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인반수, 오빠는 구미호?!!
우리들은 그런 존재야


다음날 아침


민여주
으음...

여주가 움찔 몸을 움직이더니 천천히 눈을 떳다.

하지만 눈을 떳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앞에는 어둠이 있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여주가 표정을 굳히자 그나마 남아있던 잠기운이 싹 달아나버렸다.

그와 함께 멍-했던 정신도 서서히 돌아오면서 등뒤가 따뜻하다는걸 느꼈다.

여주가 눈앞을 가린 어둠이 답답해져 몸을 일으키기 위해서 꿈틀꿈틀 움직이자 등뒤에서 잠에 취한듯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윤기
으응....깻어? 내동생?

직접 보고있지 않아도 오빠가 살짝 미소를 짓고 있다는걸 충분히 느낄수 있을정도로 다정한 목소리였다.


민여주
....어 좋은아침...ㅎ


민여주
그나저나 나 앞이 안보이는데?


민여주
내 눈을 가린 이건 뭐지?


민윤기
아 이거 내 꼬리 ㅎ

윤기가 '꼬리' 라고 말하며 슬쩍 웃더니 꼬리를 은글슬쩍 여주의 눈위에서 흔들어댔다.


민여주
....간지러워 그만해


민여주
대체 오빠꼬리가 왜 내 눈위에 덮여있는거야?



민윤기
아뉘....나는 원래는 꼬리로 니 몸 덮어줄려고 했는데 니가 웅크리고 자면서 꼬리에 코를 쿡 박고자고 꼬리몇개는 몸에 올린채로자고....나도 내 꼬리로 너 덮어주고 싶었는데 ..!! 덮어줄데가 눈밖에 없어서...!! 눈이라도 덮어준건데...!!

윤기가 투정부리듯이 말하자 여주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민여주
아니 오빠꼬리인데 왜 나한테 넢어줄려고 그러는거야 오빠몸에 덮으면 될것이지

타박하듯이 말했지만 혹시라도 윤기가 밤에 춥지는 않았는지 걱정되는 마음에 넌지시 물어보는 여주


민여주
크흠...뭐 밤에 춥진 않았어?

여주가 그렇게 물어봐주길 기다렸다는 듯이 윤기가 냉큼 대답했다.


민윤기
응! 추웠어!! 그래서 내가 너한테 몸 딱 붙이고 잤어 니 체온이라도 같이 나눌려고 ㅎ

윤기가 자기한테 딱 붙어서 잤다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여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민여주
미쳤어?!! 다큰 동생한테 몸 딱 붙이고 자다니!!


민여주
변태야?!!


민윤기
난 너 생각해서 내 꼬리까지 내어줬드니만!! 이...!! 은혜도 모르는 동생!!


민여주
누가 필요하댔어?!!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


민윤기
시키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부탁하지 않아도!! 옆에서 은근슬쩍 도와주는 그런 오빠가 되고싶었다 왜!!

씩씩대며 말하는 윤기에 말에 감동을 받은것도 잠시

여주가 긴가민가 한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민여주
.....그거 츤데레 아니야?


민윤기
....츤데레 오빠는 싫어?

금방이라도 끼잉끼잉 소리를 내며 울 듯한 윤기의말에 여주가 헙... 하고 헛숨을 들이키더니 다급히 말을 이었다.


민여주
아니..!! 안싫어 싫을리가....없잖아

부끄러운듯 여주가 말끝을 흐리자 덩달아 윤기도 귀가 쫑긋쫑긋 하더니 귀끝을 붉게 물들였다.


민여주
그나저나 꼬리 진짜 안치워줄꺼야?

대화가 이어지는 도중에도 굳건히 여주의 눈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꼬리가 거슬렸던 여주가 물었다.


민윤기
아..미안!

윤기가 화들짝 놀라며 꼬리를 치우자

여주가 갑자기 밝아진 주위에 눈살을 찌푸리더니 윤기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밖으로 나갔다.

아침부터 투닥투닥거리는듯했던 민남매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나니 윤기와여주 사이에 몽글몽글한 핑크빛 기류가 생긴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여주는 자신이 쑥스러워 한다는것을 들키지않기 위해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여주가 밖으로 나와 5발자국쯤 움직였을까

갑자기 거센 바람이 일며 쿵-! 하는 커다란 소리가 지면을 울렸다.

깜짝 놀란 여주가 그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굳어있는데 윤기가 서둘러 여주에게 뛰어왔다.


민윤기
민여주!!


민여주
오빠....방금 그거 무슨 소리야?

놀란 여주를 윤기가 안심시키는 사이 주변을 살펴보고 온 옥수리와 준이가 다가와 여주에게 보고했다.


