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도 예보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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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으··· 어떻게 된 거지···. 벌써 아침···,

윤여주
뭔 냄새지···? 설마, 김 큐레이터 안 간 거야?!

혼자 사는 집에 얼마 만에 맡아보는 건지, 아침부터 밥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아침이 되기까지 집에 안 간 건지 분명히 김 큐레이터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윤여주
작···가님?!


김석진
아, 일어났어요? 몸은 어때요. 괜찮은 거예요?

윤여주
작가님이··· 왜 여기 계세요···?


김석진
허락도 없이 들어와서 미안해요. 아프다고 해서 왔어요. 잠시만 실례할게요.

갑자기 작가님이 내게 다가오더니 손등을 내 이마에 가져다 댔다. 떨려서 몸이 굳었다.


김석진
다행히 열은 내렸네요. 앉아요, 죽 끓였는데 괜찮죠?

윤여주
설마··· 밤새 여기 있었던 거예요?


김석진
어젯밤에 열 많이 났었어요. 그냥 갈 수가 없어서 실례 좀 했어요. 물론 큐레이터님 옆에서 잔 건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윤여주
아니···, 왜 그래요? 나한테 관심 없다면서요. 그러면 제가 아프든 말든 뭔 상관이에요.


김석진
관심 없어도 아픈 사람을 어떻게 외면해요. 저는 못 해요.

윤여주
···김 큐레이터가 연락한 거죠? 진짜 얘를···,


김석진
일단! 진정하고 먼저 먹어요. 어제 밥도 안 먹었다면서요. 내가 잘못했으니까 일단 먹어요.

윤여주
하···. 용서해서 먹는 거 아니에요.

죽인데 맛있어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소고기 야채죽이었는데 한 술 크게 떠서 맛을 봤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죽이 이렇게 맛있는 거였는지 싶었다니까.

갑자기 울컥했다. 죽이 맛있기도 했고, 이렇게 누가 날 아침부터 챙겨준 게 되게 오랜만이었다. 작가님은 말없이 내게 휴지를 건넸다.

윤여주
후··· 아, 죄송해요. 눈에 뭐가 들어갔나···. 하···.


김석진
입에 맞아요···?

윤여주
완전요···. 맛있어요.


김석진
다행이네요.

윤여주
그렇게 빤히 보지 마세요. 체하겠어요.


김석진
아, 미안해요.

윤여주
작가님은 안 드세요?


김석진
그냥 아까 간단하게 밖에서 먹고 왔어요. 재료가 없어서 사서 오는 길에.

윤여주
아··· 아무튼 고마워요.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 죽까지 끓여줘서.


김석진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요?

윤여주
맞는 말이잖아요···. 제가 뭐 틀린 말 했어요?


김석진
큐레이터님 아픈 거 나 때문인 거 같아서. 그래서 그랬어요.

윤여주
잘 아네요. 진짜 내가 작가님 때문에 마음도 정신도 다 아파요. 안 아픈 곳이 없네.

작가님이 너무 미웠는데 화를 내기보다는 투정이 나왔다. 어제까지는 분명 포기하기로 했었는데 또 작가님 얼굴을 보니까, 이렇게 또 다정하게 밤새 있어 주고 죽까지 이렇게 해주니까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았다.


김석진
내가 아직도 좋아요?

윤여주
안 좋으면 제가 작가님한테 이러겠어요? 작가님은 아직도 저 안 좋아하세요?

안 좋아한다고 할 게 뻔하지만, 그래도 다시 물어봤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렇게 간호를 해준다고? 좋아하는 게 아닌 이상 이렇게까지 해주기는 드물다.


김석진
나도 이제는 큐레이터님한테 솔직해져 볼게요.

윤여주
응. 말해봐요.


김석진
큐레이터님 안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좋아해요, 나도.

윤여주
알아요. 작가님이 날 안 좋아할 리가 없어요.


김석진
생각해 봐요. 이제 결혼할 나이에요. 큐레이터님이 다른 남자를 만나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윤여주
또···. 또 그 소리예요?


김석진
나하고 결혼할 거 아니잖아요.

윤여주
작가님은 내가 결혼하자고 하면 할 거예요?


김석진
···아니요. 전 큐레이터님이 나보다 더 좋은 사람하고 결혼하기를 바라요. 진심으로요.

윤여주
왜 계속 다른 사람 얘기를 해요? 나는 작가님이랑 하고 싶다고요. 작가님, 당신이요.

이제 우리 나이대는 결혼을 생각하고 연애를 시작할 시기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작가님 아니면 난 안 될 거 같다.

윤여주
작가님··· 나 좀 사랑해 주면 안 돼요? 나 작가님 아니면 안 될 거 같아요···. 네···?

작가님 눈을 마주 보고 내 진심을 전했다. 작가님은 잠시 말없이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또 바보같이 작가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지금 눈물의 의미는 또 거절당할 것만 같아 무서웠다. 이번에도 거절당하면 정말 작가님이 나에게 다시는 마음을 안 열어줄 거 같아서.


김석진
울지 말아요. 울지 말고 나 봐봐요.

윤여주
싫어요···.


김석진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안 봐요?

윤여주
무슨 의미예요···?



김석진
그래요. 한 번 우리 만나 봐요.

윤여주
그 말··· 진심이에요?


김석진
네, 진심이에요. 대신, 우선 썸만 타봐요. 큐레이터님이 힘들어지면 언제든 끝내도 좋으니까.

윤여주
힘들어질 일 절대 없어요.


김석진
이게 내 최선이에요. 내 말 들어줄 수 있어요?

윤여주
···알겠어요. 그래도 난 좋아요. 고마워요, 작가님···! 아, 그런데 지금 몇 시예요?!


김석진
12시요. 왜요?

윤여주
12시요? 저 지각이에요!!!


김석진
어어, 앉아요. 오늘 주말이잖아요.

윤여주
네? 아··· 그래요? 주말인지도 몰랐어요···. 하··· 좋다···.


김석진
그럼 난 이제 가볼게요. 밥 다 먹는 것도 봤으니까. 쉬어요, 푹.

윤여주
벌써 가려고요···?


김석진
벌써라니요. 밤새 여기 있었는데.

윤여주
가지 마···.


MEY메이
드디어 만나게 둘이 만나게 되었네요. 원래 만나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 오늘도 보러와 주셔서 감사해요. 손팅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