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可抗力 ; 불가항력
#02


태형이 부랴부랴 뛰어왔건만, 시간은 야속했다. 현재 시각 9시 2분. 지금 들어가봤자 수업을 들은거나 듣지 않은거나 같다고 생각한 태형은 다시 집으로 가야할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집엔 정국이 있기에, 무서워서 집에 들어가진 못할듯하다.

결국 학교를 나와 발길 가는대로 걷던 태형은 퍼뜩 정신이 들어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김태형
...내가 무슨 생각으로 여길 왔을까

결국 태형은 발길 가는대로 학교를 나서니, 정신을 차려보니 번화가에 도착해있었다. 이왕 온 김에 신나게 놀고 가자-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찰 무렵,

' 문자왔숑! ' 태형의 폰에 문자가 하나 왔다.


박지민
' 잘하는 짓이다 ㅋㅋ 강의를 어찌 쏙 빼놓냐? 집이냐 자?


김태형
' 아니 짐나 나 대학로야 1230°C 카페 알지??? 시간 널널함 와조ㅜㅜ '


박지민
' 어 기다려 금방 갈게~ '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카페 앞에서 만난 둘이였다. 지민이 오자마자 보고싶었다며 붙는 태형과 그런 태형이 익숙한듯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이 마치 연인을 연상케 하였다. 물론 그 말을 들으면 서로 노발대발하겠지만.

익숙하게 딸기 프라푸치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선 2층 창가 자리로 올라가 앉은 둘은 태형으로 인하여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김태형
있지 짐나... 나 어제 완전 무서워써! 아니 막 집 앞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그게 나보다 막 막 두 살이나 어린 동생이래! 막 빨갛게 철철 흘리는데 내가 눕혀서 붕대 감겨주고 그래써 나 잘했지!

다른 이가 들으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얘기였지만 지민이 누군가, 태형의 자칭 소꿉친구니 누구보다 태형을 잘 아는 사람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가져온 음료들을 마시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태형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ㅁ^ 물론 특유의 네모난 웃음과 함께.

07:30 PM
현재 시각 6시 반. 해가 뉘엿뉘엿 지고 점점 어둠이 올 시기. 시간은 점점 어두워지고 태형은 전혀 와보지 않은 길에 도착하여 매우 당황했다. 쌩판 모르는 길거리에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배터리 부족으로 꺼져버린 휴대폰까지.

애써 괜찮다며 진정해보려하지만, 아무래도 두려움이 컸던 탓인지 점점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더니, 크고 맑은 눈에 투명한 눈물이 고여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을 대변해주듯이, 비도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더니 쏴- 내리기 시작했다.


김태형
...흐엉

그리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위로 우산 하나가 씌워졌다. 그리고 누군지 확인하려 눈물을 닦으며 바라보니,


김태형
...전정국...?

예상치 못한 인물, 전정국이 제 앞에 서 있었다.

#0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