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메리즈 블루, 외전] 01. 차가운 바람



“아… 또, 여기있네. 드레스 만들다 죽을거에요!?.”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나름 미뤄두었던 일도 하고, 대학 강의도 하고, 그리고 샵 확장까지…

순탄했지만, 순탄지 않던 나날들이였다.


박지민
작업실에는 또, 왜 왔어. 너희는 일 없냐?.

새하얀 마네킹 위에 입혀진 새하얀 웨딩 드레스. 비록, 아직 장식을 달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구색이 갖춰진 웨딩 드레스였다.

“아니, 확장 하시면 좀 둘러보셔야죠. 샵 인테리어나, 이것저것 살필게 얼마나 많은데!!…”


박지민
서류 뽑아줬잖아. 그거대로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그래도 명색이 대표인데, 주변 좀 둘러보시고 하셔야죠!!. 이게 뭐에요. 삼 년동안 그 웨딩 드레스 하나 만든다고, 맨날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고.”

큐빅을 달려던 지민의 손이 멈추었다. 눈 앞에 있는 웨딩 드레스는 그냥 웨딩 드레스가 아니였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만든 드레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서, 몇 번을 뒤집어 엎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삼 년만에 겨우 구색만 갖췄는데, 이렇게 또 방해를 하다니. 지민의 미간이 구겨졌다.


박지민
장난해?, 내가 그런 것 까지 다 확인해야 돼?. 너희들이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지. 몇 년을 일했는데, 그거 못하면 바보 아니야?.

“그건…!!.”

팀장의 말문이 막혔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지민이 이렇게까지 드레스를 공들이며 만드는데에는, 받을 사람이 ‘그 사람’ 밖에 없으니까.

이해는 하지만 걱정이 되었다. 초반에는 몸까지 망가져가며 만드는가 싶어서 말렸더니, 또 이렇게 쳐박혀 있으니 걱정되는게 아닌가.


박지민
알았으면 그만 가보지?.

지민은 다시금 드레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시간이 정말 얼마 안 남았다. 언제 갑자기 돌아올지 모를 그녀를 위해, 하루 빨리 완성시켜야 했다.

“후으… 알았으니까, 적당히 하고 나오세요. 이 정도면 거의 작업실에 꿀 발라놨는데.”

아무 얘기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아무 말도 듣고싶지 않았다. 이것은 한 줄기의 희망이였다.

네가 돌아올 것이란 희망과, 사라지면 그만일 믿음.



[다음 역은 — 입니다. 내리실 분은 하차 버튼을 눌러주세요.]

버스를 탔다. 뒤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마치고서야 버스에 실은 몸. 노곤노곤하고 피로에 쩌들었지만, 이건 이것대로 괜찮았다. 몸이라도 피곤해야, 생각이 없을 수 있으니까.

차가운 김이 서린 창가에 고개를 기대면, 순식간에 지나가는 밝은 빌딩들과 건물을 보며 저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나왔다. 그래, 한 때는 저도 여주와 이곳을 자주 데이트로 나왔다.

가끔은 이곳에서 그녀가 좋아하던 야식도 사먹고, 한강에 나가서 산책도 많이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린 거의 먹는 것 뿐이였던 것 같다. 물론, 여주가 좋아해서였지만… 다른 추억도 있었음 좋았을텐데.

하지만, 뒤늦은 후회는 소용없었다. 이미 그녀는 떠났고, 결정권은 그녀의 손에 달려있었으니. 연락 한 번 해주지 않은 그녀는 정말 악독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그녀를 미워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 ‘사랑’해서 일터였다.

[다음 역은 ‘공항역’ 입니다. 내리실 분은 하차 버튼을 눌러주세요.]

갑작스럽게 안내 음성에 지민은 눈에 초점을 되돌렸다. 시선을 돌려 옮긴 번쩍거리는 전자안내판에는 ‘공항역’ 이라 적혀있었다.


박지민
공항?… 아, 내리는 역 놓쳤다.

생각에 빠져 놓친 역을 되새기며 지민은 버스에서 내렸다. 여기서 내리는 것이 돌아가는 것에 더 빠를 것이라 판단한 것이였다.

내린 정류장은 쌀쌀하고 추웠다. 그제서야 실감 났다. 벌써 사계절이 세번이나 바뀌었구나.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입김에 지민은 손을 모았다.


박지민
…이럴줄 알았으면, 오늘은 작업실에서 잘 걸.

지민은 차 도로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이런 날씨에 택시라도 잘 잡히면 좋으려만. 아무리 두리번 거려도 택시는 커녕, 지나가는 차 조차도 잘 없다.


박지민
…하아, 오늘 재수 더럽게 없네.

안되면… 버스라도 다시 잡아 탈 생각으로 핸드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가 오기까지 약 5분 전. 타이밍이 딱 좋았다.

발걸음을 돌리려던 그 순간. 다급한 구두소리와 캐리어 끄는 소리가 드드륵- 들렸다. 아, 아까 비행기 하나가 이쪽으로 오더니. 택시를 잡으려나 보네. 하지만, 택시는 없는데…

택시는 안 잡힌다고 말해줄 요량으로 고개를 돌렸다.


박지민
저기, 지금 막 들어오신거라면 지금 택시 안 잡혀ㅇ,

익숙한 향기와 섞여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 냄새. 지민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김여주
……아,

내가 그토록 고대하던 얼굴. 삼 년동안 단 하루도 잊지 못하던 그 얼굴.

이 모습으로,

그리고, 오늘…

이렇게 다시 재회할 줄은 몰랐다.



++ 외전 너무 늦게와서 죄송해요!!. 애초에 완결까지를 여주가 떠나는거였고, 외전은 둘이 재회해서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라 스토리를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오래 걸렸어요ㅎㅎㅎ…

++ 아무튼 이제 더이상 고구마는 없다는거?. 그리고 앞으로 달달함만 있을거라는거?. 고것을 알려드려고 했습니다ㅎㅎㅎㅎ.

++ 아무튼 여러분 외전까지 쭉- 지켜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