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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카드] 위로가 필요한 너에게 2 <지로님 의뢰>

"정리 다 됐어?? 제출할 서류들 다 챙겼지?"

PT 마감날. 오전부터 팀 분위기는 분주했다.

"노대리! 노대리가 한명 골라서 같이 갔다와!"

팀장의 말에 노한정을 제외한 모든 팀원들이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눈을 안마주치려고 고개를 숙인다.

하필. 하필 골라도 노대리냐.

유일하게 노한정의 환장을 모르는 팀장님이다.

노한정

아 저는 그러면.......

노한정이 고개를 길게 빼고 사람들을 둘러본다.

노한정

지로씨 데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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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지로는 쳐박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럼 지로씨랑 노대리 바로 출발하자구. 우리 모두 행운을 기원하면서 박수 한번 쳐줍시다!!"

노환장과 파트너가 된 것에 대한 애도의 박수가 이어졌다.

아무도 말하진 않았지만. 딱. 그런 분위기였다.

노한정

지로씨, 커피 좀 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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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네? 아 저희 얼른 출발해야 .....

노한정

계속 야근했더니 너무 피곤해서. 아, 그리고 지로씨는 기차로 먼저 내려가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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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대리님은요?

노한정

아 내가 소우주 마케터도 만나야 하거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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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그럼 아까 팀장님한테 말씀하시지......!

노한정

그정도는 계산 했지!! 차 있으니까 금방금방 갈 수 있어. 걱정마.

잔뜩 굳은 지로에게 커피 한잔을 쥐어주며 한정은 주차장쪽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긴다.

노한정

그럼 이따 거기서 보자구!! 전화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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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안에서 손을 흔드는 노한정을 바라보고 있던 지로는 문이 닫히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시간을 확인했다.

대구까지 가야하는데. 아무래도 촉박할 것 같다.

뛰다시피 서울역에 도착해 기차표를 끊었고.

기차안에서 혹시 몰라 검토했던 제출서류에 노한정이 맡았던 부분에 오타가 있음을 발견했다.

노한정. 노한정. 노한정!!!! 진짜 환장하겠네, 진짜!!!

지로는 한숨을 내쉬며 표시를 해두었다.

어떻게 완성한건데. 이렇게 실수를 발견한채로 제출할수가 없었다.

지로는 머릿속으로 기차에서 내리면 해야할 일들을 순서를 기억하며 잠깐 눈을 감았다.

띠리리리리🛎🛎

안내방송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뜬 지로는 서둘러 짐을 챙겨 내렸다.

노한정과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기다리는 동안 아까 발견한 실수를 수정하고 다시 프린트를 하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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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네???? 못 올거 같다구요???"

노한정

"아니 내가 지금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다니까?? 와 진짜.... 어떻게 이러냐..... 타이어가 펑크 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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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아니 그럼 빨리 좀 연락을 주시지......!

노한정

"아니 당황스럽고, 어떻게든 가보려고 보험회사 전화하고 난리쳤지.... 근데 또 기다리라니까... 아무래도. 미안하다 김지로씨...."

지로는 잠시 입에서 핸드폰을 멀찍이 떼고 한숨을 쉰뒤 다시 귀에 붙였다.

노한정

"지금 거기도 비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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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비요?!

노한정

잘못하면 시간 놓치겠다. 얼른 움직여 지로씨!

노한정 때문에 기차역에서 날려버린 시간이 몇 시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오고 있었다.

망했다.

택시를 부르는데 부르는 택시들마다 취소가 됐다. 왜?! 아니 왜??

겨우 골라 잡아 탄 택시는 가까워져 오는 퇴근시간에 거북이처럼 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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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아저씨. 진짜 죄송한데 제가 5시까지 꼭 도착해야 하거든요...

"아 나도 가고 싶은데 길이 막히잖아요. 낸들 어카나?"

벌써 몇번째 똑같은 대답만 하는 운전기사의 말에 지로는 불안하게 얼굴을 쓸었다.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는 회의실로 지로가 뛰어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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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저기.....!! 잠깐만요!!!

"어떻게 오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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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서류....헉..헉...서류 제출하러 왔는데요....!

비에 흠뻑 젖은 양복에 서류를 품에서 꺼내는 지로의 모습에 회의실을 정리하던 두 여자가 마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한데 방금 마감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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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아아.....안되는데......

"진짜 너무 안타까운데ㅡ 2분만 빨리오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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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2분인데. 받아주시면 안되나요?

"공정성때문에요. 죄송합니다."

미안한 얼굴로 되려 죄송하다 인사하는 두 여자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지로가 터덜터덜 회사를 나왔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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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

아아.

ㅈ 같다. 진짜.

결국 노한정은 오지 않았고. 손에 들린 서류는 제출하지 못했고ㅡ 답답한 마음에 중간에 택시에서 내려 뛰어오느라 옷은 쫄딱 젖었다.

회사에 보고해야 하는데.

집에는 또 언제 가냐.

함께 야근하며 고생한 동료들한테는 또 뭐라 말하나.

핸드폰을 꺼낸 지로는 한참후에야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민윤기 image

민윤기

"여보세요?"

윤기의 목소리를 듣자 갑자기 눈물이 왈칵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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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크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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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지로? 괜찮아?"

맥주 한잔하며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짧은 얘기를 주고받은 게 다였던 첫만남. 28살 같은 동갑인걸 알고 친구하자며 먼저 편하게 말을 놓던 윤기였다.

왜 하필 그에게 전화를 건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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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나....나 좀...... 아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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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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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진짜 미안한데. 나 좀 데리러 와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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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어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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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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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주소 찍어 보내. 바로 출발할께."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멍청이처럼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누군가에겐지 모를 화가 계속 나고. 억울하고. 짜증나고. 후회에 후회가 계속 덧붙여졌다.

그렇게 지로는 빗속에서 한참을 혼자 울었다.

[작가의 말] 이번 에피소드는 '유퀴즈'에 나왔던 어느 대리님의 일화를 인용했어요. 거기에 노환장 대리는 가상의 인물입니다ㅡ

윤기님과 지로님의 심도깊은 대화를 위한 장치가 필요해서 넣었는데 조금 지루하셨을라나ㅠ 마지막편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져봅시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