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람피워요, 정식으로”
70 • 정국이와 지아의 하루 (1)




도여주
어머…


전정국
……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에 아파트 복도에 나온 여주와 정국. 누른 당사자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석진과, 찹쌀떡 하나가 손을 잡고 서 있었다.


김석진
저… 미안한 부탁을 하려는ㄷ,


전정국
안 돼. 절대로 안 돼. 우리 바빠.

말을 하기도 전에 눈치 챈 정국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싫다는 표시를 완강히 한다.


김석진
너무 야박하게 굴지말고… 나는 일 가야 한단말이야. 주희는 친구들이랑 여행갔고. 갑자기 조카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나도 곤란하다고.


전정국
그건 형아 일이ㅈ,


김지아
삼쭌!!, 이 아즈씨 토끼닮았써!!


전정국
…!?

푸흡, 하며 여주는 빵 터져선 고개를 떨궈버리고. 석진 또한 웃긴지 팔로 자신의 코와 입을 막으며 웃음을 억지로 참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데.

여전히 정국과 지아는 서로를 응시하며, 기 싸움 중.


김지아
흥, 나 아저씨 시러. 나 요기 예쁜 언니랑 놀래!

단풍잎 만한 손으로 여주의 옷 깃을 붙잡아 당기자, 여주는 엄마 미소를 지으며 지아를 안아올렸다.


도여주
많이 급하신가봐요.


김석진
어?, 으응… 나 오늘 회의있어서 바빠가지고, 데려가서 혼자 두기엔 좀 그렇잖아.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왕 이렇게 되김에, 연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더란 생각이든다.


도여주
조심히 다녀오세요. 잘 맡아드릴게요.

맡아준다는 말에 ‘와…’ 하며 감탄한 석진은, 두 손을 모아 하늘에 기도를 하며 십년감수했다고 연달아 말한다.


김석진
진짜 천사네!!, 야 너 전정국 진짜 와이프 잘 만났다…!! 너 보다 제수씨가 더 아까워-!!

정국이 안된다며 막아설까봐 급히 뒷 걸음질면서, 정국에게 소리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전정국
아, 아니… 잠깐만!!


도여주
자, 삼촌 잘 다녀오세요- 해.


김지아
삼쭌!! 잘가따가와-!!

손을 흔들어주자 엘리베이터에서 빼곰하고 나온 석진의 손. 흔들어주지마자 엘리베이터가 닫혔다.



전정국
말도 안 돼… 오붓하게 둘이 보내려고 했는데.


도여주
왜ㅎ, 미리 연습하는 거라 생각하면 되잖아.

미리 연습하는 거라 생각하라고 달래줘도,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술이 삐죽- 뛰어나오고.

그 모습을 본 여주는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기만 하다.


전정국
이 것봐, 나는 심각한데… 재미있다는 듯 웃기만 하고.

오리같이 입을 삐죽 내민채 불만을 토로하는 정국. 여주는 지아를 안고있지 않은 반대 손으로 등을 일정한 간격으로 토닥인다.

그러니 입꼬리가 씰룩, 거리다 큼큼 두 어번의 헛 기침을 하더니 금세 올라간 입꼬리를 내리며 하는 말.


전정국
큼, 석진이 형이 해달라고 해서 한 거 아니야. 진짜루. 이건 그냥… 연습이야. 연습.

연습을 몇 번이나 언급하며 강조하는 정국. 여주가 안고있는 지아가 있는 쪽으로 손을 뻗지.


전정국
일로와, 내 와이프 힘들어.


김지아
흥, 토끼 아즈씨한테 안 갈꾸야. 언니야, 우디 집에서어 같이 살면 안 대?.

쿵, ㅡ

순간적으로 뒷통수를 맞은 듯한 환청이 들림과 동시에, 정국은 팔을 뻗은 상태로 얼어버렸다. 지아의 말이 어지간히 충격이였나 보다.


도여주
응?, 언니가ㅎ 그렇게 좋아?


김지아
우웅!!, 언니랑 같이 살고 시퍼!!

‘같이 살고 싶어!’ 라는 말에 정신을 차린 정국은, 손을 뻗어 지아를 자신의 한 쪽 팔에 앉히고는, 마주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전정국
쓰읍, 안 돼. 예쁜 언니 내 거야.


김지아
우끼시네, 싸람이 물건이야?. 네 꺼 내 꼬가 오디써?.

쿵, 두 번째 충격. 겨우 세 살짜리가 말하는게 저렇게 능숙하다니. 지아의 논리적인 말에 아무런 반박도 못하는 대기업 대표 전정국씨.


도여주
푸흡ㅎ… 아 진짜 미치겠네. 너무 웃겨.


전정국
차, 찹쌀떡… 안 된다면 안되는 줄 알아.


김지아
나 찹싸떡 아니고든?, 그럼 아즈씨는 토끼야?. 토끼와 거북이에서 꾀부리다가 거북이한테 져짜나.


전정국
나, 나는… 토끼 아냐…!!


김지아
나두 찹싸떡 아니고든?.

유능한 세 살짜리 김지아씨, 그리고 JK그룹 대기업 전정국씨. 두 명의 신경전은 사그라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벽에 살짝 기댄 여주는, 한 번 어디까지 가나 지켜보기로 하고.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는데.


전정국
내 거를 내거라고 그러지. 그러면 누구한테 내 거라고 그러냐…!


김지아
우리 엄마가아 싸람한테 내 거라고 하면 안된다고 해꺼든?. 싸람은 물건이 아니니깐 마리야!!


“ …나, 나는… 여주야, 얘가 자꾸 네가 내 거가 아니래… 어떻게 좀 해봐…”

그 말에 꽂힌건지 도와 달라는 눈빛과 함께,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 했다.

더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에 무릎을 살짝 굽혀, 지아와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도여주
으응ㅎ, 맞는 이야기긴 한데… 예외도 있어. 그러니까… 지아가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것 같은데-


김지아
우움… 언니야가 구렇다면 구런고지…


도여주
이해해줘서 고마워-. 지아 안에 들어가서 같이 맛있는 거 먹을까?.


김지아
웅!!, 머글래!!


도여주
그래, 그러자! 일로와 언니가 안아줄게.

안아준다고 팔을 뻗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여주의 목에 팔을 두르며 안기는 지아. 벙 쪄있는 정국의 옆구리를 툭, 찌르며 눈으로 문을 가르킨다.


도여주
뭐 해?, 어서 들어가자.


전정국
…응?, 응…

현관문이 열리고 여주와 지아가 집 안으로 들어가고. 잠깐 멍 때리며 문을 바라보던 정국.

“아무래도, 저 쪼끄만한 찹쌀떡한테 내 와이프를 빼앗긴 것 같다.”


전정국
…나도 예뻐해준다고 했으면서, 거짓말 쟁이.

특유의 버릇인 얼굴에 솜털을 만지작 거리던 정국. 깊게 고민하다 결국 꺼내는 말.


“둘 째는 절대로 안 가져야지…”


[ 댓글 70개 이상 연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