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48화 | 차라리, 꿈이였더라면



기다렸다는 말과 함께 데려간 곳은 옥상. 우현의 뒤를 따라던 발걸음을 멈춰섰다.


박지민
…무슨 말을 했지?.

화를 내야 정상인데, 지민은 이상하게 기운이 없었다. 아까의 일이 충격이여서 그런걸까. 그 전의 일을 알리가 없는 우현이였다.


권우현
모르는 척 하는건가, 아니면 정말로 모르는 건가.


박지민
…무슨 말을 하고싶은거야.


권우현
…근데 반응을 보니까. 진짜로 모르는 것 같네.

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는 와중에도,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지민이였다.

옆에서 두 사람이 사랑하는 걸 질투하면서도 가까이서 본 탓일까. 쉽게 입이 열릴 줄 알았는데, 또 그건 아니였다.

한 번, 두 번 입이 움짝달싹 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였다.


박지민
…혹시 우리 아버지와 관련이 되어있나?.

알고 있던 것이였나. 아니, 저건 짐작이였다. 가장 정확한 짐작. 핏줄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제 아버지라 그런가. 지민은 거의 확신을 한 목소리로 말했다.


권우현
……


박지민
아버지가… 혹시, 여주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이 있나?.

선뜻 그렇다 대답하지 못했다. 지민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무너졌다. 그 침묵은 사실상 대답이였다. 그렇다는 긍정이 담긴,

주저앉아 얼굴을 감싼 지민은 바랬다. 뒤늦게라도 우현의 입에서 그렇지않다. 라는 부정이 나오길.

하지만, 끝까지 옥상은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박지민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차를 타고 회사까지 오던 심정이 다시금 떠올랐다. 아버지와 관련있다 확실시하면서도, 제발 내 생각이 틀렸기를 바랬는데. 침묵에 결국 무너져버린 심정을, 과연 아버지는 알까.

소리없이 흐느꼈다. 지금 이 순간 소리 내서 우는 것 또한 사치라 생각해서. 이제서야, 여주의 마음이 이해갔다.

여주가 정말로 내가 싫어서 그런 말을 했을까. 아니, 여주라면 그렇게 말을 하는 순간까지도 내게 미안해했을 것이다. 죄책감가지면서.

그럼에도, 밀어낼 수 밖에 없는 건. 내가, 박지민이란 사람이. 자신의 부모를 죽인 아들이여서 였을 것이다.


권우현
…….

이게 아닌데. 박지민이 무너지면, 속 시원할 것이라는 생각과 다르게. 마음은 무거워졌다. 대체 왜 이럴까…

여주가 그를 사랑해서?, 아니면 박지민이 여주를 사랑해서?. 그것도 아니면… 지켜본 그동안, 정말로 여주의 행복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우현은 그 어떠한 질문에도, 쉽게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박지민
…여주 잘 자고, 잘 먹고 있지?.

전화로 불러내 밖으로 나온 정국은, 지민의 몰골에 잠시 말을 잃었다. 이 남자가 왜이러나 싶다가도, 혹시 이유를 알아와서 인가 싶어 물었다.


전정국
…왜 저러는지 알아낸거야?.


전정국
이미 여럿 물어봤는데, 대답을 안 해. 알고 있으면 말을 해!.

끝까지 말을 하지 않았다고?. 지민은 뒤로 목을 젖히고는 숨을 내뱉었다. 넌 끝까지… 착해 빠졌구나. 허탈해졌다.

그 얘기를 한다면 정국이 눈이 돌 것이라는 걸 알고있었을 터 였다. 그런 배려가 다 무슨 소용인가. 씁쓸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박지민
…정국아, 나 너무 후회 돼.

정국은 미간을 구겼다. 이유를 물었는데, 뜬금없이 후회된다니. 제대로 말이나 하라고 말하려던 그때. 촉촉해진 음성이 다시금 귓가를 울렸다.


박지민
…네 말처럼 여주를 만나지 말 걸.


박지민
더 나아가서, 첫사랑 찾겠다고 한국으로 들어오지 말 걸…


전정국
……


박지민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지 않을텐데. 차라리, 모르는 사이였더라면……

차마, 나머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리는 지민에 정국은 알 수 있었다. 이번일이 그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아버지가… 여주네 부모님을 죽였대.”

“아버지가… 아버지가….”

“정국아, 이제 나 어떡해야 해?…”


전정국
…….

지금 당장 주먹이 날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이상하게도 주먹이 쥐어지지 않았다. 아이처럼 주저앉아 울고있는 탓일까, 아니면 어릴적 함께 놀았던 기억 탓일까.

지금의 자신의 행동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박지민
…그런데도 그녀석은, 바보같이 나 지키겠다고 너한테 말 안 했대.


박지민
내가… 이제 어떻게 행동해야 해?. 제발, 네가 좀 알려줘…

제발… 귓가에 멤도는 것 같았다. 피 떡이 되어 돌아오던 그날의 여주를 생각하면, 화를 내야하는데. 화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괴로워하기 때문일까… 지민과의 거리를 좁혀갔다.


전정국
……형.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음성에 지민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바라보았다. 정국의 얼굴엔 분노도 슬픔도 없었다. 동정만 있을 뿐… 머리 위에 손길이 다가왔다.


전정국
….여주, 만나볼래?.

막상 불렀으나,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여주와 만나보겠냐 물었다. 지민도 약간 뜻 밖이였는지 잠깐 멍- 하니 쳐다보더니 눈물로 얼룩진 눈이 곱게 접혔다.


박지민
……아니ㅎ.


박지민
자신이 없어. 마주하는 것도, 이별하는 것도…

이별하는 것도, 마주하는 것도 자신이 없는 건 바로 여주였다. 멀리 떨어져 모든 얘기를 듣고있던 여주는 끝끝내 눈물을 다시 흘러내보냈다.

제발, 지금 이 순간이 꿈이였으면…

다신 떠올리고 싶지 않을 악몽이였으면…


김여주
제발……



++ 55화 안쪽으로 완결될 것 같아요 : )

++ 분량조절 실패하면, 더 길게 갈 수도 있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 완결이 다가온 기념으로 Q&A 할까 싶은데, 궁금한 거 있으시면 물어봐 주셔요 ‘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