기억이 떠오르는군, 대체 왜 이러는 거지?)

두번째 바깥나들이날, 성운이 자신을 칭찬하는 여주의 말을 듣고 있었던 그때, 성운은 자신이 슬며시 웃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하성운
(왕께서 기분이 좋으실 리가 없지-)

성운은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저었다


하성운
(그래, 착각이 분명하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걸음을 옮기던 그때, 성운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하성운
[누군가 있다]

성운이 손짓으로 수신호를 보냈다

나이트1
[알아보겠습니다]

나이트 역시 수신호를 보냈고, 두명의 나이트가 모습을 감추었다

(슈욱-)


하성운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겠지)

하지만 평소라면 곧바로 명령을 내리셨을 텐데..?


하성운
(설마...저 계집이 무서워할까봐 신경쓰시고 계신 건가?)

..아니다, 절대 그럴리 없어.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지?

이건 분명...


하성운
(..우리를 믿고 계시는 거다!)


하성운
(반드시, 저 믿음에 보답하고 말리라)

성운이 그렇게 착각하며 남준에 대한 충성심을 더욱 더 굳혔을 때, 한 남자가 남준과 여주의 앞을 막아섰다

남자
(척-)거기 서라, 남자망신 죄다 시키는 놈


하성운
(저런 길거리의 돌멩이보다 무가치한 자가 감히 누구의 앞을..!)

느껴지는 마력은 겨우 일반인 수준, 그런자가 감히 왕의 앞을 가로막았다


김남준(왕)
넌 뭐냐?

남준은 황당해하는 얼굴로 남자를 응시했다

남자
대낮 길거리에서 계집년 붙잡고서 돌아다니는 꼴이 쪽팔리지도 않냐?

여주
(...뭐지 저놈은)

여주는 무서워하는 척하며 남준의 뒤로 숨었다

남준의 팔이 여주를 자신의 몸 뒤로 끌어당겨 그녀의 앞을 살짝 막아줬다


김남준(왕)
험한 꼴 보지 않게 처리해

하성운과 나이트들은 스페셜 필드를 펼쳐 남자를 가두었고, 여주의 시야에서 그 남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남준이 말을 이었다


김남준(왕)
혹시 모르니까 배후캐는 것 잊지 말고

여주
(배후라니..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하성운
배후가 누구냐?

남자
ㅂ..배후라니!!그게 무슨 개소리야!!!

남자는 느껴지는 엄청난 중압감에 말을 더듬었다


하성운
(하긴, 이런 덜떨어진 놈을 미행으로 붙일 리 없지)

(스릉-)

검을 뽑는 성운에 남자가 당황하며 뒷걸음쳤다

남자
ㅁ..뭐, 뭡니까!!?

남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서걱-!)

성운이 검을 휘둘렀다. 바람결에 남자의 머리카락이 마구 휘날렸다

남자
ㅅ..살려줘...살려..주세요....

검을 갈무리한 성운은 태연한 표정으로 스페셜 필드를 빠져나갔다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두명의 나이트 중 한명이 반쯤 넋이 나간 남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탁 쳤다

나이트1
(턱-)머리 깎으니까 훤칠하고 좋네, 아따 멋있다

나이트2
(흔들-)우리 대장 성격대로라면 죽였을 텐데 오늘은 너그럽네, 운좋은 줄 아쇼~

나이트1
(저벅저벅)다음엔 상대 봐가면서 덤비고

두 나이트는 남자를 등지고 걸어가며 손을 흔들었다

남자
으으...(털썩-)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남자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