준(늑대)
1km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습니다.


옥수리
그리고 구덩이 가운데에서 구미호 한마리가 발견되었습니다.


민윤기
구미호가 발견되었다고?

옥수리의 말에 심각해진 윤기

윤기가 심각한 얼굴로 고심하는 사이 석진이와 호석이가 윤기에게로 달려왔다.

석진이와 호석이의 뒤를 따라온 지민이와 태형이 정국이는 곧바로 여주에게로 향했다.


석진
헉...허억...야..아무래도 그거같지?


민윤기
(끄덕)

석진이가 뛰어오느라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으며 윤기에게 뜻을 알수없는 말을 했고 윤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형
뭐야 형들만 알고 우리는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거야? 우리도 알려줘!

형들의 태도에 답답해진 태형이가 재촉했고 윤기가 준이가 알려준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민윤기
일단 따라와 직접 보게되면 알게 될거야.

윤기가 그렇게 말한후 뛰기 시작하자 다들 윤기의 뒤를 따라 우르르 이동했다.

윤기가 구덩이 앞에 멈춰서자 모두가 구덩이의 크기에 감탄을 금치못했다.


태형
우와....구덩이 엄청 크네


지민
세상에....이게 대체 지름이....우와...말이 안나온다


정국
그니까....얼마나 세게 떨어지면 이런 크기의 구덩이가 생기는건지....;;

구덩이의 크기에 놀란 삼둥이 처럼 나도 매우놀란 상태였으나 이 정도크기의 구덩이를 만든 장본인(?) 이 다치진 않았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민여주
'아니지...당연히 다쳤겠지 이걸 만드고도 몸이 멀쩡하면 그건...사람이 아니지'

자연스레 이 구덩이를 만든게 인간일거라는 생각이 든 나는 이어지는 윤기의 말에 그 생각이 틀렸음을 깨닷는것과 동시에 이곳에 오기전에 옥수리가 해준말을 깜빡했다는것도 깨닫고 자신의 기억력이 형편없음을 실감했다.


민윤기
다들 조용히 하고, 가운데를 자세히 봐바


민윤기
....버림받은 구미호다


석진
아...진짜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네..


정호석
아..이거이거 식구가 하나 더 늘어버렸구만.


태형
엑?! 뭐야 쟤도 버려졌어??


정국
요즘 위에서 물갈이라도 하나? 왜이렇게 버려지는 구미호가 많아?


지민
그러게...이상하다?

모두가 버려진 구미호를 향해서 한마디씩 하는데 아직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여주가 물었다.


민여주
뭐야 무슨소리야 그게? 버림받았다니? 새식구라니?


민여주
쟤도 버려졌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구!!

불길한 예감에 혼란스러워진 여주가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윤기
민여주 잠깐만...이 얘기는 우선 쟤부터 마을로 옮기고 얘기하자.

윤기가 여주를 혼란스러워하는 여주를 달랜뒤 버려진 구미호를 데리러 간 대열에 합류했다.

모두가 힘을 합쳐 버려진 구미호를 마을에 데려오는데 성공한 후

여주를 중심으로 모두가 여주를 둥글게 둘러싼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민윤기
일단....우리는 버림받은 존재야


민윤기
나랑 너 그러니까 우리가족은 원래 붉은계열의 색을 타고난 홍의 일족 이야.


민윤기
하지만 엄마가 불여우로 변했다고 고작 그 이유로 엄마는 일족의 수치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고 엄마의 자식인 너와 나 까지 일족에서 버림을 받은거지


민윤기
태생부터 자존심이 강하고 도도한 홍의 일족에서 고작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버림받은게 하찮아보일수도 있지만 일족에서는 우리에게 정당한 벌을 내린거지.


민윤기
한번 버림받은 여우는 본래의 색을 잃고 순백의 흰구미호로 돌아가버려.


민윤기
그래서 백의 일족과 버려진 여우들은 대대로 사이가 좋지않아.


민윤기
엄연히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여우들과 소속 받지도 못하고 버려진 여우들이 같은색이라니...충분히 반감을 살만하지.

윤기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고 윤기의 말에 충격을 받은 내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민여주
그...그럼 여기있는 여우들이 다 하얀색인게....단순히 유전이 아니었던거야?


민윤기
그렇지 아 그리고 백의 일족은 털끝이 반투명하고 버려진 여우들은 털끝까지 다 하얀색이란게 유일한 차이점이자 구분점이지.

