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람피워요, 정식으로”

69 •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기 힘들다

약 한 시간동안 포도를 먹으며 밀린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몸이 이제 자신의 몸이 아닌 걸 느낀 여주는 점점 졸리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대화하던 도중에 고개를 꾸벅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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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졸려?, 아주 그러다가 식탁에 머리 박겠어.

때마침 떨어질뻔한 머리를 손으로 바쳐준 정국은, 꾸벅이는 모습을 처음봐서 마냥 신기하기만 하고. 여주는 멋쩍은 미소와 함께 머리를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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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여주

…왠만하면 낮잠 안 자는데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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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원래 아이 가지면 그렇게 졸립다고 하더라. 침대가서 재워줄까?.

이미 졸려서 반 쯤 눈이 풀린 눈이지만 여주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을 보려고 일찍 왔을텐데, 이렇게 자버리면 그 시간동안 정국은 심심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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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왜 아니야?, 졸리다며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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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여주

나 자버리면… 너 혼자 심심하잖아.

말과 다르게 행동은 벌써 눈을 비비며, 하품과 함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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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바보야?, 잠 오면 그냥 자도 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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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여주

그래도…

식탁에 엎드리다싶이 잠이 들랑말랑 한 모습을 본 정국. 여주의 어깨를 살짝 토닥이며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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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여주야, 일어나봐. 아무리 잠이 와도 식탁에서 자는 사람이 어디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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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여주

응?, 아 그렇지…

그렇게 겨우겨우 깨워서 침실로 향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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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자, 여기에 누워. 재워 줄게.

어느새 침대 위로 올라가 옆을 툭툭_ 치며 재워주겠다는 정국. 이런 모습이 다소 당황스러워 쳐다만 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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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해?, 안 올라오고.

맨날 안겨서 잤지만, 아이를 가지고 난 뒤에는 이 모습이 좀 새롭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정국이 진짜 아빠가 된 느낌이였다.

침대위로 올라간 여주는 정국의 허리를 손으로 감싸안고 누었다. 그러니 정국도 기다렸다는 듯 한 손으로 머리를 바치고, 반대손으로는 허리를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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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완전 아가가 다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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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여주

으응… 근데 너무너무 졸려.

유아화가 된 걸까, 아니면 정국에게 나는 체향이 여주를 아이로 만든걸까. 더욱 품에 파고들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꼬옥-

손은 등을 토닥이고, 바로 위에서 들려오는 정국의 숨소리까지 잠들기에 최적화된 장소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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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여주

…나 졸면 안 심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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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심심하긴, 얼굴만 봐도 너무나 즐거운데. 그래도 정 심심하면_ 너랑 같이 자면 돼.

괜찮다고 말을 하고나서야 아이같은 숨소리를 내며 눈을 감은 여주. 정국은 아무말 없이 꼭_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잘자. 내 와이프.”

검은색이 하늘을 완전히 뒤덮었을 때 쯤, 꿀꿀한 마음에 바에 들려 한 잔을 걸치고 집을 가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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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후으… 한 순간이 실수가아, 인생을 이렇게 망쳐버리네에_

내가 바람피지만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엇갈렸을까. 여주의 옆에 있는 사람도, 뱃 속에 있는 아이도 전부 내 것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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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대표님 만나게 해 드리는데요. 사모님한테 허튼 생각 품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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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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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당신이랑 사모님은 인연이 아닙니다. 사모님 아이가졌어요. 임신했다고.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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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오늘 따라 유난히 달이 밝네. 내 기분도 안 헤어려 주고.

엎질러진 물은 다시 못 담는다는 말. 그게 지금 이 상황에 딱 맞는 말이였다. 한 번 깨져버린 유리 잔이 다시 되돌아가지 못 하는 것 처럼 말이야.

“남진혁…”

‘남진혁’ 하고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가던 길을 멈춰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는 순간, 취기가 순간적으로 깨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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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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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지

또, 도여주 때문에… 술 마신거야?.

또다 또 최혜지. 저 여자가 나타나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억지로 결혼할 일도 없었을텐데.

자신에게 향해야 할 분노가, 다른 곳을 찾아가 마음을 짓눌렀다. 당연히 말이 좋게 나갈리는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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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너, 나 따라다녀?. 스토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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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지

…그런게 아니야. 그냥 우연히 바에 있길래, 그거 보고 따라온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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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결과적으론 따라다닌 거 맞잖아. 아니야?

다가오려던 발걸음이 주춤, 하며 그 자리에 멈춰섰다. 달빛이 혜지의 얼굴을 더욱 처연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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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지

…원망하는 거 알겠는데,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이렇게 술 마시고 잘 곳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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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허, 미쳤냐?. 미안한데… 내 소유 오피스텔 있거든?. 거기서 당분간 살거니까. 신경 꺼.

늘 항상 세게 나오던 혜지가 이상하게도 오늘은 슬픈 얼굴로 하고선, 걱정하는 척을 하는게 기분이 이상했다.

할 말을 모두 마치고 뒤를 돌아서려던 순간, 또각이던 소리와 함께 달려오더니 팔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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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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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지

항상 나만 나쁘다고 생각하지?, 나쁜건 너도 마찬가지야… 이 나쁜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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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뭐?, 너 지금 무ㅅ,

순간적으로 떼어놓으려던 혜지의 손을 내치지 못했다. 짧은 결혼 생활동안이였지만, 항상 자신감 넘치던 그 얼굴에 비인지도 모를 투명한 물방울이 뺨에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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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지

…네가 나한테 눈길이라도, 한 번 줬으면 이렇게까지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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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너 지금 울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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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지

…내가 많은 걸 바랬니?, 그냥 저녁에 단 둘이 같이 밥 한번 먹는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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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지

그런데… 그깟 첫 사랑이 뭐라고,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외박도 잦았잖아. 아무리 정략결혼이였어도, 난 진짜로 널 사랑했다고…!!

그 동안의 한을 토 해내듯 악을 쓰며 길거리 한복판에서 소리지르던 혜지. 진혁은 혜지의 손을 떼어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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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그러게. 나를 좋아하지 말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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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지

그게… 마음대로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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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나도 마찬가지야.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그걸 잘 아는 애가… 이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리더니 한 발자국 물러선 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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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진짜… 넌 끝까지 이기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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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혁

“이혼서류 하루 빨리 작성해서 보내. 이 상태가 계속 가다간 네게 남아있던 마지막 동정까지도 사라질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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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지

……진짜 끝까지, 너무한 새끼야. 남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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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많을수록 연재 주기는 짧아진답니다- 전 고래라서, 댓글 달아주시면 춤을 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