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를 죽여라
01 푸른 눈을 가진 왕자


***

”인어다!!!”

“인어를 잡았다-!!!“

어부 한 명이 요란하게 소리쳤다.

그의 소리에 배에 탄 모두가 집중하며 한 곳만을 바라봤다.

어부 2
와, 진짜 인어잖아……??

건져 올린 그물망을 또 다른 어부가 살짝 더듬어 보았다.

어부 1
쓰읍. 이봐, 내가 잡은 거니까 넘보지 말라구.

어부 2
근데 이 인어… 죽은 거 아냐……?

어부 2
아무런 미동도 없는데…?

이들의 목적은 인어를 생포해 아주 비싼 값에 파는 것.

그러니 인어를 죽은 채로 잡아서는 안 됐다.

그러면 값어치가 떨어지니까.

누구나 싱싱한 걸 좋아하기 마련이다.

불로장생약에 쓰이는 인어라면 더더욱.

어부 1
에이, 설마.

어부 한 명이 인어에게 천천히 다가가 코밑에 손등을 가져다 대었다.

희미하게 숨결이 느껴졌다

어부 1
다행히 아직 싱싱하네!!


김민규
그 인어,


김민규
나한테 넘기는 게 어때?

조용히 지켜보던 그가 물었다.

어부 1
아무리 왕자님이라도 그냥 드릴 순……


김민규
난 공짜로 달란 말은 안 했는데.

퉁.

돈이 잔뜩 들은 주머니가 그들의 앞에 묵직하게 떨어졌다.

어부 1
세상에…!!!

머뭇거리던 아까의 행동은 어디 가고 잽싸게 돈주머니를 낚아챘다.

혹여 옆에 있던 어부가 가져갈까 봐.

어부 1
한데… 인어 하나의 값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것이 아닙니까, 왕자님……?


김민규
그래서,


김민규
받기 싫나?

어부 1
아뇨, 아뇨!!

어부 1
너무 좋습… 아니, 황송합니다…!!!

돈주머니를 꼭 쥐고선 고개를 연신 조아려댔다.


김민규
물고기도 충분히 다 잡은 것 같은데 이만 돌아가지.

어부 1
네, 네, 알겠습니다.

민규가 다른 곳으로 가자 둘은 그새를 참지 못 하고 속닥거렸다.

어부 2
몇 번을 봐도 왕자님의 저 푸른 한 쪽 눈이 적응이 안 돼…

어부 1
차라리 두 쪽 다 푸른색이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어부 1
흉측하게 한 쪽 눈만 푸른색이라니…… 쯧.

어부 2
에헤이, 자네도 참… 아무리 그래도 왕자님이신데 흉측하단 말을 하면 쓰나!

어부 1
뭐 어떤가?

어부 1
지 애비인 왕한테도 쫓겨났는데.

***

***

어부 1
허억… 헉…

어부 1
왕자님, 이 인어가 든 어항은 여기까지만 옮기면 될까요…?


김민규
그래.


김민규
수고했어.

어부 2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김민규
잠깐.

어부 1
왜 그러시는지요…?

어부 2
혹시 저희에게 할 말이라도……?


김민규
아까 나에 대한 얘기를 아주 신나게 떠들어대던데.


김민규
어디 내 앞에서도 떠들어 주지그래?


김민규
내가 좀 궁금해서 말이야.

흉측하다고 느껴졌던 푸른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어부 1
아, 저, 그, 그게요…… 왕자님……


김민규
왕자라고 부르기도 싫은 사람인데 왕자라고 불러야 되고 참 짜증나겠다, 그치?

어부 1
아뇨, 아뇨, 무슨 말씀을……!!!

어부 2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왕자님……!!!

어부 2
제발 자비를……

둘은 머리를 조아리며 온몸을 떨었다.

아까 남의 얘기를 신나게 떠들어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겁에 질린 모습만이 남아있다.


김민규
…하……


김민규
‘이런 놈들한테 화내서 내가 뭘 하겠다고……’


김민규
됐다.


김민규
가 봐라.


김민규
허나 또 다시 내 귀에 그딴 소리가 들어온다면 그때는 가만 두지 않을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동시에 소리치며 이곳을 재빠르게 벗어났다.


이석민
그냥 보내시는 겁니까?


김민규
어차피 나에 대해 저리 말하는 놈들은 차고 넘쳐.


김민규
그런 놈들 하나하나 잡아와서 죽이고 싶지 않아.


이석민
바보 같으신 건지, 착하신 건지……


김민규
너는 진짜… 아무리 내 기사라고 해도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이석민
그렇게 서운한 표정 지으셔도 소용없습니다.


이석민
저런 놈들도 그냥 살려 보내시고,


이석민
인어인 저를 구해 주셨고.


이석민
심지어 위험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이석민
그럼 바보 맞지 않습니까?


김민규
참……

인어는 자유자재로 인간의 두 다리를 가졌다가 지느러미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인어인 이석민도 지금 두 다리로 설 수 있는 거고.


이석민
근데 저 인어는 왜……

어항 속에 잠들어 있는 인어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김민규
눈앞에서 인어를 불로장생약으로 쓰이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민규는 어항에 다가갔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꽤 아름다운 것 같았다.

인어가 인간을 홀린다는 말이 있던데, 이런 걸까,

라고 민규는 생각했다.


김민규
‘…언제 일어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