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샵

[태형카드] - 소영님 의뢰

달칵,

집 문을 열자 거실에서 작업중인 남자친구가 보였다.

남자친구

왔어?늦었네?

돌아보지도 않고 컴퓨터만 하고 있는 남자친구의 뒷모습에 소영은 씁쓸하게 웃으며 방문 앞에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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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저녁은?

남자친구

대충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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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잠깐 멈추고 얼굴보고 좀 얘기하면 안돼?

남자친구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답답하다.

소영의 짜증스런 말투에 그가 하던일을 멈추고 그제야 소영을 돌아보았다.

남자친구

왜?뭐 할 말 있어?

할 말이 있어야지만 나한테 시간 내니?

입술끝까지 차올라온 말을 꾹 눌러 참으며 소영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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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아니야. 그냥 일 해.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온 소영은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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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예뻤어요. 음악얘기 할 때.'

그렇게 말하며 웃어주던 태형의 얼굴이 떠오르자 답답하던 속이 조금 풀리는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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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나 이거....바람피는건가.......?

중얼거림 말에 저 혼자 놀란 소영이 재빨리 입을 막았다.

그때 핸드폰이 울리며 태형의 메세지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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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집에 잘 들어갔어요? 화장 깨끗이 지우고. 잘 자고- 우린 내일 만나요. 누나의 행복찾기 여행은 계속됩니다. 김태형과 함께. Peace! ~♡]

사진과 함께 온 메세지를 읽는 소영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태형의 사진과 함께 온 메세지를 읽고 또 읽고 있던 소영이 별안간 정신을 차리며 두 볼을 찰싹찰싹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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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정신차리자. 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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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

회사건물에서 막 빠져나왔을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태형이 소영의 옆으로 바짝 붙어서며 그녀를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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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응??? 너 차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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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나 운전도 엄청 잘하는데?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며 태형이 베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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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오늘은 어디가는데?

어제까지만해도 커피숍에 앉아 많은 얘기를 나눴더랬다. 남자친구와의 고민. 회사일. 자신이 꿈꿨던 스물일곱살의 모습.

그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태형은 딴 짓 한번 하지 않고 눈을 맞춘채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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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오늘은. 음- 나랑, 음악만들러 갈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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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음악 만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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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가보면 알아요.

도착한 곳은 한 연습실.

가운대 피아노 두대가 마주보며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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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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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오늘은 나랑 같이 피아노 치면서 작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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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아니...작곡이 그렇게 뚱땅 뚱땅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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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에헤이. 누난 매사에 너무 진지해ㅡ 이거 그냥 나랑 노는거라니까요? 앉아봐요.

태형이 소영의 어깨위로 손을 올려 그녀를 피아노 앞에 앉히고 자심도 그 맞은편 피아노에 소영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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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아무렇게나 칠테니까 누나가 그 위에 어울리게 멜로디를 얹는거예요.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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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어..야, 잠깐.......!

말릴새도 없이 태형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소영을 바라보며 얼른 해달라는 태형의 고갯짓에 그녀가 피아노 건반위에 손을 올렸다.

딩-

태형의 반주 위에 소영의 소리가 겹쳐졌다.

그와의 데이트, 3일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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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이거 봐.

7일째 되는날. 커피숍에 앉은 소영이 앉자마자 태형에게 무슨 종이를 들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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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사...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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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응. 회사 그만두려고.

태형이 놀란 눈으로 소영을 쳐다보자 그녀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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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네 말대로 나 음악이 좋아서. 진짜 제대로 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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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와. 누나 멋있다. 근데 진짜 괜찮겠어요? 후회 안해요? 나중에 내 탓하기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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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응. 내 선택이니까. 그리고, 후회 안 할 것 같아.

그때 징~~하고 핸드폰이 울렸다. 메세지를 보는 소영의 표정에 태형의 시선도 슬쩍 핸드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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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남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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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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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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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라면 사오라네.

그렇게 말하고는 소영은 힘빠진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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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태형아, 어떻게 사랑해야 행복해질까? 나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변하는게 없을까?

소영은 이제껏 그래왔던 것 처럼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신이 꿈꾸는 사랑. 사람에 대한 기대. 함께 하는 것에 대한 행복. 놓지 못하는 미련. 그 모든걸 솔직하게 꺼내놓았다.

한참동안 그녀의 말을 들어주던 태형이 불쑥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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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 관계를 유지하려고 왜 노력을 해요?

그가 던진 질문이 확 와닿지 않아서 소영은 조금 시간차를 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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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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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친구랑, 그 친구관계를 위해 노력하지는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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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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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냥 자연스럽게 서로 편하고 좋으니까 관계가 유지되는거 아닌가?? 그 친구에게 잘 보일것도 없고. 물론 서운할때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서운함마저도 이해하고 같이 해결하는게 진짜 친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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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건- 비지니스적일때 쓰는 표현....이라고 난 생각해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태형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소영과 눈을 맞추며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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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사랑에 빠질때, 우린 노력하지 않잖아요. 적어도 그 순간은 노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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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의 지금 노력이 끝나버리면 어떻게 되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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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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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언제까지 노력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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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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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렇게 노력해서 붙잡고 있는 관계가, 그래서 누나는 불행하다고 말하고 있잖아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태형은 이미 그녀가 답을 알고 있다는 듯 가만히 웃어주었다.

그리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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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 누나가 행복해야, 옆에 있는 사람도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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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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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는 누나가 행복해해서 행복했어요. 누나가 음악얘기 할때 웃었고. 같이 피아노 칠때 웃었고. 사표썼다며 자랑할때 웃고 있어서 그래서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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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는 앞으로도 쭉, 누나가 행복하게 웃었으면 좋겠다.

태형이 손을 뻗어 소영의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을 닦아주었다.

눈물이 흐르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의 따듯한 손과

시선이 닿자.

또 한번,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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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아....왠일이야. 왜 우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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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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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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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혼자 애쓰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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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

태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영의 앞으로 와 그녀를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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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마지막날인데. 울려서 미안.

처음 만났던 날도 그랬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상한 울림이 있고. 그 울림은 언제나 위로를 만든다.

생각해보면 나는 일주일 내내, 그가 주는 그 위로에 빠져- 행복, 했던것 같다.

턱.

남자친구가 일하는 책상 위에 사직서가 놓였다.

남자친구

뭐야? 왠 사직서?회사 그만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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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회사 그만뒀어.

남자친구

그럼 이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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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너한테 내는거야. 내 사직서.

남자친구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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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그만둘란다. 너한테 쏟는 내 노력.

어이없다는듯 바라보는 전. 남자친구를 뒤로 하고 소영은 방에서 미리 싸둔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왔다.

다른 손에는 그녀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비행기티켓이 쥐어져 있었다.

[매직샵] - 소영님의 의뢰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직샵] - 김태형 카드가 오픈되었습니다. 의뢰 가능합니다.

다음편에서는 김예은님 의뢰가 이어집니다.

[작가의 말] 소영님 의뢰는 해피엔딩 영화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하셨는데...한편으로 담아내기 너무 심오한 주제였어요...ㅠㅠ 이 글 뒤편에서 해피엔딩같은 사랑을 맞이하셨을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