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可抗力 ; 불가항력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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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전정국?

예상치 못했던 인물, 전정국이 제 앞에 서있었다. 급하게 뛰어온듯 숨을 내쉬며 선 모습을 보니 꽤나 급했는지 우산을 쓴게 무안할 정도로 옷가지들이 다 젖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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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형 우산 가지고 다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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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일기예보 안 보고 다니냐고요, 왜 혼자 비 맞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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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정구가...

나 완전 무서웠어 8ㅁ8 정국을 보자마자 방울방울 달린 눈물이 툭툭 떨어지는데 정국은 어찌 달래야할지 감을 잡지 못한 탓인지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허공에 흔들었다. 그것도 잠시, 정국은 태형을 끌어안고 등과 머리를 토닥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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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비 무서워하잖아, 근데 왜 전화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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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 나는 배터리도 꺼져서 없는데... 근데 너 내가 비 무서워하는거 어떻게 알아...?

이어지는 태형의 말에 정국은 잠시 흠칫 하더니,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려 그 상황을 모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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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집 갑시다. 감기 드실라.

그러고선 우산을 나란히 쓰고 천천히 집에 걸어갔다. 태형이 비에 젖지 않도록 한 손으로 어깨를 잡아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정국의 배려는 어느 누가 보기에도 정말 좋은 분위기를 연상시켰다.

어느 순간 비가 멈추고, 태형의 어깨 위엔 정국의 손이 아닌 정국의 자켓이 하나 걸쳐 있었다.

09:08 PM

겨우 집에 들어왔을 때, 시간은 꽤나 많이 지나있었다. 9시가 넘은 시각이였고, 밖은 꽤나 어두컴컴했다. 정국은 태형의 상태를 살피느라 바빴고, 태형은 졸려 눈꺼풀이 무거워져 서있는 상태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결국 태형의 눈이 제대로 감김과 동시에 뒤로 넘어지려 하는데, 정국이 팔을 뻗어 등을 받쳐 다치지 않게 지탱해주었다. 결국 정국은 태형을 들어 안방에 눕혔고, 태형이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편하게 자라는 의미로 옷도 갈아입혀주었다.

정국의 수고가 태형에게 전해졌을지는 모르지만, 태형은 세상 가장 편한 표정을 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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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우으아- 잘잤다!

세상 개운하게 잔 듯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펴는 태형이였고, 일어나려는 순간 움직이지 않는 몸에 갸웃하고 다시 일어나려 시도를 해보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뜨케 가위 눌렸나바! 혼자 고뇌에 빠져 눈알을 굴려가며 고민에 빠져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의 허리춤에서 움직이는 손길에 생각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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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히익...! 귀신이면 가버려! 소금, 소금 뿌려야하는데...!

태형의 횡설수설한 말이 들렸는지 태형의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다름아닌 정국, 물론 태형의 허리춤을 껴안고 있던 사람도 정국이였다. 되려 이런 효과를 불러올줄 몰랐기에, 반응이 이리 귀여울줄 몰랐던 정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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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 ㅋㅋ 잘 잤어요? 세상 모르고 저 꼭 껴안고 주무시던데

정국의 말에 태형의 얼굴은 불타는 고구마처럼 확 달아올랐다.

#0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