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를 죽여라

02 인어의 저주

***

첨벙. 첨벙.

어느새 잠에 들어 아침을 맞이한 민규의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항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였다.

인어가 깨어났나?

그는 기쁨 마음에 어항 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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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드디어 일어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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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몸은 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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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넌 뭐야?

비록 어항 속이지만 그녀와 그는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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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난… 김민규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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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이름을 물어본 게 아니잖아.

그녀가 짜증을 부려도 민규의 눈에는 그저 아름답게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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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아, 난 이 나라의 왕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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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어부들이 널 데려다가 팔려고 하길래 데려온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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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날 데려와서 어쩔 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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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먹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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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그까짓 불로장생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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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런 게 아니야.

아무리 진정시키려고 해 봐도 이미 많은 친구들이 인간들에게 속아 팔려나가고 먹히는 것을 봤던 터라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를 더 자극시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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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먹는 게 아니라면 날 팔기 위해 데려온 거야?

쿵!!!

그녀가 민규의 얼굴이 일렁이는 어항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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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어서 날 고향으로 다시 보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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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고향으로 가 봤자 넌 또 다시 붙잡히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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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지금 인어를 잡기 위해 바다 위가 어부들로 득실거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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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래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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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차라리 여기서 안전을 보장받는 게 낫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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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아니면… 조금 스릴을 즐기는 타입인 건가?

아까 그녀의 미모에 빠져 어벙하던 그는 어디 가고 한껏 여유로워 보이는 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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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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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너……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온갖 독설을 퍼붓는 것밖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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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넌… 꼭 인어의 저주를 받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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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그따위로 협박이나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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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인어의 저주라……

중얼거리며 안대를 슬쩍 벗었다.

안대로 감추고 있었던 그의 한쪽 눈은 인어의 저주를 받아 푸르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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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뭐야, 이미 전적이 있는 놈이었구나?

이 저주는 인어를 먹으려던 부모 탓에 생겨버린 것인데, 민규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지만 딱히 부정하진 않았다.

불로장생이 되고 싶단 마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자신에게 부정할 명분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다.

똑.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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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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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휘

왕자님, 식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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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휘

오늘도 방으로 가져다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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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래, 그렇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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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매번 고마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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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휘

저야말로 황송합니다.

집사인 그가 방을 나가자마자 민규는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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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걱정하지 마, 인어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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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오늘은 2인분을 준비해 달라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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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인어 아가씨라니, 그런 오글거리는 호칭은 그만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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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럼 그대의 이름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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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러지 않으면 나는 평생 인어 아가씨라고 부를 거야.

얼굴에 장난이 가득 섞인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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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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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유화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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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그게 내 이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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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래, 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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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옷 좀 가져다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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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이런 어항 속은 너무 숨막혀서 그냥 사람의 모습으로 있는 게 더 낫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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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래, 유화 당신이 원한다면 뭐든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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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날 고향으로 보내 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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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그게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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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것만 빼고.

미소 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가장 달달한 미소에 가장 단호한 대답이라니, 세상 부조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