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메리즈 블루, 외전] 02. 우리집 비었어

서로의 얼굴이 마주하고 얼마나 있었는지 모른다. 1분이 30분처럼 느껴지는 이 순간, 여주 네가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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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잘 지냈어?.

뭐라고 해야하지. 잘 지냈다고 거짓말을 해야할까, 솔직하게 잘 못지냈다고 해야할까. 어울리는 말을 고르는 사이, 네 얇은 목소리가 다시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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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는 잘 못 지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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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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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가니까, 여유롭게 살줄 알았는데. 한국에 있던 것보다 더 바쁘더라-…

분위기에 휩쓸려 무심코 내뱉은 말에, 비슷한 느낌의 얘기를 이것저것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색했다. 오랜만에 만나면, 영화처럼 부둥켜 안을 줄 알았는데…

정적이 한 바탕 휩쓸고 간 후. 여주와 지민은 버스 정류장에 나란히 앉았다. 가슴이 욱신거렸다. 예전에는 이것보다 더 한것도 했는데, 지금은 같이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얼굴색이 자제가 안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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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한국에 완전히 들어온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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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 응… 거기서 하고싶은 공부도 다 했고. 한국이 그리웠기도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오빠가 보고싶었는 걸. 뒷말을 뻐끔거렸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내뱉었던 말이 지금은 쑥스러워 잘 나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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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다행이네. 잘 지내 보여서.

뒤를 갈무리하지 못 했는데도, 지민은 다행이라며 웃었다. 불안했다. 아무말도 하지않고 웃기만 하는 모습이. 그래서, 여주는 다급해져 의자에 일어나려는 지민의 코트 끝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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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자, 잠깐!!…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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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지, 집에 가야지.

붙잡힌 코트가 당황스러웠는지 지민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나는 아직 말도 안 끝냈는데… 여주는 억울했다. 자신만 이렇게 안달난 것 같아서, 난 보고 싶어서 왔는데.

설마, 삼 년 사이에 다른 여자 생긴건가?…

생각만해도 가슴이 꽉- 죄이는게 슬퍼졌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내려다보는 지민에, 여주는 결국 입술을 내밀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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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 여, 여주야. 왜 울어?.

당황한 기색이 가득한 지민이 황급히 여주의 옆에 앉아, 양 뺨을 살짝 쥐어들었다. 벌써 눈가가 빨개져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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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흡… 흐윽,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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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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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벌써 다른 여자 생긴거야?. 그래서, 나는 눈에 안 들어오는거야?…

지민의 동공이 흔들렸다.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지민은 재빨리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으나, 여주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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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느은… 삼 년동안 오빠 생각나서어… 진짜, 일만 계속했는데도오… 오빠 못 잊었는데. 어떻게 오빠는 잊어버릴 수가 있어어!!.

울면서 말꼬리를 늘리는데. 아 미친, 웃으면 안되는데 너무 귀엽다. 입꼬리가 광대로 상승하려는 걸 누르려고 노력해봤지만 뜻대로 안된 입꼬리는 하늘로 승천하다 못해 우주를 뜷을 기세였다.

여주는 그런 지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품에서 안겨서 계속 울먹이는데. 정수리 위에서 푸흡. 하는 소리가 들리자, 조그만 주먹으로 가슴팍이 퍽- 하고 냥냥펀지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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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왜 웃어어!!… 나는 진지한데. 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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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하지. 일단 품에 여주를안고서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어떻게 만나자마자. 나를 안 잊었냐고 물어보겠나.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 그래서 입을 닫고 있었던 것 뿐인데, 여주가 이렇게 나오니 여러모로 당황스러웠다.

아 물론, 좋은게 더 많았지만.

여주가 이렇게까지 표현해줄지 몰랐다. 지민은 여주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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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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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래서 서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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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흐으…윽. 나쁜 놈!!.

지민은 맞으면서도 웃었다.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여주가 나를 잊지 않아줬다니. 한참을 웃으며 맞아준 뒤에야, 지민은 설명을 했다. 왜, 표현을 하지 않았는지.

설명을 해주고 나자 뒤늦게 깨달은 여주의 얼굴은 홍당무 처럼 새빨개졌다. 창피한건지, 입을 오물거리더니 급기야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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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보, 보지마!!!… 창피해 죽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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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다시 한 번 말해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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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누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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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 그건……

창피한지 눈을 피하며 입을 꾹 닫아버렸다. 그런 여주를 더 놀릴 요량으로, 더욱 다가가며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누가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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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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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고마워.

대답을 듣자 그동안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기라도 한 듯 따뜻해졌다. 손을 뻗어 끌어안자, 여주도 더이상 부끄러움을 타지않고 허리춤에 팔을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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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진짜 오빠 나 아직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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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당연한 걸 묻네. 좋아해, 아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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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래서, 나를 더 용서할 수가 없었어.

허리에 감긴 팔에 힘이 실렸다. 다시는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여주의 의지가 담긴 행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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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주야, 앞으로 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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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응… 나도.

한참을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뒤늦게 밀린 애정을 발산하다가 정신차린 지민이, 제 허리에 감긴 여주의 팔을 풀어내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 여주도 늦게 귀국했고, 쉬어야 할 시간이였다.

만나는건 내일 다시 만나도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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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주야 오늘 갈 곳 있어?, 내가 거기로 데려다 줄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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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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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응?.

여주의 손이 다시 한 번 코트 끝자락을 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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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 오늘 집 비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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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

상황 파악을 하는 지민의 눈동자에, 여주의 결정타가 날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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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우리 집으로 가자.