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50화 | 그럼에도 여전히,

전화를 받기 전.

뒤늦게 소식을 듣고 회사 로비로 나온 민영은, 제일 먼저 지민이를 먼저 찾았다. 발걸음이 다급했다. 그렇게 비밀로 하려고 애썼는데, 결국 일이 터지다니. 조급해진 마음이 행동으로 나갔다.

다급함이 소리로 전달되듯, 날카로운 구두소리가 로비를 울렸다. 그에 따라 바닥을 향하던 고개가 올라가고,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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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지민아.

조심스레 다가갔다. 멀리에서도 눈가가 붉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더 가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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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누나는 알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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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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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래, 어쩐지 이상하더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누나가, 아버지를 고발할 리가 없는데…

이제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짓는 지민에, 민영은 곧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조심히 다가가 손을 붙잡았다. 같은 말만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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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네가 몰랐으면 했어. 알면, 너희 둘 사이가 이렇게 망가질 걸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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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삼십년만에 처음봤어. 너 그렇게 웃는 거… 그래서, 누나가 욕심냈어.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어…

그래서… 말 끝을 흘리며 흐느끼는 모습에 말을 잃었다. 어느 하나 반박할 수 없는 얘기. 결국에는 다 맞았다. 민영이 예상한 모든게.

민영을 미워할 수도 없었다. 왜 그랬냐고, 왜 숨겼냐고 원망할 수도 없었다. 모든게 날 위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지민의 손이 옅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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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누나, 나 진짜 어떡하지. 이제 얼굴을 어떻게 봐. 아니, 이제 얼굴을 마주할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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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죄책감이 미치도록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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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미안해… 미안해…

처음부터 말했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아니면, 어떻게 했던 결과는 같았을까.

민영은 이 순간 마법이 있길 바랬다. 지민의 고통이 자신에게 오길.

그래서, 영원히 자신이 대신 고통받길.

생명줄을 찾은 듯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온 지민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여주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동안 애써 미뤄오던 만남이 성사되던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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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주, 여주야.

그동안 내뱉고 싶었던 이름을 내뱉자, 뭐에 홀린 듯 고개를 떨군 여주가 입꼬리를 딱딱하게 굳혔다.

멈추었던 발걸음을 다시 옮겨 건너편에 앉았을 때, 첫만남이 생각나더라. 그때도 이렇게 만났는데. 이제는 어쩌면, 이별을 말해야할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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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얼굴이… 많이 상했어.

첫 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서로가 고민하던 와중. 지민의 눈에 며칠새에 헬쓱하게 변해버린 여주의 얼굴이 보였다. 결국, 안부를 먼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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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런가.

손등으로 뺨을 지분거렸다. 며칠새 거울 볼 시간이 없어서 몰랐는데, 손등으로 만져보니 그런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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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할 말이 많다. 그렇지?.

할 말. 정말 별 거 아닌 말인데, 왜 지금은 이렇게 잔인하게 느껴지는건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서로가 할 말을 예상해서 그런지, 한참을 서로를 바라볼 뿐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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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우선 사과부터 해야겠다. 아버지 대신에… 사과할게. 미안해, 여주야.

꼭 모인 두 다리와 가지런히 모인 두 손은, 그를 더 애처롭게 만들었다. 이건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그 누구보다도 아는데. 여주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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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사과 해야할 건 오빠가 아니야. 사과할 사람은 따로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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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다를게 뭐가 있나. 자신은 그런 인간의 아들인데.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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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시원하게 속 터놓고 얘기하는게 좋겠지. 나는 그게 오빠의 잘못이라 생각안해.

다만, 머릿속에서 완전히 잊히지 않을 뿐. 이 관계를 이어간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무너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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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근데 나… 그래도 여전히 오빠가 좋다?. 근데, 오빠 아버지가 너무 원망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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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원망안해…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이였다. 이별을. 목구멍이 아려왔다. 뜨거운 무언가가 꽉- 올라오는 느낌. 애써 목소리를 누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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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오빠도 날 아무렇지 않게 보기에도 힘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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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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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우리… 3년만 헤어지자.

3년이란 시간은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생각을 정리하기도 충분한 시간. 고개를 잽싸게 들어올린 지민의 눈매가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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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3년이 지나도 내가, 그리고 오빠가 여전히 마음이 같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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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때는 전부 잊고, 염치없어볼까 해.

난 널 여전히 사랑하니까.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였다. 그때는 부모님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합리화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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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게 무슨,

놓을 수도 없고, 붙잡을 수도 없다면… 차라리, 모든걸 지워버리고자 한다. 모든 추억이, 기억이 희미해질때 쯤에도, 여전히 그대를 사랑한다면 이건 운명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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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릴 때, 백마탄 왕자님이랑 결혼하겠다고 한거…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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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걸 어떻게 기억 못하겠어.

널 향하던 내 마음을 인지한 순간이였는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여주가 손을 뻗어 두손으로 그의 손을 감쌌다. 그리고는, 그 손에 이마를 올려놓으며 나지막하게 말했지.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 떨리고 무너진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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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때는… 내 왕자님 해줘.”

따뜻한 물줄기가 손에 흘러내렸다. 착해 빠진 너는 기어코, 다시 한 번 내게 다가오는구나. 지민은 제 이마를 그녀의 머리에 맞대며 연신 중얼거렸다.

미안해… 미안해…

영화에선 이런 상황이 오면, 죄책감에서라도 밀어내던데 그렇지 못했다. 이기적인 나는, 다시 한 번 기적이 일어나길 바랬다. 미안해…

지금은 할 수 있는 말이 그것 뿐이였다.

++ 미친, 여러분. 중요한 장면인데, 집중이 안되서 망한 것 같아요.

++ 제가 쌍꺼풀 수술이 며칠 안 남아서 심란한가봐요. 이번 한 번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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