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이 아니야!
네 옆, 네 숨결


비는 여전히 조용히, 길게 내리고 있었고,

둘이 만든 멜로디는 지훈의 작업실 스피커를 통해 작게 울리고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약간 외로운 곡.

그리고 그 안에는 교은과 지훈의 온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우지(지훈)
"…다 끝났어요."

지훈이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

교은은 눈을 꿈뻑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교은
"와…멋있어요…"


우지(지훈)
"교은 담당자님 덕분예요."

지훈은 가볍게 웃었고, 교은도 쑥스러운 듯 수줍게 웃었다.

그러나 둘 다 이제 조금 지쳐 있었다. 비도 늦은 밤도, 서로를 향한 조용한 마음도.


우지(지훈)
"조금 쉬어요.."

지훈이 말했다. 그리고는 작업실 안에 있는 긴 소파를 툭툭 두드리며 교은을 불렀다.


우지(지훈)
"여기 와요."

하교은
"네.."

교은은 조심스럽게 지훈 옆에 앉았다. 그와 나란히 앉자, 그의 체온이 전해졌다.

조심스레 기대도 될까 고민하는 순간— 지훈이 먼저 가볍게 교은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우지(지훈)
"편하게 기대요."

하교은
"..."

교은은 숨을 삼키고는 살짝 지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지훈의 팔이 자연스럽게 교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바깥엔 여전히 비 소리가 잔잔히 들리고, 작업실 안은 포근한 숨결만이 가득했다.

하교은
"오늘 정말 좋았어요....."

교은이 속삭였다. 지훈은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다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지(지훈)
"나도요."

그 말에 교은은 조용히 웃으며 조금 더 지훈에게 몸을 기댔다.

그렇게 둘은 한참을 말없이,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밤의 고요 속에 잠겨갔다.

조명도 꺼지지 않은 작업실 안.둘은 그렇게 서로 기대어 서로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아주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잠이 들었다.

어렴풋한 햇살이 작업실의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지훈은 무거운 눈꺼풀을 느끼며 천천히 깨어났다.

아직 그의 품 안에는 조심스럽게 기대어 잠든 교은이 있었다.

지훈은 깨우기 아쉬워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우지(지훈)
"…진짜, 너무 좋다...."

낮은 목소리로 지훈은 중얼거렸다.


호시(순영)
"야! 우지야!"

그 순간.

덜컥. 작업실 문이 힘차게 열리며 호시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하교은
"...!"


우지(지훈)
"...!"

순식간에 얼어붙은 둘.

교은은 놀라 눈을 깜빡이며 일어나려다 지훈의 품 안에 더 깊게 파묻혀버렸고, 지훈은 황급히 교은을 살짝 감싸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호시(순영)
"…어, 뭐야. 너 누구랑 자고 있었어?"

호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둘을 번갈아 보며 입을 틀어막았다.


우지(지훈)
"아, 아니, 그게—"

지훈이 급히 변명하려다 말았고, 교은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푹 숙였다.

호시는 빙그르르 웃으며 말했다.


호시(순영)
"아, 괜찮아 괜찮아~ 나 눈 감고 갈게. 어후~ 부럽다~"

그러더니 쑥 빠져나가며 문을 슬쩍 닫았다.

하교은
"... ..."

정적. 지훈은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었고, 교은은 손으로 얼굴을 감췄다.

하교은
"다 들켰네요.."

교은이 웅얼거렸다.


우지(지훈)
"…응. 다 들켰어."

지훈은 교은의 손을 잡아 끌어내며 말했다.


우지(지훈)
"근데 뭐 어때."

지훈은 교은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그리고 단단히 미소 지었다.

교은의 가슴은 또다시 터질 것처럼 뛰었다. 그렇게, 둘은 조금은 어설픈 아침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 어설픔마저도, 이제는 서로의 일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