자기가족만 해도 이렇게 어이없는 이유로 버림받았는데 다른여우들은 어떤 사정으로 버림을 받았는지 감히 상상이 안가서 여주는 입을 앙 다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주는 오늘 이자리에서 모두가 어떤이유로 버림받았는지 알고넘어가지 않으면 '내가 그때 먼저물어봐서 버림받은 이유를 알고 괜찮다고 여기서 행복하게 살자고 보듬어줬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릴까 입을 열려고 했으나

상대방에겐 어쩌면 상처가 된 일 일수도 있는 일을 헤집는 짓이다 라는 생각이 또 들자 입을 열기 어려워졌다.


민여주
'어쩌면....어쩌면 내가 다 아물어가는 상처를 건들여서 괜히 덧나게 하는거면 어쩌지? 그런 씻을수 없는 죄를 짓는 것보다야 차라리 이대로 덮어두고 넘어가는게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르는데 그게 과연 최선의 방법일까?'

여주가 열심히 마음속으로 상처가 될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 일을 가지고 얘기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갈등하는 사이 이를 먼저 눈치채 준 석진이가 입을 열었다.


석진
괜찮아 여주야 우리모두 각자 나름의 사정으로 버림받은거지만 우리는 여기서 행복하게 살아왔고 그건 너가 와서도 변하지 않았어


석진
오히려 너가 와서 우리는 매일매일이 더 즐겁고 행복해


석진
너가 가진 슬픔을 먼저 돌아보지 않고 우리를 먼저 챙겨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석진
버림받았다는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석진
우리가 처음만났을때는 내소개를 너무 짧고 이것저것 생략한것도 많은 상태로 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소개할게.

석진이가 귀를 쫑긋거리더니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석진
안녕? 내 이름은 김석진이야.


석진
난 바람의 일족 풍의일족이었고 내 원래 털색은 푸른색이었어 하늘처럼 산뜻하고 바다처럼 푸르기도 한 그런 푸른색 ㅎ


석진
그리고 우리 호족들은 서열사회인데 기의 양이 많을수록 강한편이야.


석진
그리고 호족들은 혈통을 중요시 여기지.


석진
우리아빠는 풍의 일족의 수장이셨고 엄마는 풍의 일족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문이 자자하셨었던 분이셨었지 그리고 서열 3위이셨어.


석진
내가 첫째였는데 아빠는 우리집안에서 다음대의 수장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강한 얘를 낳으려고 했고 나 말고도 2명의 동생을 더 낳으셨어.


석진
둘째는 남동생 셋째는 여동생이었는데 우리 셋이서 서열싸움을 하다가 내가...서열싸움에서 밀렸고 아빠는....서열싸움에서 밀린 패배자따위는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면서 날 일족에서 쫒아냈지. 난 그렇게 버림받은 여우가 됐고 이곳으로 떨어졌어.


석진
호족들의 세계에서 서열이 높은 여우일수록 어려서부터 교육을 시작하는데 빠르면 태어난지 15년부터 시작하기도 하지 거의 인간으로 치면...말을 하기 시작하고 할수있는 말이 좀 많아지는...3살?4살? 그정도가 맞을꺼야


석진
나도 태어난지 17년때부터 교육을 받았으니까 어릴때부터 수장이 되기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현실은 참....냉정하더라. 한번의 실수로 그동안 쌓아올린 노력에 상관없이 바닥으로 떨어져버리다니...


석진
내가 385살때 버려졌으니까 400살도채 되기전인 어린여우였었는데 버림받았을때의 기때의 참담한 기분이란.....어릴때 인생의 쓴맛을 맛봐버렸지...

석진이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석진
어릴때 버려졌더라도 이미 위에서 이것저것 많이 배운상태로 내려왔기때문에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고 내가 내려왔을때는 나보다 더 먼저 내려와있던 여우가 있었는데 그 여우가 내가 죽지않게 계속 옆에서 보살펴줬어. 사냥할때도 많은 도움을 줬었지.

잠깐 석진이의 얼굴에 아련함이 스쳐지나가는듯 하더니 금세 평온한 얼굴로 돌아와 말을 이었다.


석진
덕분에 난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너희들과도 만날수 있었어. 그 여우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석진
....우리들은 그런 존재야 버림받은 존재 버려진 존재 배척받는 존재


석진
내 길었던 자기소개 겸 인생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어린나이에 버림받았다는 것과 오빠가 수장의 아들이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에 여주가 그 충격에서 빠져나오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민여주
다들....그렇게 어린나이에 버려진거에요?


석진
우리는 너희남매보다야 상황이 나은거지


석진
하물며 여주 너는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건데...


민여주
그래도...그렇게 어린나이에 버림받았으면....그때 받은 상처가 얼마나 클지...흡..

여주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정호석
아....이거이거 내 이야기를 해줘야하는데...해줘야하나...


민여주
...네 들을수 있어요

여주가 심호흡을 한차례하더니 비장하게 말했다.


민여주
해주세요 오빠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